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키보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10만 원대 이하의 저가형 커스텀 키보드부터 망해가는(?) 키컬트에서 쏟아 내는 키컬롸와 루버제인(하쿠)까지 다양한 모델들이 유저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에 갓 입문한 유저가 느낄 수 있는 커스텀 키보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스위치와 키캡을 입맛대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겠죠? SPM에서는 스위치와 키캡만 장착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풀알루 베어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바로 AL82B 풀알루 키보드 베어본인데요 리뷰일 기준 판매 가격은 7만 5천 원으로 지갑을 열기 쉬운 엔트리급으로 볼 수 있습니다.
피콕 블루와 핑크 두 가지 컬러로 출시되었는데요, 저는 핑크 하우징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품 네임이 AL82A가 아닌 AL82B인 이유는 기존 A모델에서 변경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래에서 사진과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제품 상세 정보
SPM AL82B 기계식 키보드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5핀 정방향 핫스왑 - 자석축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위치와 호환 (십자 스템 사용하는 대부분의 키캡과 호환)
* 폼떡 빌드에 최적화된 흡음 구조(하부 폼, 기보강 폼, IXPE 폼, PET 필름)
* PCB 및 보강판 Flex cut
* 노브 포함
* 레이턴시 3ms (실측 시 제조사 제공 수치와 달라 문의 중)
* 포론 가스켓 마운트 결합 구조
* 유선 전용 제품
무선 요소를 제외하고 최근 핫한 스펙들을 모두 담아 놓았습니다. 정방향 핫스왑, 폼떡에 맞는 흡음 구조, 기판 및 보강판 플렉스 컷, 노브(호불호가 있지만), 낮은 레이턴시, 가스켓 마운트 구조, 곱고 부드러운 글로시 아노다이징 마감 퀄리티 등 입문용으로 나무랄 곳 없는 구성입니다. 다만 좀 더 심도 있게 다루는 분들에게는 PCB 구조상 키 배열을 변경할 수 없다는 점과 보강용 스테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7.5만 원이란 가격은 정발(빠른 배송 + AS 지원)이라는 점에서 무난한 편이라 생각합니다.
패키지 및 언박싱
▲ 제품 상자 겉은 SPM 특유의 진한 옐로 컬러로 레이아웃을 표현했습니다.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 상자 측면에 모델명과 컬러가 나타나 있습니다. 저는 PINK입니다. 아노다이징 핑크다 보니 하우징이 밝은 톤은 아닐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제품 제원이 드러나 있는데요, 상기 특징란에서 다 설명드린 내용입니다. 폼떡 가스켓 빌드에 최적화된 모델이라 볼 수 있습니다.
▲ 구성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AL82B 풀 알루미늄 키보드 베어본
② A to C USB 케이블
③ 스위치 & 키캡 리무버
④ 육각 렌치
⑤ 한국어 및 영어 제품 설명서
⑥ 키보드 루프 (더스트 커버)
▲ ① 케이블 재질은 고무라 조금 뻣뻣한 편입니다. ② 스위치 & 키캡 리무버는 좋은 퀄리티는 아니지만 임시로 사용하기에는 무난합니다. ③ 육각 렌치를 이용해 하우징은 분해 & 조립할 수 있습니다.
▲ 설명서(보증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됩니다. 키보드마다 LED 설정 및 'FN' 조합이 다르기에 사용 전에 설명서를 숙지하길 권장 드립니다.
▲ 하우징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는데요, 바로 뜯지 마시고 외관상 하자가 있는지 확인 후 이상이 없을 경우 비닐을 제거해 주시면 됩니다. 만약 스크래치나 오염이 있다면 비닐을 제거하기 전에 SPM에 문의 후 제품을 교체 받으시면 됩니다. 정발이 직구보다 편한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 빌드 전 베어본 무게는 약 1,640g입니다. 일반 플라스틱 키보드 보다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품 디테일(외부)
▲ 전반적인 하우징 컬러는 아이폰6S의 로즈핑크가 연상되는 컬러입니다. 화사한 연핑크를 생각하셨다면 조금 당황하실 수 있겠네요. 아노다이징으로 표현한 핑크는 글로시 마감 처리가 되어 광택과 매끄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하남자라 핑크 하우징을 받고 조금 당황하긴 했습니다ㅋㅋ
▲ 기판과 보강판 모두 계단식 캡스락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보강판과 기보강 흡음재 모두 화이트 색상이라 하우징과 잘 어울립니다.
▲ 볼륨 조절을 할 수 있는 노브가 제공됩니다. 부드럽게 잘 돌아가는 편입니다.
