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PC 튜닝에 미친듯이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이전이니 진짜 오래 전이죠. 그때는 튜닝 케이스도 없었고, 일체형 수냉 키트도 없었어요. 케이스 튜닝을 하려면 직쏘와 홀쏘를 이용해서 직접 철판을 뚫어야 했고, 수냉 재킷에 수족관용 펌프와 배관 등을 활용해 수냉 쿨러를 만들어 썼죠. 참으로 손이 많이 가고, 위험하기도 했던 시절이네요. 그래도 자르고, 뚫고, 잇고 칠해서 PC를 꾸미는 과정과 결과가 즐거웠죠.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마음으로 꽉 막힌 케이스와 일반적인 공랭식 쿨러로 돌아갔으며, 더 이상 화려한 PC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PC 업그레이드도 부품이 고장 나거나 정말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에만 하면서 그렇게 밋밋한 PC생활을 하던 와중, 한 2년 전 굉장히 오래 사용하던 PC의 이상 증세로 인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게 됩니다. 그 때 우연히 번쩍이는 RGB 효과가 있는 메인보드를 쓰게 되고, 약 1년 전 측면이 강화유리로 된 케이스로 바꾸게 되면서 다시 화려한 PC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해 램도 튜닝램으로 바꾸고 쿨러도 번쩍번쩍 빛나는 일체형 수랭쿨러로 바꾸게 됩니다. 그렇게 갖추고 나니 그 화려함을 더 보여줄 수 있는 케이스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밑밥을 너무 두껍게 깔았죠? 네, 그래서 맥스엘리트가 국내 유통하는 1st Player의 SP7 케이스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박스가 엄청 크죠? 박스 높이는 그다지 높지 않은데, 폭이 과하게 넓습니다. 이 박스의 모양이 이 케이스의 특징을 나타내 줍니다.
따란~! 이 녀석이 바로 1st Player SP7입니다. 높이는 미니타워 수준으로 조금 작은 편인데,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이게 이 케이스를 고른 가장 큰 이유입니다. 위에 올린 옛날 튜닝 케이스가 미들타워 케이스 두 개 붙여둔 구조의 첸브로 A9891 넷서버 케이스였는데, 1st Player SP7도 약간의 이중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 그 점이 맘에 드네요. 그리고 측면에 전면까지 강화유리로 되어있어서 내부가 훤히 잘 보이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반대쪽 측면 패널은 철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영역이 촘촘한 타공망으로 되어있습니다. 전면에 공기 통로가 없는 대신 측면에 넓은 영역을 할애한 것 같습니다. 공기 순환이 굉장히 원활하겠죠?
윗면도 상당히 넓은 영역이 촘촘한 타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st Player SP7의 타공부는 모두 직경 1mm의 마이크로 에어홀을 사용해 먼지필터 없이도 먼지와 이물질의 유입을 최소화해줍니다.
버튼과 입출력 단자는 모두 상단의 오른쪽 앞부분에 일렬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제일 위부터 HDD LED, 리셋 스위치, 헤드폰 단자, 마이크 단자, 두 개의 A타입 USB 3.0 포트, 하나의 C타입 USB 3.1 포트, 그리고 전원 버튼이 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버튼이 흰색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고급스러운 은색입니다. 전원 LED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원 버튼 가운데 뚫린 구멍이 전원 LED입니다.
