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4천번대에 관한 루머가 하나 둘씩 새어나올 즈음, 2년간 모았던 적금이 만기가 되었다. 단톡방에 나타나면 어느 코인이 올랐네 떨어졌네 읊어대는 내 친구 J는 그 돈으로 코인을 사라며 길길히 날뛰었지만, 나는 그래서 님 수익률이? 라고 일갈하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정한 상남자특) 물고기를 사지 않음. 어선을 지름.
그래픽카드 하나라고 해 봐야 어선은 개뿔, 쪽배의 판잣떼기 하나나 될까 싶지만 아무렴 어떠랴. 고사기에도 적혀 있고 피라미드에도 새겨져 있다시피 태곳적부터 동전갖고 장난치는 종자들은 겜창의 유구한 천적이었고, 나는 J가 하라는대로 하기 싫었을 뿐이었다.
좀 더 사족을 붙이자면, 사실 나의 지름에는 나름 논리가 있었다. 4천번대가 나오기 직전이라 3천번대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루머로 나오는 4천번대의 에어컨급(그런데 뜨거운 공기만 나오는) TDP가 사실이라면 3천번대의 수요는 도로 올라갈 것이다(라고 믿고 싶었다. 사실은 그냥 더 이상 알릭스 플레이를 참을 수 없었을 뿐.).
사실 퀘이사존 핫딜게에 뜨기 전까지만 해도 게인워드라는 브랜드는 아오안이었다. 하지만 후회없는 지름을 위해 가열한 구글링의 결과, 동일 칩셋 내에서 상급에 속한다는 디씨 컴본갤 죽돌이들의 증언을 믿고 구매할 결심이 섰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지난 주에 트윗하셨듯,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모두 사실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저번에 므시기 브랜드의 메인보드를 이름값 믿고 샀다가 AS에서 호되게 데인 적이 있기 때문에, 3년간 다이나믹 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리에 혹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질렀도다. 왔도다. 뜯었도다.
박스 구성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그래픽카드, 8핀*2 파워 케이블, ARGB케이블. 그리고 사용설명서인 척 하지만 딱히 아무것도 아닌 서류 한 장.
아무렴 어때, 본체 때깔만 좋으면 됐지. 지금까지 써왔던 브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묵직함과 두께감이다. 그리고 자그마치 8핀*2=16핀짜리 파워포트를 보면서 이놈이 파워를 우걱우걱 퍼먹는 돼-지라는 걸 세삼 실감할 수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므시기 브랜드의 1660샤와 비교. 1060에서 넘어갈 적엔 이것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원룸과 아파트만큼 차이가 난다. 5천번대가 되면 얼마나 커질이 벌써 기대가 된다. M-ATX 케이스 하나만큼 뒤룩뒤룩 찌지 않을까?
꽂아보았다. 영롱하다. 개인적으로 ARGB 케이블을 따로 꽂을 수 있게 한 건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660샤는 메인보드와 브가의 제조사가 달랐기 때문에, 싱크가 다른 라이팅을 보면서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 완전한 영롱함을 누릴 수 있다.
희희낙락하며 돌려본 타스. 정녕 이것이 제 컴퓨터입니까? 이런 점수는 살아생전 본 적이 없나이다. 브가 전체에 도배해둔 쿨링 솔루션과 3팬의 덕분인지, 온도도 매우 안정적인 편이었다.
아, 타스를 돌리고 나니 방 온도가 2도 올라가는 사소한 찐빠가 있었지만, 알 티엑스성능이너무좋아 해병님께서 리 사수누님이손으로맨든씨퓨 해병님과 전우애 넘치는 오도짜세 포포먼쓰를 보이시느라 생겨난 앙증맞은 부작용인걸 어쩌랴. 원래 진성 겜창은 내 머리에 열이 39도로 끓어도 다이 온도가 39도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다. 헤이빠빠리빠 라이라이 차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