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등 상품이 너무 탐이나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 으로 만들었던
11살짜리 조립컴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사실 이녀석은 2달전까지도 사용하던 녀석이었습니다.
어쩌다 프린터할 일이 있거나 무려 한글정품이 깔려있어서 한글로 문서작업을 할 때는
가끔 사용했는데 너무 오래되서 전원버튼도 잘 눌러지지 않는 이녀석을 켤때마다
마치 죽지 않았는지 생사를 확인하는 느낌이었습니다.
2009년에 조립한 녀석의 부품이 고장날때마다 그 부품만 갈아끼우면서 무려 11년을 사용했죠
당시 판매 되는 케이스가 열에 아홉은 검정이고 화이트 색상은 얼마 없었는데
그 중 이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었습니다. 요즘은 화이트 색상도 이쁜 제품들이 많더라구요
앞서 말씀드린되로 11년이나 되다 보니 처음샀던 부품들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요
처음 샀을 때 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은 녀석들은 이 케이스와 CPU DVD롬 밖에 없습니다;;
그 중 DVD롬은 별로 쓰지도 않았죠
이런말이 있죠 강한놈이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놈이 강한놈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강자는 바로 CPU 입니다.
근데 원래 CPU가 이렇게 수명이 긴 부품인지 제가 운이 좋은건지는 모르겠네요
이녀석을 조립할 때 다나와에서 최저가를 검색하고 조립PC 게시판에 견적을 물어보고 결정한 뒤
부품을 주문하고 지하철을 타고가 용산을 돌며 부품들을 수령해 집으로 와서 조립했었죠
그 때 수령한 부품들을 양손가득 들고오면서 '잘 될까? 안되면 어떡하지?'
이렇게 기대반 걱정반 그리고 내가 번 돈으로 샀다는 작은 뿌듯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아마 다나와 회원분들이라면 저처럼 최저가 조회 후 주문하고 용산가서 방문수령한
경험들이 한번씩은 있으실겁니다 (전 이때 해보고는 한번도 안 했.......)
재밌게도 그 때 구입한 영수증이 남았더라구요 ㅎㅎㅎ
총 426,990을 썼군요 그 와중에 잔액 15,000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날짜,수입,지출,잔액 4가지의 조촐한 항목이 마치 초딩의 용돈 기록부 같지만
당시 2n살 청년 나름대로의 가계부였습니다
아마 저때가 알바를 그만둔 후였던 것 같습니다 몇달 후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알바비를 이래저래 쓰고 남은 돈으로 입대하기 전 부품들을 산거죠
당연히 비싼걸 사면 좋았겠지만 늘 예산은 한정된 법이죠
잔액 15,000원을 보면 당시의 빠듯함이 어렴풋이 짐작되네요
그리고 또 한가지 악재가 있었는데 바로 환율이었습니다 저 당시 원달러 환율이
높아 컴 부품 가격도 비싼 시기였죠
2월엔 무려 1534원이었고(지금봐도 미쳤네)
그나마 3월에는 조금 내려가서 1383원 이었습니다
환율에 다른 컴부품의 가격변동패턴 다들 아시잖아요
올라갈 땐 누구보다도 빠르게 거침없이
내려갈때는 기존재고 소진때문에 천천히
2월에 1534원을 찍었으니 3월달은 말 할 것도 없었죠
하지만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고 몇 달 더 있다가는 남은 돈을 다 써버려
컴퓨터를 마련할만한 돈이 남을 것 같지 않았으며 뭣보다 새컴에대한 갈망과
당시 쓰던 컴에대한 불편함(그냥 인터넷 하는 것도 불편했음)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컴퓨터를 구입하기엔 영 좋지않은 시기임에도 과감하게 거금을 썼던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한번 지르고 군대가기 전까지 이거나 갖고 놀아야지
뭐 이런생각이었을 것 같네요
참고로 저때는 삼보의 펜티엄 3 모델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 삼보 드림시스EZ 였던것 같네요 2009년에 드림시스라.......
당시 구입한 부품 영수증에 교통카드 영수증까지 스테플러로 찍어놨네요
이제부터 영수증을 한번 살펴 봅시다
충전금액 1,000원 보이시나요?
아, 증말 ㅠㅠ 십년전의 나란 녀석이란......
심지어 충전 후 잔액이 1,900원이어서 더 슬퍼!!
