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컴을 한두 번 만들어본 것도 아닌데, 매번 '기대와 한숨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 컴퓨터를 장만한다는 기대감과, 이번엔 완성하는 데 몇 시간이나 걸리고 한 번에 부팅은 될까 하는 걱정이다. 수차례 컴퓨터를 조립해 본 경험으로 조립 난이도는 △메인보드 △CPU 쿨러 △케이스 이 세 가지가 결정하는 것 같다. 특히 메인보드는 케이블 연결 단자 위치가 조립 난이도를 크게 가르는 듯.
애즈락 B650M PRO RS 메인보드는 그래픽카드 장착 슬롯 바로 아래에 M.2 방식 무선랜카드를 꽂을 수 있다. 그런데 안테나를 연결하는 단자는 후면 I/O 실드 맨 위쪽에 있다. 즉, 무선랜카드와 안테나 단자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해야 한다. 정리해야 할 선이 하나 늘어난 셈. 다행히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후면 I/O 실드를 고정하는 나사 4개를 제거해 탈거한 다음, 안테나 케이블을 실드에 연결한 다음 방열판 아래쪽에 케이블을 잘 숨겨놓으면 그만이다.
라이젠 CPU가 5세대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소켓 규격도 AM4에서 AM5로 바뀌었다. 기존에 CPU에 있었던 접속 핀이 메인보드 소켓으로 옮겨갔다. 나중에 쿨러를 교체하거나 탈거할 일이 있을 때 바짝 마른 써멀 때문에 CPU까지 뽑혀 나오는 '무 뽑기' 현상이 줄어든다고 알려졌다. 한편 이 메인보드는 DDR5 램을 4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데, 풀뱅크로 구성하면 램 컨트롤러가 성능을 받쳐주지 못해 클럭이 내려가므로 2개만 꽂는 게 좋다.
애즈락 B650M PRO RS 메인보드에는 M.2 SSD 슬롯이 3개나 있다. 각각 △PCIe 5.0x4 △PCIe 4.0x4 △PCIe 4.0x2까지 지원한다. PCIe 5.0 SSD는 테라바이트(TB) 급 속도를 내는 대신 발열도 상당하다. SSD에서 발생한 열을 빠르게 빼 주는 방열판이 필수다. 메인보드에 기본으로 방열판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고성능 SSD를 사용할 생각이라면 애즈락 블레이징 M.2처럼 팬 달린 방열판을 써 보는 것도 괜찮다.
"AM4 쿨러가 AM5 소켓에도 호환되나요?"라는 질문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AM4 쿨러 중에서 메인보드 CPU 소켓 뒷면에 있는 '백플레이트'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쿨러는 AM5 소켓에도 사용할 수 있다. 라이젠 기쿨처럼 소켓 위아래 클립에 고정하는 타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혹시 몰라 AM5 호환 쿨러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기존에 갖고 있던 2열 짭수도 AM5에 장착할 수 있었다(;;) 수냉보다 소음이 심한 건 덤
메인보드에 무선랜카드 → CPU → 램 → SSD → CPU 쿨러 순으로 장착하고 케이스에 메인보드를 고정시킨다. M-ATX 규격 메인보드다 보니 웬만한 미니타워 이상 케이스에는 대부분 호환된다. 메인보드를 고정한 다음 케이스와 파워 케이블을 끌어와 제 위치에 맞게 장착하면 된다. 메인보드 전원 공급용 24핀, CPU 전원 공급용 8핀 단자 위치는 다른 메인보드와 비슷한 위치에 있으며, ARGB·USB3.0·SATA 단자 위치는 살짝 독특한 편.
케이블 연결이 마무리되면 그래픽카드를 꽂고 조립을 마무리한다. 그래픽카드 길이가 길어서 그동안 쓰던 존스보 TK-1 어항케이스 대신 이전에 사용하던 다크플래쉬 DLM21 케이스를 꺼냈다. CPU 쿨러, 램, 그래픽카드까지 모두 애즈락 폴리크롬(現 RGB 싱크)과 호환되는데, 전면 팬만 레인보우 RGB라 이질감이 살짝 든다. 임시 케이스라 어쩔 수 없는 부분...
조립하면서 사소하게 체감된 부분인데, 외부 케이블을 연결하는 단자가 대부분 위아래로 몰린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케이블 노출을 최소화한 느낌. 단, 3핀 LED 단자는 대부분 아래쪽에 몰려 있어 추가 팬을 장착할 경우 단자까지 거리가 멀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 살짝 아쉬웠다. 일부 케이스에서는 상하단 팬을 데이지체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경우 LED 단자가 하나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
제조사가 같아서일까. 애즈락 B650M PRO RS에 애즈락 라데온 RX 7600 XT, 애즈락 블레이징 M.2 SSD 쿨러를 장착했더니 단차가 거의 없이 꼭 맞물렸다. 특히 SSD 쿨러와 그래픽카드 간섭이 없어 메인보드를 떼지 않고도 1번 슬롯 SSD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래픽카드가 너무 두껍지 않다면, 메인보드 칩셋 아래쪽에 있는 3번째 M.2 SSD도 그래픽카드를 건드리지 않고 교체할 수 있다. 단, 미니타워 케이스를 사용한다면 공간이 협소해 다소 고생할 가능성은 있다.
메인보드를 개봉할 때부터 조립 후 부팅에 성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무선랜 카드를 장착하고, 리뷰용 사진을 찍느라 중간중간 지체되고, 쿨러가 메인보드 소켓을 분리하고 백플레이트를 완전히 교체하는 방식이라 장착하는 데 상당히 오래 걸렸는데도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끝났다. 개인적으로는 △상호 간섭하는 부품이 전혀 없었던 점과 △케이블 단자가 보드 가장자리에 몰려 있어 장착하고 정리하기 쉬웠던 점이 소요 시간을 대폭 줄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