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주말, 식구들과 한 끼 정도는 고기를 먹어줘야죠. 그렇다면 고기는 뭘로 구워드시나요. 캠핑이라도 갔다면 바비큐로 한껏 분위기라도 내겠지만 집에서 먹어야 한다면... 역시... 프라이팬? 하지만 프라이팬으로는 3인 가족만 돼도 먹는 속도를 감당할 수 없어 한 명은 굽기만 하다가 끝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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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보기]
그래서, 고기를 먹을 땐 와이드 그릴이 필요한 겁니다. 뭐, 비싸고 좋은 제품들도 많지만 이게 또 그렇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아니다 보니 높은 금액을 투자하기가 좀 꺼려지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다나와 최저가 1만 5천 원으로 아이들 장난감보다 저렴한 제품 키친아트 KAG-1545를 사용해보려고 합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이거 제대로 된 제품은 맞는 건지 궁금하거든요. 일단 제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고기를 넉넉히 올릴 수 있는 와이드 형태에 그릴 없이 불판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불판 두께는 3.5mm(실측)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보다는 다소 얇은 편에 속하며 불소수지 코팅으로 내열성과 전기 전연성이 좋습니다.
좋게 심플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가격대 만큼의 저렴한 느낌이 많이 납니다. 실제로 저렴하니까요.
기름 배출구는 잘 잡혀있습니다. 기름 받이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종이컵 같은 걸 이용해야 합니다.
온도 조절기는 비싼 제품이나 저렴한 제품이나 규격이 거의 통일되어 있을 겁니다.
아무튼 익숙한 형태에 최저부터 5단까지 총 6단계 온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뒤에 온도 측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대 260도에서 29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데 손잡이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최고온도까지 달궈져도 어렵지 않게 옮길 수 있습니다. 하부 마감은 스테인리스라 기본적인 내구성은 갖추었고 다리에는 미끄러짐 방지를 위한 고무 패드도 부착되어 있습니다.
온도 조절기 쪽 하단에는 기름 배출이 용이하도록 불판을 기울 수 있는 받침대도 있습니다. 가격 때문인지 받침대가 다소 부실해 보이긴 하지만 실 사용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받침대를 펴면 다리가 제법 높게 들리는데 그러는 것치고는 경사각이 높게 나오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약간이라도 경사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니까요.
저렴하다고 해서 다른 제품들 보다 크기가 작지는 않습니다.
넉넉한 사이즈에 무게는 가벼워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건 저렴한 제품만의 장점이라고 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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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관련 사항 체크]
사실, 와이드 그릴은 장식품이 아닌 조리기구이기 때문에 모양이나 만듦새보다는 얼마나 빨리 가열되고 천천히 식는지 그리고 불판이 얼마나 골고루 가열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온도 관리 기술이 곧 가격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키친아트 KAG-1545는 너무 저렴해서 온도 관련 기능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좀 걱정되더군요. 그래서 전문가는 아니지만 가볍게 온도 체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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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최저부터 5단까지 각 단계별 온도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레이저 온도 측정기를 이용해 불판 표면 중앙 부분의 온도를 측정하였으며, 전원 OFF 상태에서는 29.1도였습니다. 어린 두 딸이 있어 집안에서 하기에는 위험하여 야외에서 측정하였고, 그로 인해 날씨 변화에 따른 온도 변화가 ±3도 정도 발생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사진을 전부 나열하면 스크롤 압박이 너무 심해 움짤로 만들었습니다. 각 단계별 소모되는 전력량은 모두 동일하였고(아주 미미한 차이) 기본적으로 동일 전력으로 최고 온도까지 가열 후 단계별 온도까지 식히는 방식으로 온도가 조절되었습니다. 때문에 최저와 1단을 제외한 2단부터 5단 까지는 단계 구분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로 같은 온도로 측정되었습니다. 2단부터 5단까지 모두 260도가 나왔습니다.
뭐, 고기 구울 때는 대부분 최고 온도로 두고 사용하니까 실 사용 시 상관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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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 이용 시 260도에서 최고 290도까지 불판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때 좌우 손잡이의 온도는 60도가 채 되지 않아 맨손으로 잡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좌우 손잡이의 온도가 10도 정도 차이가 나는데 그 이유는 뒤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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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불판이 최고 온도까지 다다르는덴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5단으로 설정하였고 온도가 상승하다가 온도 조절을 위해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시점까지의 시간과 온도입니다.
약 290도까지 올라가는 데 약 3분이 걸렸으며 230도 까지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상승하다가 250도 지점부터 서서히 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5단이라고 특별히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고온에서는 온도 상승이 다소 더뎠지만 불판이 얇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빠르게 가열되는 모습이었습니다.
※ 최고점 온도는 약 260도에서 290도 사이로 매번 달랐으며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260도인 경우가 많았으며 10번 중 2번 정도의 비율로 290도가 측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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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최고점 가열 후 완전히 식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불판 위에 고기를 올려두고 먹으려면 아무래도 온도가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260도에서 전원 OFF 시와 동일한 30도까지 내려가는데 약 15분 40초가 소요되었습니다. 불판이 얇아 빠르게 가열된 것에 비해 식는 속도는 제법 더뎠는데 초반 30초 동안은 약 200도까지 빠르게 온도가 내려갔으며 이후로는 서서히 식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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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불판 표면 각 지점마다의 온도 차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불판의 온도가 일정하게 분포되고 유지되는 것은 와이드 그릴의 품질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부분에서 가격차이도 발생하는 것이지요.
