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NVMe SSD의 진입장벽은 다름 아닌 가격이었습니다.
HDD보다 우월한 속도와 안정성을 겸비했음에도 늘 높은 가격은 발목을 잡았죠.
그렇기에 지금에 와선 메인 저장장치는 SSD로 쓰되 중요한 데이터나 고용량 파일은 HDD에 보관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최신 AAA 게임들은 상향 평준화된 그래픽과 발적화로 인해 기본 수십 GB를 잡아먹는 일이 허다합니다.
평소 게임을 한두 개만 붙들고 하시는 분이라면 문제가 없으시겠으나,
스팀에서 게임 수십 개를 다운받고 하시는 분들한테는 SSD의 저장공간이 애로사항으로 꼽힙니다.
그렇다고 랜덤 4K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느린 HDD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제품은 이메이션의 Z971 M.2 NVMe (1TB)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이 계시겠지만 이 제품은 항상 수많은 컴덕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디램리스 SSD입니다.
IT 커뮤니티에서 디램리스를 거론할 적엔, 언제나 그랬듯 반응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깊게 파고들면 입장이 같은 호파와 불호파 속에서도 개개인의 사정과 선입견, 시스템 환경에 따라 찬반의 이유는 세분화되어 있으나,
대체적인 여론은 디램리스는 일단 믿고 거른다와 그래도 서브나 게임 저장용으론 이만한 게 없다로 나뉘죠.
항상 이런 제품을 리뷰할 때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중립적인 시점에서 다루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술했다시피 Z971 M.2 NVMe는 디램리스의 가성비와 PCIe 4.0의 빠른 대역폭으로 게이밍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제품으로,
오늘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심층 리뷰 및 사용기
먼저 제품을 설명해드리기 앞서 잠깐 디램리스에 대해 톺아보겠습니다.
SSD의 핵심 구조는 기본적으로 컨트롤러, 낸드플래시, 디램으로 나뉘는데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컨트롤러는 SSD라는 도서관에서 책장에 책(데이터)을 빼거나 넣으며 관리하는 사서고,
낸드플래시는 다량의 책(데이터)가 보관된 책장이라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디램은 뭘까요?
너무 깊이 파고들어가면 난해한 용어가 튀어나오고 내용이 수렁에 빠질 게 뻔하니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아까 컨트롤러가 책장에 진열된 책을 정리하는 사서라고 했죠?
근데 아무리 사서가 유능하고 업무능률이 뛰어난들, 처리해야 될 데이터양이 수용 범위를 넘어서면 병목현상이 오기 마련입니다.
그때 사서를 옆에서 도와주며 보좌하는 도서관도우미가 바로 디램입니다.
플래시 메모리는 셀 레벨에 따라 SLC, MLC, TLC, QLC... 등 다양하게 불리는데요
뒤로 갈수록 셀에 더 많은 데이터를 집어넣을 수 있어 저장효율이 증가하지만
그만큼 속도가 느려지고 메모리의 수명이 줄어듭니다.
한정된 웨이퍼 면적 내에서 최대한 많은 이윤을 남겨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선,
저장 효율이 좋은 TLC, QLC가 SLC, MLC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올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앞서 셀 레벨이 뒤로 갈수록 플래시 메모리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했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SLC 캐싱입니다.
낸드의 일부 용량을 SLC처럼 동작하게 해주는 기술로,
캐싱 용량이 소화 가능한 영역까지는 SLC의 매우 빠른 스피드를 보여주다가,
이를 넘어서면 다시 본연의 속도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위 사진은 Pm9a1의 나래온 더티 테스트 모습입니다.
초반에 갑자기 속도가 급락하는 구간이 보이시죠?
해당 제품은 디램이 탑재된 모델이기에 SLC 캐싱 구간이 끝난 뒤에도 제법 준수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 디램리스 제품의 경우 SLC 캐싱 구간에는 여타 SSD와 별다를 게 없지만,
디램이 탑재된 제품과는 비견이 안 되는 더욱 큰 하락 폭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메이션 Z971 M.2 NVMe (1TB)는 Dram이 없는 TLC 디램리스 제품입니다.
PCIe 4.0을 지원하고 제원상으로 순차읽기: 5,100MB/s / 순차쓰기: 4,700MB/s의 속도를 보여주죠.
TLC 답게 수명도 매우 긴 편인데, 1200 TBW와 150만 시간의 MTBF를 자랑하며,
보편적인 사용환경에선 죽을 때까지 평생 써도 SSD의 수명을 다 쓸 일이 없습니다.
250GB / 500GB / 1TB / 2TB 다양한 용량별 라인업이 출시됐으며 제품 보증 기간은 5년입니다.
또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소프트웨어를 배포,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은 바로 뒤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컨트롤러, 낸드플래시, PCB를 아우르며 뒤덮고 있는 스티커는 절대로 떼시면 안 됩니다.
제품에 따라 보증이 날아갈 수도 있을뿐더러,
언뜻 보면 쿨링에 방해만 되는 단열재 같지만 어엿하게 열전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니
가급적이면 떼지 않고 사용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통상적으로 NVMe SSD는 메인보드의 M.2 슬롯에 연결해서 쓰지만
필자의 경우 메인보드에 여분의 SSD 슬롯이 없는 사유로
먼저 SSD 방열판에 체결한 다음 PCIe 어댑터에 결착하고 메인보드에 연결했습니다.
PCIe 4.0 x4를 지원하는 어댑터이기에 일반적인 Gen 4 M.2 사용 환경과 대역폭은 동일합니다.