▲ 보강판의 스페이스바 부분에는 실리콘 흡음재가 장착되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청명한 슷바 소리를 위해 제거하고 사용하는 편입니다만 실제로 제거하고 사용해보니 슷바 타건 시 텅텅이는 소음이 크게 올라오기에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권장 드립니다.
▲ 노브는 힘을 주어 당기면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우징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노브를 먼저 제거해 주셔야 합니다. 노브로 볼륨을 조절하거나 LED(RGB)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 하우징 하판은 6개의 나사로 조립하는 결합부와 4개의 범폰이 보입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SPM의 심벌이 포인트 되어있어 밋밋함을 줄여줍니다.
▲ 로즈핑크 하우징과 골드 심벌은 컬러 궁합이 좋습니다.
▲ 동봉된 렌치를 이용해 육각 나사를 제거해 주시면 됩니다.
▲ 손이 아파서 집에 있는 드라이버로 분해 및 조립을 해주었습니다.
▲ 좌측(ESC 부근)에 C타입 포트가 있으며 대부분의 커넥터와 호환됩니다. 하우징 모서리는 R값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
제품 디테일(내부)
▲ 6개의 나사를 풀어 주면 상하판과 기보강으로 분리가 됩니다. 상기 안내드렸듯 하우징 분리 전에 노브 먼저 제거해 주셔야 합니다.
▲ ajazz ac081이나 feker ik75(대머리) 등의 키보드처럼 보강판이 아닌 상하부 하우징 자체에 포론 가스켓을 부착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복불복으로 눌림이 심하게 나거나 삐딱하게 가스켓이 붙여진 경우가 있기 때문에 기본 구성품에 여분 포론 가스켓을 제공해 주면 좋겠습니다.
▲ 하판의 도터 보드는 십자드라이버로 탈착할 수 있습니다.
▲ 기보강(PCB 기판 + 흡음재 + 보강판) 고정을 위해 4개의 스위치가 부착된 채로 제공됩니다. AL82B 키보드가 폼떡 빌드에 최적화된 구조이고 얇은 IXPE 폼과 PET 필름 정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클래키 빌드를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기보강을 분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얀색 FR4 보강판에 보강용 체리식 스테빌라이저가 장착된 채로 제공됩니다. 보강용 스테빌이다보니 유격이 무조건 있는데요, 물렁한 PC 보강판보다 단단한 FR4 보강판이 테이핑 작업하기는 좋습니다. 유연성을 주고 도각 거리는 폼떡 사운드에 최적화된 플렉스 컷 보강판이 제공되는데요, FR4 & 플렉스컷 보강판은 BSUN 등의 뚱뚱한 스위치와 궁합이 좋지 않습니다. 폼떡으로 빌드 하면 탈부착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 보강용 스테빌답게 유격이 있으니 테이핑 작업을 해주시면 좋습니다.
▲ 기판 뒷면에는 포론 하부폼이 테이프 모드로 붙어 있습니다.
▲ 하부폼 아래에는 쇼트 방지용 PET 필름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 기보강을 해체하고 기판과 보강판 사이에 있는 흡음재를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3가지가 보이는데요, 기판 바로 위에 올리는 PET 필름과 IXPE 패드(롱폴 스템 스위치의 바닥치는 소리를 강조시키는 기능), 그리고 포론 기보강 흡음재입니다.
▲ 포론 기보강 흡음재 뒷면에는 얇은 PET 필름이 함께 붙어있는데 이것의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 보강용 스테빌 라이저는 구리스로 윤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철심 수평이나 윤활이 아쉬운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새 것(짱테빌)으로 교체하는 타입이라 기본 상태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 촘촘하게 플렉스 컷이 적용되어 있는 PCB 기판은 정방향 5핀 스위치를 지원합니다. 키마다 LED를 제공합니다. 아쉽게도 무보강용 스테빌을 지원하지 않는 기판이고 백스페이스 쪼개기, 스페이스바 길이 변경, 캡스락 위치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 이대로 다시 조립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어서 실리콘 테이프로 포스 브레이크 모드를 적용해 주었습니다. 핑 노이즈가 조금이나마 줄어들면 좋겠네요.
▲ 어떤 스위치로 빌드 할까 고민하다가 하우징 컬러와 비슷한 딸기와인 스위치를 선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 아.. 딸와는 BSUN에서 만든 뚱뚱한 하우징이라 FR4 & 플렉스 컷 보강판과는 상극입니다. 오죽하면 딸와 장착하다가 보강판 반 토막 난 짤이 돌아다닐까요ㅋㅋ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얇은 하우징을 지닌 HMX 히야신스 V2 스위치를 선택해 주었습니다.
