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향기기에 대해서 문외한입니다. 음악감상보다는 책을 주로 읽고 유행가나 아이돌을 전혀 모르며 흔한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 없습니다. 쓸 일이 없으니 장만을 하지 않았죠. 유일하게 장만해본 음향기기라곤 PC용 2채널 스피커가 전부군요. 이런 제가 Creative STAGE V2를 구입하게 된 계기는 음향기기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PC 모니터를 구매하게 되면서였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27인치 모니터인 27GN950으로는 크기의 한계로 인해 몰입감에 부족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올해 초부터 각 컴퓨터 커뮤니티에 48CX 모니터 사용기가 올라오면서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한 주사율과 반응속도 그리고 4K 해상도를 만족하며 48인치나 되는 거대한 크기의 모니터가 제 시선을 끌었습니다. 삼성 오디세이 G9와 같은 울트라 와이드 형태의 모니터도 있지만 이미 27GN950을 사용하면서 4K의 매력에 푹 빠져있던 저에게 오디세이 G9는 좋긴 좋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죠. 그러던 중에 48CX를 알게 된 것입니다.
48CX는 특이한 태생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것은 한 장의 거대한 원판 패널에서 77인치 패널을 잘라내고 난 자투리를 활용할 방법으로 나온 모델이란 점입니다. TV로요. 하지만 48인치라는 TV로 쓰기에는 애매한 크기의 TV는 4K 해상도, 주사율 120Hz, 1ms의 응답속도로 아이러니하게도 TV가 아닌 게이밍 모니터로 인기를 끌기 시작 했습니다. 결국 제 귀에도 들려왔고요. 마치 뒷고기 같은 이야기네요. 팔기에는 애매한 제품이 더 알맞은 용도를 찾아내 워너비 아이템이 되다니요.
48CX에 끌리면서도 구매를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가 좁은 방에 48인치나 되는 거대한 모니터를 들이는게 과연 맞을까? 너무 공간 낭비가 아닐까 였었는데 그렇다면 활용도를 더 늘려보자 였습니다. 애초에 TV로 나온 물건이니 침실 TV로도 사용한다면 모니터 하나로 두가지 역할을 하는 활용도가 2배인 물건이 되겠죠. 그리고 48인치는 온가족이 같이 보는 거실용 TV로는 아쉽지만 침실용 TV로는 괜찮으니까요. 침대 발치로 책상을 배치하고 모니터암에 48CX를 물려 놓은 상태로 PC용 모니터로 사용하다가 수평으로 180도 회전하여 침대를 바라보게 하면 침실 모니터가 되는 것이죠. 그렇게 48CX를 장만하고 제가 생각하는 데스크셋업에 맞추어 이 큰 모니터를 휴먼스케일 M10 모니터암에 물렸습니다.
48CX를 사용하면서 느낀 단점은 크게 3가지 였습니다. 첫째는 번인. 둘째는 내장스피커. 셋째는 무게중심.
번인 문제야 관심이 있는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실테니 넘어가고, 48CX는 본질이 TV였던만큼 괜찮은 내장 스피커를 가지고 있지만 얇은 패널의 구조적인 한계로 인해 스피커의 출력은 괜찮은 정도에 그칩니다. 음향에 민감하지 않은 저도 영화 감상이나 게임 중 웅장한 효과음이 나올 때 사람의 말소리가 묻혀 웅웅거리거나 작아져서 거슬림을 느꼈을 정도니까요.
무게중심의 문제는 원래 모니터암에 물려 쓰라고 만든 물건이 아닌것 같으니 단점이라 하기는 뭐하지만 48CX의 무게중심이 모니터암의 피벗 축보다 상단에 위치하여 모니터암의 로망인 90도 세로 피벗시에 세로 상태로 유지를 하지 못 하고 균형을 잃어 저절로 회전해 버리고 맙니다.
48인치를 세로로 돌려 써보려고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요. 가능할 것 같다면 해보려고 하는게 장비 덕후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48CX의 두 단점을 커버해줄 괜찮은 방법이 없을까? 의외로 간단하죠. 스피커의 출력이 낮으면 더 좋은 외부 스피커를 설치하면 되고, 무게 중심이 안 맞으면 하단에 무게추를 달면 되는 것입니다.
그때 Creative STAGE V2 할인 특가가 시작 된 건 신의 한 수 였습니다. 그래픽카드 대란이 폭등하기 전 3천번대 그래픽 카드를 장만했던 것만이 신의 한 수는 아닙니다. 여러 문제에 얽혀서 오도가도 못 하고 있을 때 그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보이면 신의 한 수 입니다.
48CX 모니터 하단에 사운드바 브라켓으로 Creative STAGE V2를 장착 했습니다. 하단에 2kg의 사운드바를 장착하니 무게 균형은 저절로 알맞게 되었습니다. 안 쓰는 아령을 매달 생각까지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 졌습니다. 사운드바는 북쉘프 스피커에 비해 항상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성능이라지만 사람 말소리가 묻히는 현상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팅하고 나니 침대 TV로 사용하기 위해 모니터를 180도 수평회전을 할 때 마다 번거롭게 스피커 방향을 바꿔줄 필요도 없어 졌습니다. 이제 Creative STAGE V2는 48CX와 한 몸이 되었으니까요. 아무리 북쉘프 스피커가 아무리 좋다지만 북쉘프로는 이런 편의성을 얻지 못 했을 겁니다. 특히나 저처럼 자주 방향을 바꿔야 하는 환경이라면요.
사운드바의 뒷면에는 두개의 벽걸이 홈이 있는데 이 부분에 브라켓을 걸어서 고정 시켰습니다.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는데 제가 구매한 브라켓의 브라켓 걸이 나사는 M6 사이즈라서 맞지 않더군요. 장착 가능한 사이즈의 나사는 M4이거나 M5나사에서 양쪽 나사산을 0.5mm씩 갈아 낸 형태여야 합니다.
Creative STAGE V2는 HDMI(ARC) 연결을 지원합니다. 구성품으로 포함 된 사운드바 조작 리모컨도 필요가 없어지죠. 48CX도 ARC 연결을 지원하기에 HDMI 케이블 하나로 서로를 연결하면 TV 리모컨 하나로 끄고 켜고 음량 조절이 가능합니다.
서브우퍼 케이블의 길이는 2m이며 서브우퍼와 일체형이고 전용 케이블이라 변경이 불가능합니다. 서브우퍼 특성상 바닥에 두는 것이 좋은데 2m의 길이 한계로 책상 아래나 옆에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브우퍼 위치를 방 모서리로 하고 싶었기에 이 점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케이블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설치 위치 제약에서 벗어나서 더욱 좋았을 겁니다.
자 그럼 모든 설치가 끝났으니 이제 감상을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