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에서 영역을 넓혀가며 꾸준히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 있을 많은 변수에 대비 가능한 체력과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된 기업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는 우리나라 토종 브랜드가 있다. 바로 마이크로닉스가 그 주인공이다.
2017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진행되는 글로벌 ICT 전시회, 컴퓨텍스 타이베이(COMPUTEX TAIPEI) 2017에 참여한 마이크로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인다. 그것도 역대 최대규모인데다 주변에는 에이수스, 에이서 등 유명 PC 제조사들이 모여 있는 전시장 중앙에 전시관이 배치되어 주목 받고 있다.
유명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마이크로닉스. 컴퓨텍스 2017에 다시 참여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행사를 총 지휘하기 위해 타이완을 찾은 강현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노크해도 되겠다 싶었다
마이크로닉스의 컴퓨텍스 참가는 공식적으로 이번이 두 번째. 과거에는 타 기업과 함께 속칭 묻어서(?) 참여했지만 단독 전시관으로 관람객을 맞는 일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처음 컴퓨텍스에 참가할 때에는 가능성을 엿보자 정도의 파일럿 행사 성격이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전시관을 찾은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았고 그에 따른 자신감 또한 생겼다고.
“지난해 경험으로 봤을 때, 우리도 이제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려도 되겠다 싶었다. 컴퓨텍스 2017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고 돌아가겠다.”
강현민 대표가 강조한 부분이 여기에 있다. 풍부한 경험과 기술력을 품고 있는 마이크로닉스가 이제 세계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시기가 됐다는 점이다. 사람 나이로 이제 막 20대를 시작하고 있는 젊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세계 무대에서의 인정에 갈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성과는 마이크로닉스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당장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호주와의 총판 계약 성사를 시작으로 몇몇 국가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컴퓨텍스는 마이크로닉스의 장점을 더 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강현민 대표는 “그들만의 주문자 생산방식 기업이 아니라 마이크로닉스라는 브랜드의 특성을 품고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술과 신뢰, 수량보다 질적인 점을 앞세우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이런 점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 그는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수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꾸준히 진지하게 대한다면 시장도 그렇게 따라 오리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었다. 마이크로닉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당장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멀리 있는 가치에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다.
컴퓨텍스 내 전시관의 인기 상품은 ‘올인원과 케이스, 파워 순’
컴퓨텍스에 진출한 계기는 또 있다. 제조와 판매를 모두 진행하는 국내 브랜드 입장에서는 작은 국내 시장만으로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해외시장이다. 국내보다 해외에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이에 강현민 대표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사 진출 시기도 지난해 12월부터 준비해 왔을 정도다.
이렇게 준비한 전시관 내 상품은 어떤 것이 인기가 좋을까? 강 대표는 솔직히 “올인원 PC와 전원공급장치”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원공급장치 본체 측면에 LED를 적용한 상품이 인기다.
별개로 전원공급장치 시장은 현재 RGB 적용이 유행이다, 일부는 냉각팬에만 LED를 구현하는 식으로 튜닝 PC를 꾸밀 수 있다지만 자사처럼 기기 모서리 측면 자체에 LED 바를 삽입해 효과를 주는 제품은 첨이라고. 하우징 자체에 RGB LED를 적용하는 것은 자신들이 최초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부분에 대한 디자인 특허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닉스는 별도로 자체 개발한 냉각팬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제품은 날개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형상에 대한 특허 등록까지 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이 외에도 자체 설계한 그래픽카드와 올인원 PC 등의 완성도를 높여 소비자 만족도를 함께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강현민 대표는 “파워도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CPU 메인보드가 플랫폼이라고 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많은 제조사들은 부품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지만 마이크로닉스는 전원공급장치 주변으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튜닝 PC 시장을 목표로 한 측면 LED 전원공급장치가 대표적이다.
마이크로닉스는 한국 기업이다
5년 사이에 10배 가량 성장한 마이크로닉스. 다루는 상품도 과거 케이스나 전원공급장치에서 벗어나 일체형 PC, 모니터, 그래픽카드 등 영역이 넓어졌다. 이 중 대부분은 직접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는 진짜 회사의 주력 상품이다. 강현민 대표도 여기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했다.
그는 “국내 PC 부품은 대부분 수입 유통에 의존하고 있다. 이건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국내 들여온 것 밖에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우리는 많은 상품을 자체 개발해 수출하기도 한다. 우리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곳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넓히려고 한다면, 마이크로닉스는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기술적인 우위와 프리미엄 완제품 형태로 지속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자신만의 특색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믿음 때문이다.
마이크로닉스는 한국 기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강현민 대표. 누가 무엇을 들여왔는가 보다는 누가 어떻게 완성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국내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약속했다. 또한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며 해외 및 국내 소비자들과도 눈높이를 맞출 전망이다. 브랜드 특색을 전면에 내세운 마이크로닉스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