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오래 앉아 일하는 분, 그리고 재택근무를 하는 분들이 의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엄청나게 좋은 사양의 PC? 디테일 표현에 능한 모니터? PC나 모니터 모두 성능이 높을수록 좋은 건 맞죠. 하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무조건 고성능의 제품을 고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라리 성능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편의성 혹은 심미성을 위해 갖추고자 하는 게 바로 데스크 셋업입니다.
데스크 셋업 좀 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키보드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프죠. 시선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가장 먼저 눈이 가는 요소입니다. 노트북이나 모니터 같은 경우는 색상이 한정적이라 포인트를 주기 어려운데 그에 반해 키보드는 색상도 다양하고 기종에 따라 자유로운 커스텀도 가능하니까요. 오늘은 사무용 키보드의 최강자 로지텍 MX Keys의 텐키리스 버전, 로지텍 MX Keys Mini를 데리고 와 봤습니다. 깔끔하고 미니멀한 데스크 셋업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견 없이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MX Keys가 미니멀하게 돌아왔다
로지텍 MX Keys Mini는 기존에 MY Keys를 사용하던 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외형일 것입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는 같고 크기나 일부 배열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무게는 좀 나가는 편이지만 텐키리스 키보드다 보니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좋아요. 무엇보다 미니멀한 데스크 셋업에 큰 역할을 합니다. MX Keys가 ‘예쁜’ 키보드라기엔 좀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기능을 그대로 담고도 예쁨까지 취했다고나 할까요. 오히려 MX Keys만의 둥글둥글한 이미지가 로지텍 MX Keys Mini와 더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로지텍 MX Keys Mini는 페일 그레이, 그래파이트, 로즈핑크 색상으로 출시됐어요. 쉽게 말해 화이트, 블랙, 핑크 색상이죠. 제가 데리고 온 제품은 로즈핑크 색상이고, 공식 사이트에서 노출된 이미지보다 실물이 훨씬 고급스럽습니다. 바디는 메탈 소재로 약간의 펄이 들어가 있어 견고한 이미지를 주고요. 키는 바디보다는 약간 어두운 무광 핑크라 차분한 느낌으로 쓰기 좋아 보입니다.
보는 것과 달리 실제 무게감은 은근히 묵직한 편이에요. 제원상 무게 506g으로, 휴대용으로 매일 들고 다니기엔 썩 가벼운 무게라 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크기가 워낙 ‘Mini’합니다. 키보드가 가벼운 것보다 편의성 혹은 기능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면 충분히 들고 다닐만한 가치가 있어요.
#멀티 디바이스 지원에 로지텍 FLOW까지
로지텍 MX Keys Mini는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합니다. 최대 3대의 디바이스에 키보드를 연결해 자유롭게 디바이스를 오갈 수 있는 기능이죠. 로지텍 제품군을 사용해왔다면 필수 기능이라 할 수 있어요. 대신 MX Keys에는 숫자키 옆에 있던 이지 스위치 버튼이 왼쪽 상단 esc 버튼 옆으로 이동했어요. 디바이스를 연결하려면 각각의 버튼을 길게 눌러 블루투스 페어링을 활성화해준 후 디바이스 설정에서 로지텍 MX Keys Mini를 선택하면 끝입니다.
로지텍 MX Keys Mini와 호환 가능한 디바이스는 Windows는 물론 Mac, Linux를 지원하고요. iOS 및 안드로이드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요. 사용 예시를 들어볼게요. 이지 스위치 1번 버튼에 노트북을 설정해두고, 2번에는 데스크톱, 3번에는 휴대폰을 지정해 연결하고자 하는 디바이스 번호만 눌러 키보드를 실행할 수 있어요. 노트북 혹은 데스크톱과 키보드를 연결해서 쓰다가,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의 알림이 오면 3번 버튼을 눌러 즉각 답장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특히 MX 마우스를 함께 사용하면 MX 마우스 커서 이동에 따라 디바이스 자동 연동을 지원합니다. 쉽게 말해 여러 PC에 연결된 MX 마우스가 다른 PC로 이동할 때마다 로지텍 MX Keys Mini도 같이 이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자동 연결의 수준을 넘어, 텍스트나 각종 파일을 복사/붙여넣기할 수도 있어 멀티 디바이스 환경에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라 할 수 있어요. Windows와 MacOS 간 연동도 가능합니다. 단, 연동할 디바이스들은 모두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상태여야 합니다.
