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0년 6월 27일,
포성이 울려 퍼진 지 이틀 만에
스물아홉 살의 미국 여성 종군기자 '마거릿 히긴스'가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여자가 올 곳이 아니다'라며 돌려보내려는
미군 지휘관들에 맞서 맥아더 사령관의 허가를 받아내며
최전선으로 향한 그녀는, 낙동강 전선과 인천상륙작전,
그리고 지옥 같았던 장진호 전투까지 병사들과 함께
전쟁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체감온도가 영하 30~40도에 육박하고
연합군과 중공군 사이의 공포에 지친 병사들과 함께
그녀는 얼어붙은 콩 통조림을 주머니에 녹여
나누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젊은 해병대 병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염과 눈썹에 고드름이 얼어붙고, 추위와 탈진으로
넋이 나가 버린 얼굴이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히긴스는 조용히 물었습니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눈 덮인 대지를 멍하니 바라보던 병사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이 대답했습니다.
"Give me tomorrow."
(저에게 내일을 주십시오)
부귀영화도, 따뜻한 식사도 아닌
'살아서 맞이하는 내일 하루'.
청년 병사의 이 한마디는 히긴스의 뇌리에 깊이 박혔고,
그녀의 기사와 회고록 '자유를 위한 전쟁'을 통해
한국의 참혹한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습니다.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거머쥔
그녀의 펜 끝에는 언제나 그날,
'내일'을 간절히 갈망하던 병사들의 희생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에른스트 블로흐의 명저 '희망의 원리'에서는
희망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첫째, 인간은 빵이 아닌 희망을 먹고 산다.
둘째, 희망을 잃어버린 것은 삶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셋째, 희망은 최악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다.
넷째, 희망은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다섯째, 희망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