▲ 공장 윤활 상태의 히야신스 V2 스위치는 수월하게 잘 들어갑니다.
▲ 기보강에 스위치를 장착해 주고 기판에 도터보드를 연결한 후 하부 하우징에 기보강을 올려준 뒤, 상판을 덮고 노브를 끼워주면 완성입니다. 조립 전에 키캡도 먼저 꽂아주는 게 기판 건강에 좋긴 합니다만 어울리는 키캡 매칭을 위해 고민하느라 가장 늦게 장착해 주었습니다. 아이페이 반투명 키캡들로 조합을 했는데 어떠신가요?
빌드 후
▲ 빌드 후 무게는 약 1,870g으로 많이 무겁지는 않습니다.
▲ LED가 나오긴 합니다만 광량이 엄청 밝지는 않습니다. 은은하게 키캡 아래에서 퍼지는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FN'키를 이용해 LED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 별도의 인디케이터는 존재하지 않고 캡스락이 ON되어 있으면 흰색 LED로 표시됩니다.
▲ 사실 SPM AL82B 베어본을 처음 본 순간 MONSGEEK M1과 매우 흡사한 상판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비교해 보려고 M1W 퍼플을 가져와 봤는데 넓은 하우징 베젤이 무척이나 흡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노브도 서로 교체해서 장착은 가능했지만 M1W 노브가 많이 높은 편이고 돌릴 때 불편한 느낌이 나서 상호 교체는 절대 비추 드립니다.
▲ 타건 영상입니다. 플렉스컷 & 가스켓 구조답게 꾹꾹이도 잘 되고 도각이는 폼떡 사운드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테빌도 무난한 수준입니다.
▲ 빌드 할 때는 베젤이 넓어서 키캡이 어울리려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름 잘 어울리게 매칭됐다고 생각합니다.
▲ 평평한 디자인인 AL82A과 달리 단층 구조를 도입한 AL82B입니다.
전용 소프트웨어
▲ 전용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키 매핑을 하거나 LED 효과를 설정해 줄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매크로 기능도 제공하구요. 키 매핑은 FN 레이어를 2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잘만 사용한다면 꽤 편리한 기능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프로파일은 10개나 저장할 수 있습니다.
▲ 키보드 설정 - 시스템 - 디바운스 타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레이턴시 테스터를 통해 실측했을 때에는 디바운스 타임 1당 레이턴시가 약 1ms씩 조정이 되었구요 1부터 10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키보드 펌웨어를 할 수는 없고 SPM에서 제공하는 파일을 단독 실행해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해주셔야 합니다.
레이턴시 측정
▲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기판도 빠릿빠릿하면 좋겠죠? 게이밍에 어울리는 레이턴시 3ms가 맞는지 측정하기 위해 기판 레이턴시 측정을 해보았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제품에 대한 이슈인지 소프트웨어 이슈인지 모르겠지만 제조사가 제공한 값과 다르게 측정이 되어 유통사를 통해 제조 공장에 문의를 해놓은 상황입니다. SPM에서 제조 공장에 문의 결과 곧 레이턴시 수치가 정상으로 반영된 펌웨어가 나올 것 같습니다. 추후 피드백을 받는 대로 게시글에도 업데이트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전 PL87A 리뷰 때처럼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레이턴시를 변경할 수 있다는게 똑같네요.
(6. 30. 내용 추가)
6월 29일자로 나온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해 주면 디바운스 타임 1 기준으로 기판 레이턴시가 2~3ms로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대로 측정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미 구입하신 분이라면 꼭 펌웨어 업데이트를 실시하시길 권장드립니다.
종합 평가
* PLUS
- 정방향 핫스왑 스위치
- FR4 보강판
- 폼떡 빌드에 최적화된 흡음 및 플렉스 컷 구성
- 부드럽고 매끄러운 하우징 마감
- 전용 소프트웨어 지원
- 게이밍으로 손색없는 기판 레이턴시 (3ms)
* 6월 29일자 펌웨어 업데이트 후 레이턴시 적용
* MINUS
- 미관상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넓은 베젤
- 뚱뚱한 스위치(예: bsun) 장착 난이도가 높음
- 온리 유선 지원
* 한 줄 평
- 합리적인 가격으로 딱히 손볼 곳 없는 폼떡 빌드 커스텀 키보드 입문기
"본 사용기는 SPM과 이엠베스트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