#작지만 편의성은 그대로
사실 키보드의 메인은 키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MX Keys의 키감이 만족스러웠다면 로지텍 MX Keys Mini 역시 같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특유의 묵직함과 깊이 눌리면서도 피로도가 적은 키감이 장점입니다. 묵직한 타건감에 비해 소음이 적은 것도 인상적입니다. 키 배열은 텐키리스 키보드 치고는 아주 효율적으로 배치됐어요. 노트북을 주로 사용하던 분들이라면 크게 이질감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키 간격 역시 적당해서 오타율도 적었답니다.
그 외로 편했던 점은 키보드 각도였습니다. 키보드 상단부 높이가 하단부보다 약 3배 높게 설계돼 키보드를 오래 사용해도 손목의 피로감이 적었어요. 각도 조절이 가능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안정감이 떨어지니까요. 평소에도 손목 피로감을 이유로 노트북에 킥플립 형태의 거치대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경사라 특별히 불편하진 않았어요.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자동으로 백라이트가 켜지는 것도 아주 편해요. 주변 환경에 따라 백라이트 밝기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원하는 밝기로도 설정 가능했습니다.
('음성 받아쓰기' 단축키를 활성화한 모습)
무엇보다 로지텍 MX Keys Mini의 가장 큰 장점은 ‘MX Keys’라는 점이죠. 유용한 단축키를 원버튼으로 지원해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로지텍 MX Keys Mini에는 기본적으로 음성 받아쓰기, 이모지, 스크린샷, 화상회의 음소거와 같이 특화된 기본 단축키를 지원해요. 개인적으로 이 단축키들에 한번 익숙해진 후에는 없으면 불편할 정도로 편리했어요.
물론 잘 사용하지 않는 단축키가 있을 수 있죠. 이런 분들을 위해 로지텍 Options 소프트웨어 역시 지원하는데요. 이를 통해 esc 및 이지 스위치 버튼을 제외한 모든 펑션키의 단축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추가로 배터리 만족도도 높았어요. 제원상으로 완충 시 최대 10일, 백라이트 없이 5개월 지속된다고 하는데, 백라이트는 주변이 어두운 야간작업 시에만 쓰다 보니 실제 체감되는 배터리 수명은 훨씬 길었던 것 같아요. 완충 후 제품을 약 일주일간 계속 켜둔 채 수시로 사용했는데도 다시 충전할 필요가 없었던 걸 보면 말이죠 참고로 배터리 잔량은 제품 자체적으로는 알 수 없고 로지텍 Options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직접 개봉해보는 로지텍 MX Keys Mini
로지텍 MX Keys Mini의 기본 구성품은 크게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무난한 박스 패키징과 딱 기본에 충실한 구성품이 전부예요. 로지텍 MX Keys Mini 본체와 설치 방법을 포함하고 있는 사용 설명서, 그리고 USB-C 타입 충전 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어요.
아쉬운 점은 유니파잉 수신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경우 블루투스를 내장하고 있지 않은 데스크톱에서 로지텍 MX Keys Mini를 사용하려면 동글이를 추가 구매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MX Keys의 구성품에는 유니파잉 수신기가 포함됐던 것을 보면 MX Keys는 데스크톱과, 로지텍 MX Keys Mini는 휴대용 디바이스와 더 어울리는 짝꿍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로지텍 MX Keys Mini는 로지텍의 새로운 수신기 프로토콜인 Bolt 수신기로 페어링 할 수 있으며, 기존 로지텍 유니파잉 수신기로는 연결이 불가능하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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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텍 MX Keys Mini는 작습니다. 그리고 강력해요. 키보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키감은 쫀득한 맛이 있고, 데스크 셋업만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부족함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MX Keys를 사용해온 분들이라면 휴대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브 키보드로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 있을 거예요. MX Keys의 편의성을 그대로 가져온 만큼 작업 연속성 측면에서도 만족스럽습니다. 로지텍의 MX 마우스와 함께 활용하고 있다면 특히 추천할 만합니다. 왜 사무용 끝판왕이라고 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