온도 측정은 위에 나열된 순서대로 진행하였으며 측정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판 온도가 최고점을 찍고 온도 조절기의 전원이 꺼지는 순간 30초 이내에 측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수차례 연습 후 동일 측정을 5회 진행하였습니다. 다행히 5회 측정 모두 비슷한 값을 보였으며 마지막에 측정한 수치를 아래에 정리하였습니다.
정리된 위 이미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불판 중앙의 온도가 제일 높으며 이를 기준으로 온도 조절기가 있는 좌측과 온도 조절기가 없는 우측의 온도차가 상당히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측 끝자락까지 오면 거의 100도 가까이 온도 차이가 벌어지는데 이는 실 사용 시 고기가 익는 속도로 체감됩니다. 부지런히 고기를 옮겨가며 구우면 별문제는 없지만 손이 바빠지는 걸 싫어하는 분들에게는 아무래도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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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구워보면서 체크]
제품의 성능 확인을 위해 온도를 측정해보았는데 아무래도 저렴한 제품이다 보니 "좋구나!"라는 말이 나오기는 어려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 사용에 문제만 없다면 가격이 모든 걸 납득하게 해주는 것이 가성비라는 영역 아니겠습니까. 지금부터 오겹살과 항정살 그리고 햄과 버섯을 구워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더 시각적인 확인을 위해 전원 OFF 상태에서 모두 세팅해두고 5단으로 올렸는데 중앙과 온도 조절기 부근에 놓은 오겹살은 빠르게 익었지만 반대편의 항정살은 매우 서서히 익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으로도 보이죠.
뭐 불판 위에서 이리저리 휘저어 주면 결국에는 다 익어서 그리 큰 문제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 저기가 좀 덜 익어? 그럼 거의 다 익은 걸 저쪽으로 옮기고 덜 익은 걸 중앙으로 둬" 뭐 이런 느낌인 거죠.
리뷰고 뭐고 일단 먹고 보겠습니다.
부모님도 아주 맛나게 드셨습니다.
온도 차이로 인해 손이 많이 바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사용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른 와이드 그릴 사용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직접 측정해보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좀 있는 제품들도 그리 온도가 균일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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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배출구는 제 역할을 잘 하기는 하는데 불판이 중앙 이 볼록하고 가장 자리로 경사가 진 형태다 보니 받침대를 세워도 기름이 모서리 부분에 고이더군요. 어느 정도 고이면 배출구로 흘러나오기는 했는데 모서리 쪽에 찰랑 거리며 고여있는 기름이 은근 신경 쓰였습니다. 저희 장관님이나 동생은 "난 괜찮은데?"라고 한걸 봐서는 사람 성격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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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온 가족이 부모님댁에 모여 모처럼 신나게 고기파티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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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파티가 끝난 후 불판 정리는 제품의 품질을 확인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날 처음 사용했는데 제법 고기가 누른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연히 휴지로는 닦이지 않고요. 코팅이 벗겨진 건 아니므로 이럴 땐 온도를 올리고 물을 살짝 부어주면 손쉽게 깔끔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누른 걸 제거하겠다고 수세미로 강하게 문지르면 코팅이 마모되므로 가급적 부드럽게 다뤄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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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부치기에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 그리고 우리 장관님 4명에게 키친아트 KAG-1545에 대해 물어봤을 때 만장일치로 "이건 고기 전용이야."라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혹시 전 부칠 때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장관님과 동생에게 부추전을 요청하여 보았습니다.
제가 볼 땐 괜찮아 보였는데 두 사람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기름이 가장 자리로 다 흘러내려서 이건 전 부치기에는 좀 안 맞고 그냥 고기만 구워야 할거 같아."
그리고는 프라이팬을 들고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노릇하게 굽기에는 기름이 고이는 프라이팬이 한 수 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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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코멘트]
어쩌다 보니 아쉬운 점을 좀 많이 이야기한 것 같은데 사실 1만 5천 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울 부분이 없는 제품입니다.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만 사도 2만 원인 세상인데 고기 불판이 이 가격이면 뭐 막 쓰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수준인 거죠. 사실 이 제품은 이 부분이 포인트입니다. 워낙 저렴해서 여행 갈 때 가볍게 하나 구매해 들고 가 막 쓰고 나서 버리고 와도 아쉽지 않은 제품인 거죠. 그렇다고 성능이나 기능이 엉망이냐, 직접 써보니 그렇지 않아서 그냥 집에 하나 두고 써도 될 정도는 되더라 이겁니다.
"우리 집은 고기를 거의 매일 먹기 때문에 좋은 제품이 필요해!"라면 추천하기 어렵지만
"집에서 고기 굽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어쩌다 한번 먹을 때 좀 아쉬워서 저렴하게 하나사볼까 하는데"라면 충분히 추천할만한 제품인 겁니다. 그리고 딱 그런 콘셉트으로 나온 제품이기도 하고요.
이제 어떤 분들이 구매하셔야 하는지 아셨죠?
주말에 식구들과 고기파티하실 겁니까? 답답하게 프라이팬 쓰지 마시고 와이드 그릴 쓰세요.
고기 맛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