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PC 주변 기기는 키보드입니다.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고 타이핑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 기계식 키보드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매력적인 디바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멤브레인으로 십여년을 사용하다가 우연히 PC방에서 사용해본 맥스틸 키보드 TRON G 시리즈 청축 모델에 꽂혀서 여러방면으로 알아보고 지금은 레오폴드 FC900R PD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죠.
맥스틸에서 아직 출시하지도 않은 새로운 기계식 키보드를 보내주셔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레오폴드 키보드와 비교 리뷰를 작성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비교 포인트들이 다소 엇나갈 수 있겠지만 국내 브랜드 제품이 과연 얼마나 따라왔는지 퀄리티를 중심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미공개 시제품 필드테스트
MAXTILL RKC 104
CHERRY BLACK SWITCH
아직 공개되지 않은 키보드라서 정확한 스펙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사용해보면서 확인한 정보들도 추후 정식 출시 때는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있기에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겠네요. 어쨌든 맥스틸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정보들과 몇가지 주요 안내 사항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에 정리한 스펙만 봐도 이미 제가 사용해본 맥스틸 RKC 104 키보드와는 조금 다릅니다. 일단 스위치 종류가 다르죠. 저적축과 굉장히 유사한 스위치로 알려진 흑축 키보드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실제 저적축과는 키압이 다를 수 있기에 타건감도 정확히 이야기하기 어렵겠군요. 또한, 맥스틸에서 아직 완성 키캡을 탑재하지 못하였다고 안내 받았습니다. 실제로 키캡의 인쇄 상태나 마감도가 좋지 않아서 명품 키캡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레오폴드 키보드와의 중요한 비교 포인트를 놓치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그 밖에 사항을 중심적으로 다뤄야할 것 같습니다.
맥스틸 키보드와 비교하게될 레오폴드 FC900R PD 모델입니다. 스위치는 청축이며 배열은 동일한 104키 입니다. 최근에는 87키 텐키리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게이밍이 아닌 일반 키보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도 104키 이상의 키보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동일한 체리 스위치가 아닌 흑축과 청축을 비교하게 되었고, 키캡을 제외하고 비교해야하기에 다양한 포인트를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식 출시 후 예상할 수 있는 부분들과 전체적인 퀄리티는 어떨지 이미지와 영상으로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디자인 비교
키캡을 비교할 수 없기에 바디만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바디의 경우 PBT 소재로 생각됩니다. 몰드와 케이스 모두 꽤 높은 퀄리티의 소재감이 느껴지지만 설계 문제인지 방향키 상단에 약간의 들뜸이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만약 단순 불량이나 초기 샘플 문제 정도라면 정식 출시 때 퀄리티가 더 만족스러울거라 생각되네요.
레오폴드 FC900R PD 의 경우 Caps Lock, Num, Scr Lock 키 스위치에만 LED가 있습니다. 즉, 나머지 모든 키에는 LED 없이 체리 스위치만 탑재되어있죠.
반면, 맥스틸 RKC 104 키보드는 모든 키에 LED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LED 기계식 키보드를 만날 수 있는 브랜드 컬러에 맞는 설계라고 생각되네요.
따로 사용 가이드를 받지 않아서 정확한 LED 설정 방법은 알 수 없었지만 맥스틸에서 출시된 TRON G610K LED 세팅과 유사한 것 같아서 몇가지 테스트 플레이를 진행해봤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비교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스테빌라이저 입니다. 레오폴드와 덱 슘, 커세어 등의 키보드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통울림이 적고 스테빌라이저의 퀄리티가 높으며 흡음재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공통점이 있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중저가 기계식 키보드들의 경우 스테빌라이저와 통울림 등으로 인해 비교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게 됩니다. 가장 많이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스페이스 바와 우측 쉬프트 키, 넘버패드에 있는 + 키와 엔터키가 있겠네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처럼 레오폴드 FC900R PD의 타건감은 매우 훌륭한 편에 속합니다.
맥스틸에서 자신있게 보내준 RKC 104 키보드의 타건 영상입니다. 스테빌라이저 타건 시 통울림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굉장히 훌륭한 타건감을 보여줬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제작되는 고가의 키보드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국내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오폴드 키보드과 거의 유일한 차이점은 오른쪽 쉬프트 키의 흡음 패드 정도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흑축 스위치 특유의 키압도 영향이 있겠지만 적어도 스프링이 튕기는 느낌은 들지 않아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스페이스 바의 통울림이 거의 없는 것은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흡음재 부착 시 키 마다 타건감이나 타건음이 달라지는 단점이 있는데 그런 포인트들을 잘 잡아서 디자인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사용해본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는 가장 훌륭한 스테빌라이저였던 것 같네요.
아, 스위치를 가만히 보다보니 방향이 다릅니다. 맥스틸 RKC 104 키보드의 경우 역방향, 레오폴드는 순방향으로 설계되어있었습니다. OEM 프로파일 키캡을 사용한 이유는 이와 같은 요소 때문이었나봅니다.
두 키보드 모두 스텝스컬쳐 2 설계가 되어있으며 레오폴드 키보드의 키캡은 PBT 이중사출 키캡이라는 키캡계의 명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맥스틸 RKC 104 키보드는 아직 키캡이 완성되지 않아 키캡은 비교 사항에 포함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마감이나 퀄리티, 디자인을 제외한 프로파일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왼쪽이 레오폴드 FC900R PD 키보드의 ESC 키, 오른쪽이 맥스틸 RKC 104 키보드의 ESC 키 입니다. 독립적으로 위치하고 있고 가장 높은 키라서 더 확연히 구분이 되지만 각각 체리 프로파일, OEM 프로파일 키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쇄방법은 정확하지 않지만 레이저 인쇄가 아닌가 싶네요.
체리 스위치 특유의 타건감과 개인의 취향 차이로 선호하는 높이는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OEM 프로파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타건이었습니다.
타건 영상 속 주인공은 몽와지만 지금 이 포스팅도 제가 직접 맥스틸 RKC 104 키보드를 타건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축에 비해 묵직한 키압과 낮은 입력 높이로 어색한 타법으로 작성하고 있지만 적축과 저적축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족스러우실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역시 레오폴드 키보드 퀄리티에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물론 샘플 키보드와 비교했기에 정확한 필드테스트가 어려웠고 공정한 승부(?) 였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전체적인 마감이나 타건 만족도는 레오폴드가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키보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10만원 이상의 키보드는 역시 부담스러운 고가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만약 맥스틸 RKC 104가 현재 약 1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레오폴드 FC900R PD 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거라 생각됩니다.
물론 개인의 가치와 취향 등이 결정할 문제겠지만 맥스틸에서 적정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한다면 시장에 출시된 후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거라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