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내부에 여러 종류의 폼을 넣어 잡음이나 통울림을 줄이고 정갈한 타건음을 지원하는 구조, 소위 폼떡 빌드라고 하죠. 그리고 조약돌 구르는 소리를 들려주는 바치리, 일명 바닥치는 리니어 타입 스위치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기가 높고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기성품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10만 원 이하 혹은 초반 가격에 풀 알루미늄 하우징까지 가진 엄청난 가성비 커스텀 기계식 키보드를 계속 출시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의 공세입니다. 감성이나 마감, 타건감까지 플라스틱 하우징에 비하면 좋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일부 모델은 해외 구매 열풍마저 불고 있는데요,

키 캡, 스위치 등을 주로 판매하던 국내 업체 SPM에서도 빠른 배송, A/S, 저렴한 가격 메리트를 등에 업고 커스텀 입문용에 적합한 DIY KIT SPM AL87A 풀 알루미늄 키보드(현재 최저가 79,000원)를 선보였습니다. 어떤 제품인지 SPM PBT 오션블루 키캡(현재 최저가 16,900원) 조합과 함께 확인해 봅니다.

"SPM AL87A 패키지 구성"

직접 빌드를 해야 하는 DIY KIT이기 때문에 스위치, 키 캡은 제공되지 않지만 스위치를 포함해서 구매할 수 있는 옵션 선택이 가능합니다. 풀 알루미늄 하우징, FR4 보강판, 가스켓 마운트, PORON 폼을 포함한 5단 흡음재, 핫스왑, 전용 소프트웨어, RGB LED, 윈도우 및 맥 완벽 호환 등이 특징이며 인터페이스는 유선, 컬러는 내추럴(실버)과 에보니(블랙)로 출시되었습니다.

구성품은 설명서, USB Type-A to C 탈부착식 케이블, 키 캡 및 스위치 리무버, 십자드라이버, 육각 렌치입니다. 기본적으로 먼지 방지 커버도 있습니다만 리뷰용으로 대여받은 제품이라 커버는 빠져 있습니다.

"SPM AL87A, SPM PBT 오션블루 디자인"

SPM AL87A는 제품 이름으로 아시겠지만 87 키를 사용하는 텐키리스 레이아웃이며 하우징 재질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특유의 재질감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약 2kg에 가까운 무게 덕에 상당히 묵직합니다. 디자인은 심플, 깔끔이네요.

CNC 가공 알루미늄에 아노다이징 마감 처리를 하였지만 표면 재질이 아주 매끄러운 편은 아니네요, 뭐랄까요 조금은 거친 느낌이 좀 있습니다. 상판과 하판 색감 차이도 없고 전반적인 마감 상태는 괜찮네요. 상단은 높이 33mm, 전면은 20mm로 약간 높은 편이어서 팜레스트는 필히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요즘은 유무선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도 많지만 아쉽게도 유선만 지원되네요. 바닥면에는 하우징과 동일하게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SPM 로고가 배치되어 있고 미끄럼 방지 패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별도로 판매되는 147 Key 구성의 SPM 오션블루 키 캡은 3가지 컬러, 체리 프로파일 높이, 이중 사출 방식, PBT 재질이 사용되었으며, 두께도 무난하고 마감도 좋은 수준입니다. 현재 각인은 영문만 구매 가능하고 가격을 고려하면 딱히 아쉬운 점은 없는 것 같네요.

키보드에는 소음 및 타건감에도 영향을 주는 다양한 소재의 보강판이 사용되는데요, 키 캡을 모두 제거해 보니 고밀도 섬유 소재의 FR4 도금 보강판(가스켓 마운트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플렉스컷 적용)이 장착되어 있네요. 스페이스바쪽에는 실리콘 흡음재가 부착된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추가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비선 하이파이 핑크 스위치는 작동 압력 45±5gf, 팩토리 윤활, 5핀 방식의 리니어 타입이며 주의하실 것은 스페이스바만 스위치가 역방향 체결입니다.

이제는 흔한 기능이죠. 핫스왑 지원으로 3핀, 5핀 스위치 모두 장착이 가능하고 LED는 정방향, POM 소재의 체리식 스태빌라이저는 윤활 처리도 잘 되어 있어 타건 시 거슬리는 잡음을 최소화합니다.

알루미늄 하우징을 사용하는 대다수 커스텀 키보드는 사용자가 쉽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나사로만 결합된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SPM AL87A도 기본 제공되는 공구를 사용하면 쉽게 오픈이 가능한데요, 기보강은 하부 PVC 절연체 - PORON 하부 흡음재 - PCB 기판 - PET 흡음 필름 - IXPE 스위치 흡음 패드 - PORON 흡음재 순으로 구성되어 있네요.

JWK 핫스왑 소켓을 사용하고 하우징 상단, 하단 샌드위치 형태로 보급형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포론 가스켓이 적용되었습니다.

"SPM AL87A 기능, 타건"

감성적인 RGB LED도 지원되며 키 조합 또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컬러와 모드, 밝기, 속도, 끄기를 적용을 할 수 있습니다. 

가스켓 마운트 방식은 타건 시 보강판의 진동을 잡아주어 부드러운 타건감을 강화시킵니다. 때문에 키를 눌러보면 일반 키보드와 다르게 다소 푹신한 느낌을 체감할 수 있게 되죠.

타건감이라는 게 하우징 소재 하나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구성에 따른 많은 변수가 있지만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은 분명 타건음 차이가 꽤 많습니다. 물론 커스텀이니까 세팅을 잘해야겠지만, 기본 상태에서 조약돌 소리, 정갈한 하이 피치 성향의 바닥 치는 소리가 잘 전달되어 타건 하는 재미를 전해주네요. 폼떡인데도 생각보다 느낌이 덜한 건 아마 FR4 보강판의 단단함 탓인 듯싶네요. 스태빌 수평도 되게 잘 잡혀 있어서 찰찰 거리는 철심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감성은 덤!

단출하지만 키 매핑, LED 설정, 매크로 적용도 지원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많은 사용자에게 익숙한 87키 레이아웃은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업무, 작업 등에 활용하기도 좋습니다.

출시 초기에는 키 씹힘이나 레이턴시 이슈가 있었지만, 최신 펌웨어(디바운스 타임 1로 세팅 가능)로 해결되었고 1000Hz 폴링 레이트와 3ms 레이턴시를 가진 만큼, 게이밍 환경에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네요.

"SPM AL87A 사용 후기"

플라스틱 하우징 키보드는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최근에는 고가였던 알루미늄 키보드 진입 장벽이 굉장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해당 모델 역시 국내 정식 발매된 제품으로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며 직구와 달리 빠르게 받을 수 있고 1년 A/S도 보장됩니다. 무엇보다 뛰어난 퀄리티와 타건감에서 가격대를 훨씬 상회하는 만족감을 준다는 점, 그리고 키 캡과 스위치만 장착하면 더 손볼 것도 없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완성도, 여기에 취향껏 내부 구성까지도 손쉽게 변경할 수 있어 커스텀 입문용으로도 어울립니다. 87 키 텐키리스를 선호하고 가성비 풀 알루미늄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해보고 싶다면 장바구니에 넣으셔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