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하이저의 새로운 레퍼런스

젠하이저(Sennheiser)는 HD600, HD820 등과 같은 레퍼런스 헤드폰 모델들로 음악 감상은 물론 전문적인 모니터링 용도의 헤드폰 제조사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리뷰 할 HD 490 Pro는 이러한 레퍼런스 계보를 이을만한 오픈형 모니터링 헤드폰으로, 작년 젠하이저에서 출시한 최신형 모델입니다. 어떤 변화와 어떤 발전이 있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픈형 헤드폰

젠하이저 HD490 PRO는 우선 오픈형 헤드폰으로, 밀폐형 헤드폰과 달리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옵니다. 그렇기 때문 녹음을 하는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음악 감상이나 작곡, 믹싱 작업 등에 적합합니다.
보통의 오픈형 헤드폰들은 밀폐형 헤드폰에 비해 저음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약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HD490 PRO는 내부에 특수 실린더(Resonator Cylinder)가 탑재돼 있어 저음 손실을 보완해줍니다. 이때문에 오픈형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하고 풍성한 저음 재생이 가능한 모델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레퍼런스 헤드폰이라고 불리는 HD600, HD650, HD660S 등의 디자인은 조금씩은 달라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 젠하이저의 디자인 DNA를 캐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HD490 PRO는 앞선 헤드폰들과는 좀 더 다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더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의 디자인이고, 특히 헤드 밴드 디자인이 바뀌면서 착용감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기존 HD600 등의 헤드폰의 경우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의 경우 귀 아래 쪽이 뜨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HD490 PRO의 경우 헤드 밴드의 장력이 좀 더 좋아졌고 인체 공학적인 설계로 귀 아래 쪽이 뜨는 문제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고임피던스

HD490 PRO는 믹싱, 마스터링 등 음악 제작단계에 적합한 제품인 만큼 임피던스가 높은 편입니다. 스펙에는 130옴이라고 적혀 있듯, 보통의 프로용 헤드폰들이 40~50옴인 것을 생각하면 3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고로 출력이 낮은 출력 기기에 이 모델을 연결할 경우 충분한 사운드를 듣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감도는 높은 편이라 볼륨 확보가 어렵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출력 기기의 아웃풋 임피던스가 1~5옴 수준이면 이상적일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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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무게

HD490 PRO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게입니다. 개인적으로 300g이 넘어가는 헤드폰은 장시간 사용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헤드폰이 무거우면 귀와 두통, 더 나아가서는 목에도 통증이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도 제가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주로 200g대 제품들입니다. 그런데 HD490 PRO 역시 260g 대 제품으로 가벼운 측에 속해서 제 기준에 충족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체 가능한 이어패드와 헤드패드

또 하나의 큰 장점은 바로 이어패드와 헤드패드가 교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프로용 헤드폰은 아무래도 사용 시간고 길고 오랜 기간 보유하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어패드와 헤드패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낡고 닳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이어패드와 헤드패드를 교체할 수 있는 구조로 돼있거나 소모품을 별도 구입할 수 있게 해놓은 모델과 제조사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젠하이저 HD490 PRO는 두가지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으며 PLUS 버젼의 경우 교체품도 기본 제공하고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좋은 제품입니다.

좌우 연결 가능한 케이블

HD490 PRO는 좌/우 중 어느 한쪽에만 연결해도 사용이 가능한 형태로 디자인 돼있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모니터링용 헤드폰이 왼쪽에 케이블 단자가 있었는데 이제는 사용자 환경에 맞게 오른쪽으로 연결해서 사용 가능한 것입니다.

그리고 끝쪽에만 4~5바퀴 돼지꼬리로 감겨 있어서, 과거 주렁주렁 매달리는 느낌이 나던 헤드폰들과 달리 훨씬 가볍고 사용에 있어 편리합니다.

패브릭패드와 벨루어 패드

여타 모니터링용 헤드폰과 HD490 PRO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2가지 이어패드가 제공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을 받았을 때는 기본적으로 벨루어 패드가 장착돼있었고 초반 며칠은 이 패드로 사용을 해봤었습니다.

우선 벨루어 패드는 너무나 부드럽고 폭신한 촉감 때문에 착용감 또한 훌륭했습니다. 아마 여태까지 써 본 모든 헤드폰 통틀어서도 기억에 남을 착용감이었습니다.

벨루어 패드는 프로듀싱 이어 패드라고 불리는 옵션이며 주파수 응답 곡선을 보면 저음역대가 많이 올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게 오픈형 헤드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단단하면서도 풍성한 베이스를 들려주는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나 베이스 양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부담스럽거나 인위적인 느낌은 들지 않아서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과한 베이스는 자칫 다른 음역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HD490 PRO에서는 그런 마스킹 현상도 크게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사운드 특성상 중역대가 조금 빠져있어서 특히 사람 목소리가 조금 가볍게 들리거나 상대적으로 고음은 부스트 돼있어서 곡에 따라 거슬리게 들리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단점으로 꼽기 보다는 벨루어 패드의 개성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믹싱 이어패드, 패브릭

두번째 패드는 믹싱 이어 패드라고 불리는 패브릭 소재 패드입니다. 벨루어 패드에 비하면 살짝 거칠고 딱딱한 촉감의 패드입니다만 착용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물론 벨루어 패드를 쓰다가 바로 패브릭 패드를 써보면 조금의 불편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믹싱 이어 패드는 주파수 응답 곡선에서도 확인 할 수 있듯이 저음역대 부스트 돼있던 것이 다림질한 듯 일자로 펴져있습니다. 벨루어 패드에서의 풍만했던 저음이 줄어드니 좀 더 밸런스 있게 들릴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패드를 교체해서 들어봤을 때는 단순히 저음의 양감이 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헤드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혀 다른 사운드 캐릭터를 들려줬습니다.

밸런스가 좋아진 것은 당연하고 중역대, 고역대의 반응도 상당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얼핏 주파수 응답 곡선만 보면 중고음이 더 줄어드는거 아닌가 싶지만 청감상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목소리가 더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살짝 강조됐던 고음들이 차분해져서 훨씬 안정적인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믹싱, 마스터링 작업에서도 HD490 PRO를 사용했을 때 좀 더 빠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총평

젠하이저는 레퍼런스 헤드폰이라 칭해지는 모델을 여럿 보유하고 있는 제조사입니다. 여기서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신형 모델인 HD490 PRO는 단지 과거 모델들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시도들과 실험을 통해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 여러 설계 의도가 스튜디오 엔지니어들과 음향 관련 종사자들의 니즈를 간파했다는 것이 느껴지며 사운드 역시 완성도에 가까웠습니다.

훌륭한 해상도와 반짝 거리는 질감은 여타 헤드폰에서는 접하기 힘든 HD490 PRO만의 특징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엔지니어 뿐만 아니라 프로듀싱 패드인 벨루어 패드를 사용한다면 일반 헤드파이 소비자들의 입맛 또한 충분히 충족시킬 제품임에 틀림 없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국내 판매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매력적인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