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와 창립 20주년 기념 이벤트로 회원 분들의 오래된 컴퓨터 인증과 추억을 나눔 하자는 취지에 공감해 저의 첫 컴퓨터를 소개합니다.
다나와 이벤트 참여를 결심하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오래된 컴퓨터를 찾으러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찾고자 했던 것은 386컴퓨터입니다. 이 컴퓨터는 저의 기억에 완제품으로 구입했었기에 바로 부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본체 부품 몇 개가 없더군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하실을 나오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저의 첫 번째 컴퓨터 MSX
부모님이 지하실 청소를 하실 때마다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는 좀 버려라!”라고 하셨지만 그러실 때마다 저는 “절대 안 됩니다.”라고 했죠. 버리지 않았으니 그 녀석이 그 곳에 있어야 합니다.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스를 이리저리 옮기며 그 시절 저의 보물 1호였던 녀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실 모서리 맨 구석에 녀석이 있더군요. 그 구석은 녀석이 고물상을 피하기 위한 가장 안전한 장소처럼 보였습니다. 포장 박스에 먼지인지 곰팡이인지 오물이 검게 묻어 있었고 포장 박스가 습기로 인해 눅눅하더군요.
좀 닦고 5월의 따뜻한 햇살로 지하실의 그 눅눅한 습기를 제거하고 사진 촬영을 위해 재포장했습니다.
[사진 1] 제품 박스 손잡이 부분은 많이 찢어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상태가 좋았습니다.
[사진 2] 습기로 인한 본체 기판 부식을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비닐로 잘 감싸 보관했더군요.
[사진 3] 비닐을 벗기고 키를 하나씩 눌러봤는데 상태는 좋았습니다.
정상 부팅이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모니터가 있어야 하는데 “TV수신카드의 Video 출력단자에 연결할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제대로 인증하자는 생각에 그 시절 그 모니터를 찾으러 다시 지하실로 가서 들고 왔습니다.
[사진 4] 플라스틱 부분이 노랗게 변색되었습니다. 구글로 검색해보니 과산화수소와 자외선으로 제거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MSX를 사용할 당시 가정용 전압은 110V였죠. 이걸 220V로 바꿔야 하는데 본체는 쉽게 바꿨지만 모니터는 뒤쪽 덮개를 열고 바꿔야 했습니다.
긴 글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짧게 요약합니다.
- 본체와 모니터의 영상과 음향 입출력 단자를 서로 연결.
- 멀티 콘센트에 본체와 모니터 전원 케이블 연결.
- 모니터 전원을 켰습니다. “띵~” 브라운관 TV/모니터에 전원 들어가면 나는 소리죠.
- 아무 이상 없이 켜지기를 바라며 본체 전원 버튼을 눌렀습니다. 이상무!!!
- 모니터에 수 백 번 아니 수 천 번은 봤었던 MSX-BASIC 저작권 문구가 나왔습니다.
[사진 5] 모니터에 달린 스피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학교종이 땡땡땡’을 플레이 했더니 잡음이 섞였지만 소리가 났습니다.
모든게 정상이니 프로그램 하나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나와 창립20주년을 축하드립니다.’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는군요. 적절한 명령어가 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BASIC설명서를 봐도 이런게 있었나 하는 생각만 나는군요. 오래된 기억과 BASIC 설명서를 하나씩 찾아보며 마침내 만들었습니다.
[사진 6] 창립 기념 축하 멘트를 출력해주는 베이직 소스입니다. 그때 이런 건 너무 쉬웠는데 ㅠㅠ
[사진 7] 소스를 실행하면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후다닥 만들어 올리자"라는 생각은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벤트 참여를 생각했는데 제 기억력이 형편없다는 걸 확인하는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나와 창립 20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