SSD를 컴퓨터에 제대로 설치했다면 [윈도우 검색] - [하드디스크 파티션 만들기 및 포맷]에서
먼저 GPT로 포맷하고 새 볼륨을 할당하는 과정을 거치셔야 됩니다.
그래야 [내 PC] - [장치 및 드라이브]에서 제대로 인식이 되어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CrystalDiskinfo에서 살펴본 모습입니다.
보시다시피 PCIe 4.0 x4로 정상 작동되는 걸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메이션 Z971 M.2 NVMe는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주소는 하단에 달아놓겠습니다.
https://kr.imation.com/support/download.php
공식 SSD 모니터링 툴을 실행한 모습입니다
펌웨어 버전과 제품 사용시간, 남은 수명
그리고 Feature Summary에서 제품의 지원 기능이 적시되어 있네요.
좌측 3번째 SMART로 넘어가면
제품 첫 가동 후 기록된 모든 로그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실시간 SSD의 상태 확인은 물론 과거에 있던 잔 버그나 치명적인 오류까지 모니터링됩니다.
자 공식 소프트웨어까지 살펴봤으니,
바로 대망의 벤치마크 테스트 및 실사용 성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ATTO Disk Benchmark입니다.
확실히 제원에 적시된 읽기와 쓰기 성능에 매우 근접한 게 보입니다.
AS SSD 벤치마크입니다.
여기선 다른 상급 SSD와 견주어봐도 꿀리지 않는 속도를 보여주네요.
AJA System Test입니다.
이미 앞에서 본 내용이라 딱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네요.
가장 대중적인 벤치마크툴 CrystalDiskMark 결과입니다.
대용량 데이터의 읽기 쓰기를 담당하는 SEQ1M Q8T1의 Read 부문에서 5040 (MB/s), Write 3933 (MB/s)가 나왔네요
일반적으로 게이밍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건 RND4K Q32T16입니다.
가장 하단에 있는 RND4K Q1T1의 경우 윈도우 부팅과 실사용 환경의 체감 속도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나래온 더티테스트입니다.
초반 SLC 캐싱으로 속도가 펌핑될 때는 매우 빠른 대역폭을 보여주다가
바로 급락하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디램리스 제품의 태생적인 한계로,
눈으로 가늠하건데 SLC 캐싱 구간은 대략 120GB 언저리로 보입니다.
즉 100GB 내외에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보편적인 실사용 환경에서는 쾌적함을 보여주나,
그 이상을 웃도는 영상, 편집 작업 환경에선 부적절하고 할 수 있습니다.
100GB 단일 파일 속도 테스트입니다.
CMD 명령어 fsutil file createnew E:\testfile.txt 107374182400를 입력하여 더미 100GB 파일을 만들었고,
같은 디스크 내에서 복사 - 붙여 넣기를 진행하여 시간을 측정했습니다.
테스트 결과 단일 대용량 파일을 복사하는 데 26초 걸렸습니다
1GB 파일 100개를 복사/붙여 넣기한 결과입니다.
마찬가지로 CMD 명령어로 생성된 1GB 더미 파일 100개, 총 100GB 다수 파일을 대상으로 실험했고
작업이 완료되는 데 37초가 걸렸습니다.
총평
추천하는 유형
- 게이밍 SSD를 찾는다.
- 랩탑 유저라 빠른속도에 비교적 발열이 적은 SSD를 선호한다.
- 평소 SLC 캐싱 구간 이상으로 데이터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저장장치는 무조건 안정성이 좋고 A/S 5년 이상이어야 한다.
- 서브용으로 쓸 가성비 SSD를 알아보고 있다.
비추천하는 유형
- 디램리스는 믿고 거른다.
- 대용량 파일을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종사자다.
- 오버 프로비저닝을 차치하고 SSD 용량을 꽉 채워 쓰는 성향이다.
이메이션의 Z971 M.2 NVMe (1TB)는 처음부터 타겟층을 확고히 정하고 만들어졌습니다.
유튜버나 영상 편집자 같은 프로페셔널 업종들이 아닌,
가볍게 사용할 서브용 SSD나 게임 저장용 저장장치를 찾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제품이죠.
무엇보다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눈길도 주지 않고 더 윗등급의 SSD를 바라봤을 테고요.
최근 PCIe 5.0의 SSD가 나오고 있지만,
게이밍 환경에선 Gen 4와 Gen 5의 실제 속도는 괴리가 느껴질 만치 미미한 수준입니다.
더군다나 PCIe 5.0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현시점에서 PCIe 5.0 NVMe의 가격은 제법 부담스럽죠.
위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Z971 M.2 NVMe (1TB)은 TLC 제품입니다.
만약 극한의 가성비를 땅기려고 했다면 QLC 선택하고 MSRP를 더 낮추는 방법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QLC 기술은 미성숙한 채고 줄어든 성능에 비해 소비자가 납득할 만큼 저렴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 디램리스의 D자만 봐도 입에 게거품을 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거기에 QLC까지 더해지면 어떻게 됐을지 말해봤자 입만 아픈 형국이죠.
그렇기에 이메이션이 게임용 SSD로 TLC를 고른 건,
시장 상황과 소비자의 니즈, 소비 심리를 고려한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홍글씨처럼 따라붙는 디램리스의 선입견을 지우기란 쉽진 않겠지만,
만약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이메이션 Z971 M.2는 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라고 단서를 달아두며,
이상 오늘의 리뷰를 마칩니다.
'본 사용기는 견적왕 x 이메이션에 제품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