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새 컴퓨터를 샀습니다. 그럼 예전 쓰던 컴퓨터는 어떻게 할까요?

1. 얌전히 창고로 간다
2. 하드디스크만 빼서 중고로 판다
3. 음….

아직 롤 정도는 거뜬한데, 뭔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오래된 파워와 케이스만 교체하여 일명 ‘서브 컴퓨터’로 쓰기로 합니다.

다나와, 오픈마켓에서 요즘 부품들의 스펙을 비교합니다. 처음엔 파워랑 케이스만 교체하려 했는데 하다보니 이제는 중고마켓에서 램과 cpu 업그레이드까지 알아봅니다. 엊그제는 인텔 3세대 i5 3570 cpu를 업그레이드하려고 10년 전 제온 cpu를 싸게 구입했다고 기뻐했습니다. 다음번엔 k버젼 cpu를 구입해서 뚜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돈낭비에 시간 낭비에 호작질이 따로 없습니다.

과연 저한테 서브컴퓨터가 필요할까요? 아니요.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마땅히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 구형 컴퓨터를 위해 이딴 식으로 시간을 쏟는 게 재밋습니다.
내 인생에 보탬이 되느냐를 따지지 않고 어딘가 꽂혀 있는 그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게 지난 여름, darkFlash의 DK150이라는 컴퓨터 케이스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를 사용해본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구입 당시처럼 다시 메인보드를 분리 후 재조립해 보았습니다.

1. 첫인상

일단 컴퓨터 케이스 구매를 위해 다나와에 접속하여, 제가 갖고 있는 부품들의 스펙인 표준 ATX 보드, cpu 쿨러높이 155mm 이상, 그래픽카드 길이 238mm 이상,그리고 하단 위치의 파워서플라이를 조건으로 검색하였습니다.

<위 조건으로 검색한 결과 중 일부 (23.01.07 기준)>

최저가에 근접한 3만원 초반대 케이스들 중, 파워 공간을 파티션으로 구분하여 내부 공간이 더 깔끔해보이는 darkFlash의 DK150 RGB 제품으로 주문하였습니다.

*제가 구입했을 때는 28,000원에 배송비 포함하여 31,000원 정도이었는데, 지금은 약간 가격이 올랐네요.

(본체 옆면 아크릴판 비닐 아직 안뗐습니다. 저 이런 거 떼는 거 싫어합니다.)

전면팬 하나와 상단팬 두 개의 자리가 비어 있지만 제가 조립하려는 사양이 발열이 크지 않아서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상단부는 매쉬 덮개 처리가 따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보기에는 좀 허전하더라도 본체 내부 공기 순환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조금 아쉬운 상단부에 비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단부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파워 하단의 매쉬 덮개와 함께 적당 높이의 받침다리가 있어서 효과적인 쿨링이 가능하고, 본체 하단부를 통한 먼지의 유입을 막아줍니다. 저가형 케이스임을 고려한다면 훌륭한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체 옆면 상하단 모서리는 홈 처리되어 있네요. 손나사를 조이기 전에 아크릴판을 받쳐줄 수 있기 때문에 조립시 무척 편리합니다. 좀 더 퀄리티가 떨어지는 본체는 이 처리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만 더 볼게요. 전면 팬입니다. 플라스틱 팬날개의 오돌토돌한 처리가 눈에 띕니다. 아무래도 그냥 밋밋한 것보다 흡기에 더 도움이 되겠죠?

2. 조립

이제 조립을 해보겠습니다.
ATX 사이즈의 애즈락 p67보드, 이엠텍 gtx 750ti, 마이크로닉스 쿨맥스 포커스 프로 80plus 파워, 전면패널3.0단자용 pcie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이들을 본체에 장착 후 2.5인치 ssd 하나와 그래픽카드 지지대를 추가할 것입니다.

*이번 조립에서는 구입 당시 달았던 155mm높이의 3rsys RC310 대신 인텔 기본 쿨러를 사용했습니다.

케이스의 전면 패널 단자선은 ATX 메인보드 뒷편으로 돌려 선정리하기에 길이가 충분합니다. 이 길이가 충분치 않으면 뒷편으로 선을 못 돌리고 메인보드 위로 전면 패널선을 올려야 해서 케이스 내부공간이 지저분해집니다. 근데 이 전면 패널선 길이가 따로 스펙표에는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ATX 보드의 경우에는 케이스 크기만 맞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따로 업체에 물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케이스를 구입할 때 먼저 물어보고 해야 하는 걸 깜빡하고 그냥 주문했었는데 다행히 선 길이가 충분해서 안도했습니다. 예전에 이 선 길이가 안나오는 케이스 때문에 불편했던 적이 있어서 ATX 조립시 늘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ssd는 메인 보드 뒷편에 나사로 고정해줍니다.
아래쪽 파워 공간을 활용하면 3.5인치 하드와 2.5인치 ssd를 추가로 함께 연결할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 뒷편의 선 정리 상태입니다. 선뭉치를 파워 하단부에 배치하면 좀 더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만, 차후 하드 증설을 위해 공간을 남겨 두었습니다.

옆판 덮개 홈 부분만 맞춰 끼웠는데 얼추 옆면에 착 달라 붙습니다. 손나사 조이려고 온 힘을 다해 낑낑대며 덮개를 밀어넣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나 더. 앞부분 선정리입니다.
제가 가진 구형 보드는 따로 usb3.0 전면패널 단자가 없는 관계로, 따로 구입한 usb 3.0 pcie 카드를 달아 그래픽카드 위쪽에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그래픽 카드 아래쪽에 지지대를 받쳤습니다.

이제 아크릴판만 닫아주면 진짜 끝입니다.

3. 완성

전원을 켜면 전후면 팬의 rgb 조명이 함께 들어옵니다. 조명 잘 보이라고 방 안에 불 껐습니다.

위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간이 측정결과인 만큼 참고용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본체를 켜지 않은 제 방의 기본 소음은 기본적으로 15 내외로 측정되었고, 본체를 켰을 때 30으로 약간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 원룸, 사무실 등에서 쓰기에 적절한 수준입니다.

4. 나가면서

DarkFlash DK150은 저가형 케이스인 만큼 케이스 자체의 팬 속도 조절 기능이라던가 상단 팬, 상단 마그네틱 매쉬 덮개 등 부가적인 요소가 빠져 있습니다. 그래도 상단팬, 전면팬의 경우 추가 설치는 물론 기존 팬의 교체 역시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확장성을 고려하는 분들에게는 생각하기에 따라 오히려 장점이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부분은 이 DK150 뿐 아니라, 저가형 케이스를 구입하하는 분들이 판단해야 할 몫입니다.

그 외 제가 지금까지 다섯 달 동안 직접 사용하고, 또 몇 차례 조립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없었고, 케이스 하단부 받침 다리와 파워 하단부 매쉬 덮개 처리는 이 가격대의 케이스에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이었기에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ATX 보드, 160mm 공랭쿨러, 315mm 그래픽카드가 수용 가능하며, 조립과 실사용에 지장 없는 무난한 확장성의 실속있는 저가형 케이스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 DK150을 추천합니다.

* 제가 직접 실구매한 제품에 관한 사용기이며, 제휴 및 대가성 없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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