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근래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키보드 신제품덕에 토프레사의 리얼포스시리즈는 특수분야나 일반 업무용 또는 키보드자체에 관심이 많은 유저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그 키감으로 인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리얼포스는 키압과 배열 기념모델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국내에서만 10주년 모델로 45G 균등 저소음 모델을 발매하였습니다. 이 모델은 스탠다드모델이라 생각되는 55G 모델에 비해 낮은 키압과, 차등모델과 달리 전 키의 요구압이 45G로 균등한 저소음모델입니다.
개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모델의 특수성은 외관상의 10주년모델 디자인외에도 45G 균등이라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리얼포스는 55G 모델이 주를 이루고 키압의 차를 둔 차등모델과 저소음모델로 분화되어 판매될 뿐 정식루트로는 45G 균등모델을 구할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이 45G 모델이 나오게 됨으로써 기존 55G 모델의 키압이 부담스러운 사용자와 차등의 타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용자에게 좋은 대안이 됨과 동시에 기존 87U 모델과 달리 부식에 약한 단점 역시 도색으로 보강된 버전이라는 점입니다.또한 숫자키패드가 익숙한 사용자에겐 별매로 고가인 키패드를 구매하지 않고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점 역시 메리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45G 버전을 일반 균등 모델이 아닌 저소음 모델을 먼저 내놓고, 더불어 키패드가 붙은 모델임으로 봐서는 키보드 매니아보다는 실구매수요층이 실무용도에 두텁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구성
해외구매와 달리 국내 레오폴드 유통제품은 개봉면에 레오폴드 스티커로 밀봉되어 있으며 포장은 단순한 무지박스입니다. 87U 의 경우와 달리 구성품은 키보드외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87U 모델의 경우 후면의 딥스위치로 좌측 컨트롤키와 캡스락의 위치를 바꿔줄 수 있기 때문에 교체용 캡스락키와 컨트롤키가 들어 있고, 교체용 철제 키캡리무버 역시 동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동봉된 키캡리무버는 교체시 키캡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와이어 형식의 리무버를 사용하는 걸 권합니다. 레오폴드 유통 87U 모델에는 이 외에도 빨간색 ESC 키와 보라색 WASD 키도 들어있으나, 본 모델은 오직 키보드 단품입니다.
기능 1
같은 10주년모델이긴 하지만 87 모델과는 달리 컨트롤과 캡스락 변환 딥스위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87 10주년 모델에만 채택되었던 붉은색 LED는 볼 수 없으며 LED 구조로 인한 좌하단 컨트럴키의 덜렁임 현상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87U 모델과 병행 사용시 넘락을 활성화 시키면 87U 모델의 내부 숫자패드가 동시에 활성화 되므로 딥스위치를 이용하여 비활성화 시켜 병용할 수 있습니다.
87U 모델 후면은 USB 케이블을 측면외에도 후면으로 변경배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본 모델은 오직 양쪽 측면으로만 케이블의 위치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기능 2
스위치방식은 정전용량방식(무접점)입니다. 접점을 접촉하지 않더라도 하중의 영향없이 내부의 원뿔형 스프링에 완만한 압력으로 키입력을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짧은 시간 하중변화가 급격해져 스트로크가 매우 짧게 느껴질 수 있는 일반 더블돔(외측과 내측이 맞닿아 전극을 누르는)구조의 멤브레인방식과는 구별됩니다. 오래된 모델의 경우 PS/2 연결시 전키 동시입력이 가능한 모델도 있었습니다만 USB 인 현재시리즈의 경우 N키롤오버에 대응해 6+1키 동시입력이 가능합니다.
기능 3
키탑은 스텝스컬쳐2 방식이 적용되어 있습니다.따라서 낮은 열의 키는 경사를 상대적으로 높게, 높은 열의 키는 낮게 하여 손가락을 구부렸을 때 키에 손가락을 직각으로 똑바로 누를 수 있고, 손가락과 키캡의 표면적을 일정하게 유지시켜주어 오타율을 줄이고 타이핑을 편하게 도와줍니다.근래 발매되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이 방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특유의 장점이라고 볼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키탑인쇄는 염료승화방식으로 고온, 고압의 염료를 사출물에 침투시켜 제작하기 때문에 표면이 마모돼도 각인이 지워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며 고품질의 키캡은 타건감을 향상시키는데에도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칩니다. 흰색과 먹각포함한 유색의 키캡의 질감이 미묘하게 다른 느낌인데 우열의 문제는 아니고 흰색이 좀 더 미끄러운 쪽의 느낌이 듭니다.