잠시 눙물 좀 닦고 오겠습닏니닼ㅋㅋㅋㅋ
파워 영수증이군요
안타 깝게도 이 녀석은 사용도중 사망하여 지금 이렇게 사진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성능은 잘 모르겠고 파란색이 아주 마음에 들었죠 버리기전에도 아까워서 이렇게
사진을 찍어놨던 것 같습니다
제품에대한 평가들도 대채로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회사 아직도 있을까요?
그리고 다음은
메인보드네요
파란색에 노란색 쿨러 마운트가 보기 좋은 제품이었죠
파워에서 부터 평가의 포인트가 좀 이상한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갑시다
이 녀석도 좀 사연이 있었는데
부품을 사갖고 집에 도착하마자 메인보드에 씨퓨랑 램 꽂고 파워를 연결해서
부팅을 시켜보는데 화면이 깜깜이더라구요
그때 처음으로 컴퓨터를 조립해보는 거라서 엄청 당황했죠 (걱정이 현실이 되다니!!!)
주변에 어디 물어볼 데도 없어서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날 바로(아마도?) 구입한 곳에 가서
맞교환 받았고 교환한 제품으로 무사히 컴퓨터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 중 고장난 적도 있어서 지하철 타고 용하다는 메인보드 수리점에 직접 방문해서
고쳐서 잘 쓰다가 다시한번 고장이 났죠 고치는 비용과 중고 하나 사서 쓰는 비용을 비교해보니
중고를 사는게 더 싸서 AM2+지원되는 중고 메인보드를 사고
고장난 이녀석은 인터넷에서 나눔으로 처분했습니다.
그때 가져가시는 분께 이런건 가져가서 뭐에 쓰시는건지 물어보니 기판에 붙어있는
부품들 중 쓸 수있는건 떼어내서 쓰신다고 하더군요. 이 녀석은 찍어 놓은 사진도 없네요
다음
나머지 부품들은 전부 한 곳에서 구입했네요
돈도 없는 주제에 하드디스크는 비싼걸로 샀네요;;
왜 그랬을지는 뭐 다들 예상하시는 그대로일겁니다
그리고 저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건 CPU와 DVD 케이스 뿐이군요
2009년에는 AMD가 가성비가 좋다고 호평이 자자했습니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오버클록 성공률이 높다고 많이 주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인텔을 사고 싶었는데 돈이 읎어서.......
그리고 쿠마도 저정도 가격은 아니었는데 환율때문에 좀 비싸게 주고 샀던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제 손에 들어온 이녀석은 무려 11년을 착취? 당하게 되죠
2009년 3월 이녀석을 조립하던 저도 이걸 2020년 까지 쓸줄은 몰랐습니다
결국 처음 함께 온 친한(?)친구들은 다 뒤져 사라지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케이스와 DVD롬만 남았네요
이렇게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뭔가 쪼끔 짠하네요
그리고 램도 오랫동안 죽지않고 살았죠
사진의 램은 2009년에 산건 아닙니다
2번째 메인보드의 램 슬롯 하나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1기기가 하나만 쓰다 나중에 2기가 짜리 하나 얻어서 사용했습니다
저 때산 1기가 램 2개는 은박지에 쌓여 어딘가에 짱박혀 있을겁니다.
하드도 결국엔 중간에 사망해서 나중에 이렇게 두개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크립토락커에 걸려서 모든 자료를 시원하게 날려먹은적도 있었죠
사용빈도가 많지 않았고 지금은 거의 쓸일이 없는 DVD롬은 얘기할 거리도 없네요
시디 표면에 그림인쇄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도 써본적이 없습니다
전면 커버의 먼지가 얼마나 안 썼는지를 증명해주는 것 같군요
얼마전까지 저에게 단물쓴물 다 빨린 저의 첫 조립컴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봤네요.
귀한 시간들여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마 없으시겠죠)
11년전이나 지금이나 저의 미약한 경제력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군요.
만약 제가 1등상을 받게된다면 그것은
짠내나는 영수증을 모아 이야깃 거리를 만들어준 11년전의 저와
이벤트 마감이 5월8일까지인줄 알고 있다가
오늘이 이벤트 마감인걸 확인하고 부랴부랴 글을 쓰는 5월5일의 제가
함께 이뤄낸 쾌거일겁니다 부디 저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