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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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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5. 07:41:57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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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동생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곧 비가 쏟아졌습니다.

저는 학교 문 앞에 서서 쏟아지는 빗줄기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학교까지 마중을 나오셨겠지만,
1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꺼번에 부모님을 여읜 후,
제게 우산을 가져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쏟아지는 비처럼 제 마음에 슬픔이 밀려오려던 찰나,
친구가 다가와 우산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까지 사이좋게 우산을 쓰고 함께 걸어갔습니다.
“고마워, 잘 가!”

친구 덕에 버스를 탈 때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집 앞 정류장이 다가올수록 내린 뒤가 걱정이었습니다.
집으로 재빨리 뛰어가자고 마음먹고 버스에서 내리려던 순간,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남동생이었습니다.

수업이 일찍 끝난 동생은 비를 흠뻑 맞고 돌아와선
우산을 들고 저를 마중 나온 것이었습니다.

동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집으로 향하던 우리는
개울 앞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 때문에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데다 하나뿐인 신발이 마음에 걸려
개울 앞에 얼어붙은 나에게 동생은
대뜸 등을 내밀었습니다.

“자 누나, 업혀!”
“뭐? 네가 나를?”
“누나 신발 젖으면 안 되잖아 내가 누나 정도는 업는다 뭐.”

너무나 의젓하게 고집을 부리는 통에 동생의 등에 업히고 말았습니다.
동생은 저보다 덩치도 큰 누나를 업고 가며,
가끔 멈칫하고 서선 웃음 한 번 지어 보이고,
또 가다 웃어 보이며, 그렇게 개울을 건넜습니다.

미안하면서도 동생이 어느새 다 자란 것 같아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피곤했던지 그날 밤 동생은 일찌감치 잠이 들었습니다.
이불은 다 차버리고 양말도 벗지 못한 채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워
“아휴, 얘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렇게 힘자랑하더니만..”
양말을 벗겨 주려는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습니다.

터지고 찢어지고 피멍까지 맺힌 상처투성이 발.
그러고 보니 오늘 동생은 슬리퍼를 신고 있었습니다.
개울을 건너다 멈칫 서서 웃어 보였던 건,
애써 아픔을 감추려는 몸짓이었던 것입니다.

제 발에 피멍 맺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누나 신발 걱정을 해 준 동생.
나는 잠든 동생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엄마의 마지막 당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네 동생은 네가 보살펴 줘야된다.’

– TV동화 행복한 세상 –

==================

동생에게 아내가 생기고, 남편이 생겼을 때
매형이 생기고, 형부가 생겼을 때,
그 자리에 언제나 함께 일 것 같은 가족은
또 다른 가족을 찾아 떠납니다.

물론 각자의 가족이 생겨도 서로를 향한 마음이야
변함 없으리 다짐하지만,
살다 보면 그게 맘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온전히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음을 생각하며, 잘 해주세요.
다시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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