또한 스페이스바의 경우는 다른 키와 달리 ABS 재질로 되어 있어 (뒤틀림의 문제로) 일정 기간 사용시 번들거리게 되는 현상으로 인해 공제 제품을 어렵게 구하시는 경우도 있어 아쉬움을 줍니다.
기능 4
키보드 자체가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87 1.2Kg, 104 1.4Kg) 타건시 밀림이나, 흔들림없는 안정적인 타건이 가능하며, 저소음 모델이기에 더 조용한 타건이 가능합니다.
인간의 청각 감도가 높은 주파수성분이 있는 2500 ~ 5000Hz 영역의 자극 진폭을 낮추도록 개량하여, 청각자극을 극한까지 (30% 감소) 낮추는 것에 성공하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무실같이 주위 환경상 조용한 타건이 요구되는 경우에도 좋은 키감을 유지하며 사용가능한 제품입니다.
기존의 차등 저소음 모델을 타건시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어서 저소음모델에 관한 편견이 있던 차에 이 모델을 접하고 저소음보다는 개인적으로 차등모델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키압이 45G로 균등하기에 55G 보다 부드러운 키감으로 장시간의 타이핑에도 무리가 없으며, 키압편차로 인한 개인적 어색함이나 피로도가 낮아 55G에 비해 단시간 입력보다는 장시간 사용시 빛을 발한다고 여겨집니다. 윤활이 되어 나오기 때문에 초기 개봉시에 몇몇 키들에서 찌걱이는 소리가 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차츰 사라집니다.
외관
기존의 화이트와 먹색 모델에 비해 10주년 모델은 상당히 파격적인 색임에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근래의 화려한 LED 나 RGB로 개성을 살린 다양한 기계식 키보드들의 화려한 외관에 비한다면 상당히 단순합니다. 그러나 그 단순함이 오히려 키보드 본연의 느낌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만큼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주며, 저채도의 배색으로 과한 포인트를 피하면서도 다른 키보드에서는 볼 수 없는 색조합으로 나름 개성을 살린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F키 위쪽 상단부가 좀 더 강조된 여백을 두어 안정감 있게 보이기는 하지만 87 모델과 달리 패드키까지 있는 크기에서는 자못 그 크기로 인해 투박한 인상도 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흰색 모델이 클래식하면서도 엔틱한 느낌을 줘서 가장 선호하는 모델이기에 기존 텐키리스 모델의 45G 흰색 모델이 추가 발매되었으면 하지만 관계자분의 말씀으로는 조만간 새 모델이 발매될 계획은 없다는 말씀을 들어 아쉬웠습니다.
키감
키감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개인차가 존재하므로 사용하시는 분의 느낌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전 사용중인 55G의 키감을 상당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타건시간이 길어지면 키압이 조금 부담이 되었습니다. 타건을 해보고 바로 구매했었는데 그 이유가 55G를 미리 써보고 있어서였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만약 55G 를 쓰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두 개를 처음 접했다면 분명 55G 를 골랐을 거라 생각합니다.
리얼포스45G 균등의 키감은 한마디로 부드럽고 쫀득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기본적으로 구조상 접점에 비벼누르듯 닿지 않더라도 입력이 되는 방식과 원뿔형 스프링의 반발력으로,키를 쳤을 때 손가락에 키가 따라 붙어 올라오는 느낌이, 그 반발력으로 다음 키를 바로 연결하도록 대기하게끔 만들어, 치는 속도를 가속화하거나 부담을 줄여주게 됩니다.
