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여느 전자제품들과 달리 실사용 기간이 긴 편입니다. 한번 구매하면 5년 이상은 거뜬히 쓰는 것 같은데요. 길게는 10년 내외까지 쓰기도 합니다. 그만큼 PC는 구매 전에 꽤 긴 시간을 투자해 여러 제품을 비교해서 선택합니다. 혹자는 데스크톱과 랩톱을 같은 비교 선상에 두기도 하는데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용도 차이를 논외로 해도 성능 면에서 워낙 격차가 컸기 때문에 비교조차 어려웠죠. 지금은 랩톱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데스크톱만큼, 혹은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최상위 데스크톱과 랩톱을 각각 비교한다면 데스크톱이 월등하긴 할테지만요.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 PC 구매를 할 때 데스크톱과 랩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분들은 성능보다는 전반적인 PC 사용 환경을 중점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함께 살펴 볼 ‘LG 그램17 17ZD90P-GX76K’는 데스크톱의 장점과 랩톱의 장점을 두루 갖춰, 고민의 여지가 적은 노트북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스크톱에서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대화면과 부족함 없는 퍼포먼스, 그리고 노트북의 장점인 휴대성과 그램만이 내세울 수 있는 특유의 가벼움까지.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데스크톱같은 노트북을 찾는 이들에게는 제격인 제품이 바로 LG 그램17 17ZD90P-GX76K였습니다.
#카페보단 집이 더 어울리는,
17인치 대화면&안정적인 거치
요즘 나오는 ‘그램’들에 관심이 많다면 LG 그램17 17ZD90P-GX76K의 첫인상은 그리 새롭지 않을 겁니다. 깔끔한 네모반듯한 프레임에 깨끗한 화이트 색상, 그리고 중앙에 고급스럽게 그려진 그램 로고는 여느 그램들과 똑같아요. 대신 17인치 노트북답게 크기가 큽니다. 크기만 보면 가볍게 카페에 들고 다닐만한 정도는 아니에요. 대신 무게가 1.35kg라 못 들고 다닐 것도 아니죠. 전용 어댑터 무게까지 더하면 약 1.6kg입니다.
노트북에 사용된 소재는 가벼움을 자랑함과 동시에 짱짱한 내구성을 지녔습니다. 직접 실험(?)해보진 못했지만 미 국방부 내구성 테스트, 일명 ‘밀스펙’까지 겸하고 있어 파손 위험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트북이 휴대폰처럼 자주 떨어뜨리는 것도 아닌데 무슨 밀스펙까지 필요한가 싶을 수 있지만, LG 그램17 17ZD90P-GX76K처럼 크기가 큰 노트북은 알게 모르게 모서리가 찍히거나 중앙 부분이 휠 가능성이 높아요. 밀스펙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은 스펙입니다
노트북을 열어보기 전에 외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좌우 측면부에는 필수 포트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좌측에는 HDMI 포트와 USB 4 및 썬더볼트4 포트가 2개 마련돼 있고, 우측에는 USB 3.1 포트 2개와 UFS 카드 슬롯이 있어요. 있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3.5mm 이어폰 잭과 켄싱턴락도 지원합니다.
바닥면에는 키보드 사용 시 손목에 무리가 덜 가게끔 상단쪽 미끄럼패드가 높게 제작됐어요. 더불어 노트북 밀림도 거의 없었고요. 독특한 건 상단 중앙에 위치한 작은 미끄럼패드인데요. 노트북을 바닥에 두었을 때 이 작은 패드가 바닥에 닿지는 않는데, 노트북 크기가 크다 보니 본체 중앙 부분에 무게가 실렸을 때 제품이 파손되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은근한 세심함이 느껴졌어요.
아쉬운 건 두께입니다. 17.8mm인데요. 두께가 1cm 내외로 출시되는 초슬림 노트북들이 적지 않다 보니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올해 출시된 그램 중 최고 사양,
프리도스가 장점일수도?
이제 LG 그램17 17ZD90P-GX76K를 본격적으로 살펴볼게요. 부팅 시간부터 보면 체크할 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8~9초 정도 소요되는 편이었어요. 부팅 속도는 무난한 편입니다. 하지만 절전 모드에서의 시스템 재부팅 시간은 약 1초에 불과한데요. 평소 노트북을 절전 모드로 사용하는 편이라, 스마트폰 사용하는 것만큼 간편했답니다.
CPU는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 타이거레이크 프로세서가 적용됐습니다. 2021년형 고사양 노트북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CPU죠. 여기에 인텔 Iris Xe 그래픽스가 탑재돼 각종 이미지 작업부터 영상 편집, 고사양 게임도 거뜬합니다. 메모리는 LPDDR4x 16GB에 최대 대역폭 4266MHz입니다. 온보드램이라는 점이 아쉬울 수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사실 차고 넘치는 사양입니다. 저장공간은 기본 SSD 256GB에 추가 확장 슬롯을 지원합니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한번 돌려봤는데요. 재생 시간이 긴 대용량 동영상을 불러올 때 딜레이도 전혀 없었고, 작업 시 버벅임도 없었어요. 렌더링 속도도 빠른 편이라 주 작업용으로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나름 프로그램도 돌리고 있는 와중이지만 CPU 및 메모리 사용량 역시 준수한 편입니다. 전반적으로 LG 그램17 17ZD90P-GX76K를 사용하면서 ‘널널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노트북 자체가 버겁지 않게, 가볍게 돌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상당히 쾌적한 퍼포먼스였습니다.