이제 뒷면입니다. 보통의 타워형 케이스는 파워 서플라이 위치가 제일 위나 애드온카드 슬롯의 아래에 오게 되는데, 1st Player SP7은 아예 옆으로 따로 공간을 두고 배치되어 있는 듀얼 챔버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파워 서플라이 바로 위에 있는 공간은 비어있을 때는 환기구 역할을 하며, 2.5인치 하드디스크나 SSD를 설치할 수도 있습니다. 애드온 카드 슬롯 옆에는 수직장착 가능한 세 개의 추가 슬롯이 마련되어 있는데, 라이저킷은 아직 옵션으로도 제공하지 않아 타사의 라이저킷을 사용하거나 좀 더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본체 바닥면에는 듀얼 챔버의 메인보드 구역 부분 전체가 마그네틱 방식의 먼지필터로 씌워져 있습니다. 또한 각 모서리에는 제법 높은 지지대가 부착되어 있고, 지지대 아래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하단을 통해 공기를 유입하기 때문에 먼지의 유입이 가장 많을 것으로 보아 필터를 적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분해를 해볼 차례입니다. 분해는 우측 철제 패널과 상단 패널의 고정 나사를 풀고 뒤쪽으로 밀어주면 됩니다. 고정 나사는 핸드 스크류를 사용했으며, 풀린 후에도 스크류가 철판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나사 분실 위험이나 따로 챙겨 두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먼저 우측 패널을 제거한 모습입니다. 이 부분에 파워 서플라이와 3.5인치 하드디스크, 2.5인치 SSD 등 각종 스토리지가 설치됩니다.
듀얼 챔버의 오른쪽 구역이 오픈된 상태인데, 일반 케이스의 배선정리 공간보다 훨씬 넓기 때문에 실제로 배선 정리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합니다. 세로로 설치되어 있는 패널에 스토리지가 설치되는데, 진동이 있는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는 곳에는 고무 부싱이 적용되어 있어서 진동을 상쇄해줍니다. 세로 패널에 2개의 3.5인치 하드디스크와 1개의 2.5인치 SSD를 설치할 수 있고, 파워 서플라이 설치 위치 바로 위에 추가로 1개의 2.5인치 SSD가 설치될 수 있으니 최대 2개의 3.5인치 장치와 2개의 2.5인치 장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측 패널을 제거하면 전면 강화유리 패널도 제거 가능합니다. 안쪽을 보면 높이 약 7mm 가량의 흰색 플라스틱 와셔를 끼워둔 나사가 보이는데, 그 나사를 풀어내고 전면 강화유리 패널을 옆으로 밀면 분리됩니다. 전면은 듀얼 챔버의 오른쪽 영역 일부를 제외하면 거의 전부 개방되어 있습니다.
전면부의 오른쪽에는 세로로 긴 홈이 하나 있습니다. 위아래로 나사로 고정할 수 있는 구조인 것으로 보아 뭔가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죠. 실제로 1st Player SP7의 세부 모델 중 전면부에 ARGB 뮤직바가 적용된 모델이 있는데, 그 모델의 RGB바가 설치될 공간입니다. 뮤직바 모델은 아직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상단 패널을 제거한 모습입니다. 상단에도 에어홀이 거의 전체를 덮고 있는 만큼 팬을 설치해 능동적인 환기를 시켜줄 수 있는데, 120mm 팬을 최대 3개 설치할 수 있으며, 360 규격의 수냉쿨러도 설치 가능합니다.
상단 패널을 제거하면 측면 강화유리 패널도 위로 밀어서 분리할 수 있습니다. 측면 강화유리 패널을 제거하면 메인보드 설치 공간이 나타나는데,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내부를 살펴보기 전에 잠깐, 1st Player SP7의 강화유리 패널은 완전한 고정을 위해 나사 하나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나사 없이 장착과 분리가 가능합니다. 요철을 딱 맞춰서 끼워주는 모티스&테논, 일명 장부구조를 이용하는데, 강화유리 패널 뒷면에 돌출되어 있는 금속 턱과 프레임의 홈이 맞물리면서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분리할 때는 전면 패널은 옆으로, 측면 패널은 위로 밀면 되고, 조립할 때는 반대 방향으로 끼워 넣어주면 됩니다. 상당히 단단하게 끼워지기 때문에 뭔가 다른 고정장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네요.
이제 다시 내부 구조 탐방으로 돌아가시죠. CPU 위치의 패널은 거의 전체가 개방된 형태이기 때문에 메인보드 뒷면으로 쿨러를 고정하거나 뭔가 조작이 필요할 때 상당히 수월해 보입니다. CPU 쿨러의 최대 높이는 185mm입니다.