따라서 키압이 높아 반발력이 좀 더 높은 55G 는 상대적으로 손끝이 느끼는 맛은 더 극대화되지만, 피로도는 좀 더 상승하고, 45G의 경우는 그에 비해 맛은 덜하지만 피로도가 거의 없고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는 점입니다. 기계식도 유사한 비유로 본다면 적축과 흑축의 느낌을 45 와 55의 관계로 볼수도 있겠지만 가장 크게 느껴지는 차이점이라면 적축과 흑축에서 느껴지는 감보다는 안쪽에서 뭔가 잡아주고 끌어당기는 좋은 느낌이 하나 더 들어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반발력이 주는 구분감에 있어서도, 키압이 높은 흑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축은 구분감이 덜한 반면, 리얼포스의 경우는 45G 의 경우에도 낮은 키압과 부드러움 속에도 각 키들의 구분감이 살아 있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타건을 해본 무접점 방식의 키보드중에는 같은 45G 인 해피해킹 타입에스 모델과 가장 흡사한 타건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타입에스가 미세하게 구분감이 더 좋아 정갈한 느낌쪽이고 리얼포스의 경우 그에 반해 미세하게 부드러운 쪽입니다. 우열을 나눌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차이이나 그 작은 차이면에서는 개인적으로 타입에스쪽의 그 미세한 정갈함이 좋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태빌라이저가 들어가는 보조키들의 경우 다른 키보드의 경우 일반키와 달리 상당한 소음과 조금씩 차이나는 키압으로 인해 타건시 민감한 경우 신경이 쓰이게 되고, 윤활작업이나 축교체로 해결을 하는 방법이 있지만,45G 의 경우 기본키와 보조키 사이의 소음이나 키압차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균일한 감각으로 칠 수 있어 타건감을 더욱 향상시켜 줍니다. 체감키압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또박또박 친다는 느낌없이 흐트러지듯 손을 놀려도 오타가 적고 낮은 키압에도 반발력이 좋아서 그에 맞춰 리듬을 타듯 키 사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타건소리 역시 55G 가 '도각도각' 이라고 한다면 빠른 입력시 저소음 모델이므로 약한 '도로롱' 소리가 나 키감과 더불어 귀를 즐겁게 해 줍니다. (한성 무접점의 극도의? 도로로롱은 아닙니다만...)
장단
장점 : 저압이지만 부드럽고 구분감 있는 키감
과하지 않은 개성있는 디자인
국내만 첫 발매된 45G 균등 저소음 모델
단점 : ABS 스페이스바
일부 마감문제
일체형 USB
부가기능 없음
총평
리얼포스 시리즈는 신제품게시판에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키보드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지는 근래의 분위기에 맞춰 키보드에 관심을 갖게되는 많은 유저분들이 한 번쯤은 관심을 가져보게 되는 기종임에는 틀림없을것입니다, 다만 국내의 상대적인 높은 가격대로 인해 쉬이 구매를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며, 더욱이 그 차이를 체감한다는 것 역시 다양한 선택지와 개인취향에 달려있어 보편적인 우열의 기준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위 끝판왕? 의 타이틀을 붙여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 키보드라는 국한된 영역에서 리얼포스는 키보드 본연의 키감이라는 측면에 가장 충실한 기성품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을 뿐더러 취향에 따라 선택가능한 모델도 세분화 되어 있으며, 그제 발매된 45G 균등 저소음 모델의 경우 레딧에 이틀전 올라온 실물 사진에 200여개의 리플이 달리는 관심을 받는 국내유일 발매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리얼포스 유저중 저압 저소음 '균등'모델을 원했던 유저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모델이며, 새로 리얼포스를 구매하려는 예비구매자에게는 또 하나의 즐거운 선택지로서 기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번외 : 리얼포스 55G 균등 화이트
https://www.massdrop.com/buy/custom-topre-keycap-set
(__)
첨언 :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은 반드시 타건을 하시고 구매하시는 걸 권합니다 모델별로 타건감과 소음 디자인등 차이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같은 방식이라고 비슷할 거라 구매하시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들게 될 수 있습니다.
구매 후 적어도 보름 이상은 지나야 제 키감에 가까워집니다. 구매 후 원하는 키감과 비슷한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신다면 보름정도까지는 꾸준히 사용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