참고로 이 제품은 운영체제가 미포함된 제품이에요. 지금까지 노트북 리뷰에서 프리도스는 단점으로 얘기했는데, 이제 윈도우11이 곧 출시되죠. 지금은 윈도우10 정품 이용자를 대상으로 윈도우11 무료 업그레이드를 지원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윈도우11을 선택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리어답터를 자청하시는 분들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봐요. 물론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지만요! LG 그램17 17ZD90P-GX76K 사양으로는 당연히 윈도우11를 설치할 수 있다고 나오네요
#작업 효율 높여주는 대화면과
부족함 없는 사용성
LG 그램17 17ZD90P-GX76K는 올해 출시된 그램 중 가장 큰 화면 크기를 자랑합니다. 43.1cm, 약 17인치에 달하는 화면 덕에 데스크톱만큼의 사용감을 줍니다. 16:10 화면비도 장점인데요. 화면 자체도 큰데 화면비도 넓어서 작업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IPS 패널을 적용해 시야각 넓고, WQXGA(2560x1600) 해상도라 육안으로도 선명도가 높다는 게 느껴집니다. DCI-P3 최대 99% 색재현율로 그래픽 표현력도 우수한 편입니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글레어 패널을 사용했고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영상 편집과 같은 이미지 작업 시에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키보드 및 터치패드 사용성도 함께 살펴볼게요. 아무래도 노트북 크기가 큰 만큼 키보드는 텐키를 포함한 4열 키보드가 적용됐습니다. 덕분에 데스크톱과 함께 작업하는 경우에도 불편하지가 않죠. 야간 작업에 수월한 백라이트 역시 지원합니다. 키스트로크는 1.65mm로 꽤 깊은 편이라, 누르는 재미가 있는 타건감이 특징이었는데요. 처음엔 좀 묵직하다 싶었는데 쓸수록 가벼워지면서 금방 적응되더라고요.
터치패드는 제품 크기에 비해 조금 작다 싶을 수 있는데, 사용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어요. 터치감도 훌륭하고 제스처도 원하는대로 지정할 수 있어서 사용성은 좋았어요. 클릭 감도는 이전 그램보다 훨씬 개선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물리적 클릭이라 맥북 트랙패드만 못 하지만, 주로 클릭하게 되는 아래쪽 터치패드가 위쪽보다 더 가볍게 눌리도록 설계해 훨씬 편안한 클릭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노트북 언제 충전했더라?
배터리 걱정 1도 없어
최근 출시된 그램들을 보면 배터리 타임에서 확실히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충전을 언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 배터리 지속 시간이 길었는데요.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처럼 노트북을 유튜브 감상, 문서 작업, 가벼운 영상 편집 등 평이한 작업 용도로 활용하시는 분들이라면 하루 3시간씩 사용한다 가정했을 때 총 3~5일 내외로도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LG 그램17 17ZD90P-GX76K는 현재 최고 수준인 80Wh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됐고요. 화면 밝기 100% 및 ‘향상된 배터리’ 모드 기준, 유튜브 영상을 쉬지 않고 1시간 동안 감상했을 때 배터리 소모량은 약 13% 정도였습니다. 이를 완충에서부터 방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환산해보면 약 8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루 종일 작업한다 하더라도 완충만 돼있다면 충전기는 따로 안 챙겨도 될 것 같아요.
급히 필요한데 충전을 깜빡했더라도 걱정 덜어도 될 것 같습니다. 충전 속도도 빠른 편인데요. 잔량이 88%인 노트북이 완충되기까지 약 17분이면 되더라고요. 충전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화면을 켜둔 상태였는데, 노트북이 절전 모드거나 시스템 종료된 상태에서 충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사용시에는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 개봉해보는
LG 그램17 17ZD90P-GX76K
마지막으로 패키지를 열어보겠습니다. 본체 디자인을 그대로 본 딴 것처럼 백색의 박스 중앙에 그램 로고가 인쇄돼 있어요. 박스 크기는 17인치 노트북답게 큰 편이지만, 무게는 가벼운 편이에요. 역시 그램답습니다.
본체는 패브릭으로 감싸져 있고, 그 밑으로 일체형 65W USB-C 충전 어댑터 및 케이블과 사용 설명서가 동봉돼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충전 어댑터가 일체형인 것이 분실 위험이 적어 선호하는 편인데, 최근 그램은 다 일체형으로 출시되는 것 같네요.
# 오래 쓰고 싶은 PC 같은, 노트북
LG 그램17 17ZD90P-GX76K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래 쓰고 싶은 PC라 할 수 있습니다. 화면 크기 넉넉하면서 성능 역시 만족스럽고, 필요에 따라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많은 노트북이었어요. 100만 원 후반대라는 가격에 비해 프리도스 제품이라는 점과 특징 없는 두께, 더 나아가면 온보드 램까지 단점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불만족보다는 만족이 훨씬 컸던 제품이긴 합니다. 아직도 데스크톱과 랩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계시다면, 이 데스크톱같은노트북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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