I/O 패널 바로 옆에 위치하게 될 곳에는 120mm 팬 하나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후면 팬 하나정도는 기본 제공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도 있긴 합니다.
메인보드가 설치된 후에도 아래쪽에 넓은 통로가 있어서 케이블의 연결은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바닥면을 살펴볼 때 마그네틱 필터가 설치되어 있던 아래쪽은 전체가 환기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판과 마찬가지로 120mm 팬을 최대 3개까지 설치할 수 있고, 360mm 수냉 쿨러 설치도 가능합니다.
메인보드가 설치될 공간 바로 옆에도 팬 설치가 가능합니다. 여기는 120mm 팬 2개나 140mm 팬 2개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수냉 쿨러 역시 240mm나 280mm 규격으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메인보드를 지지하는 패널의 일부는 이중 구조로 되어있는데, 그 뒤로 선정리 홀이 보입니다. 선정리 홀에는 고무 마개가 씌워져 있어서 더욱 깔끔한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듀얼 챔버 오른쪽 공간에서 바라본 선정리 홀의 모습입니다. 약간 비스듬한 면에 적용되어 있고 메인보드 고정 패널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선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파워 서플라이는 세워서 설치하는데, 파워 서플라이 팬이 바깥쪽을 향하면서 열기를 바로 내보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파워 서플라이는 최대 200mm까지 설치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 제 시스템을 모두 이전 설치한 모습입니다. 메인보드는 표준 ATX 규격을 사용해 내부가 꽉 찹니다. 그래픽카드 길이는 최대 400mm까지 사용 가능하지만, 2팬짜리 자그마한 제품을 설치해 그 부분은 너무나도 여유롭네요. CPU 쿨러는 280mm 규격을 전면부에 설치해 꽉 찬 느낌입니다.
전면 팬 설치 위치와 메인보드 고정 패널의 단차가 꽤나 깊어서 전면에 수냉 쿨러를 설치해도 길이가 긴 그래픽카드를 설치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듀얼 챔버의 오른쪽 공간을 보면 2개의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설치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SSD는 M.2 규격을 메인보드에 직접 설치해 여기서는 SSD 공간이 비어 있습니다. 오른쪽 패널의 에어홀 방향으로 바로 열기를 불어내주는 파워 서플라이의 모습도 보입니다. 공간이 여유로워서 선정리를 대충 묶어놔도 복잡하지 않습니다.
파워 서플라이 위쪽의 2.5인치 베이도 빈 상태로 두어서 공기가 내부와 외부로 순환되는데 도움이 됩니다.
두 면의 강화유리를 장착한 모습입니다. 앞과 옆이 모두 강화유리로 내부가 훤히 보이니 아주 좋습니다. 이제 전원을 연결해서 실제 사용 시의 모습을 확인해볼 차례입니다.
번쩍번쩍 합니다. ARGB 메인보드와 ARGB 튜닝램, ARGB 쿨러를 산 보람을 크게 느끼는 순간입니다.
두 면이 강화유리로 되어있으니 전에 사용하던 케이스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설치한 팬의 종류나 개수는 동일한데 내부 공간의 여유가 많아져서 그런지 소음도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직접 조립하고 사용해보니 전체적으로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물론 단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후면의 PCI 슬롯 커버가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제거하면 해당 슬롯을 사용하지 않을 때 막아둘 수가 없어서 커버를 따로 구입해 사용해야 합니다. 고정형 커버를 제거할 때도 안쪽으로 꺾어서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메인보드가 장착된 상태로는 제거하기 힘드니 가급적 조립 전에 슬롯 커버를 모두 제거해버리고 별도의 탈부착형 커버를 구입해 장착해두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패널 자체도 내부나 상판 등은 단단한 편인데, 후면 패널이 살짝 약한 느낌이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번들 팬이 전혀 없다는 점도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몇가지 단점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바로 가성비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듀얼 챔버 케이스가 상당한 고가이기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은데, 1st Player SP7은 10만원 내외의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대로 구입 가능하기 때문에 듀얼 챔버를 꿈꾸는 사용자라면 눈여겨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만족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