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0도를 넘는 불볕더위다. 최소 한 달을 가마솥 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니,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다. 냉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에어컨과 선풍기를 같이 켜곤 하는데, 최근에는 여름철 거실 가전의 대표주자로 선풍기 대신 공기순환기(서큘레이터)가 부상하고 있다. 

기기 주변에만 바람을 전달하는 선풍기와 달리, 공기순환기는 직진성 회오리바람을 먼 곳까지 보내줘 집 안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해 준다. 공기순환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실내온도를 2~3도가량 낮추고, 전력 사용량에 따른 비용은 약 1.6배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울에는 난방기와 함께 사용하면 따뜻한 공기가 순환되고, 미세먼지나 황사로 창문을 열지 못할 때 실내 환기를 위해서도 효과적이다. 

덕분에 공기순환기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해 2015년 35만대 수준에서 2016년에는 50만대, 지난해에는 100만대 규모로까지 확대됐다. 올해도 제조사마다 목표 물량을 늘려 잡는 가운데, 신일산업도 공기순환기가 자사 선풍기 판매량의 20%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서 제공하는 소비형태 통계시스템 다나와리서치가 작년 7월부터 1년간 선풍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스탠드 선풍기가 전체 선풍기 판매량의 37%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공기순환기 비중도 13%로 높게 나왔다. 휴대용 선풍기(12%), 벽걸이 선풍기(10%), 환풍기(8%), 탁상용 선풍기(7%)에 비해서도 점유율이 높고, 특히 공기순환기가 출시된 지 3년여에 불과한 것을 감안할 때, 공기순환기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스탠드 선풍기를 따라잡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줬다.

선풍기 시장의 터줏대감인 신일산업이 공기순환기에서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공기순환기 시장에서 신일산업 판매 점유율은 26%로 1위다. 최근에는 신일산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더 올라 3월에는 점유율이 45%까지 단박에 뛰었다. 6월 현재까지도 30%대 점유율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신일산업에 이어 보네이도(14%)가 2위에 올랐으며, 이외 파세코(12%), 에비에어(11%), 보국전자(10%) 등이 공기순환기 시장에 가담, 경쟁하고 있다.

단일 제품으로는 신일산업 SIF-KC15가 최근 1년간 가장 핫한 제품으로 떠올랐다. 다나와에서 거래되고 있는 공기순환기 350개 제품 가운데 SIF-KC15만 판매 점유율이 10%를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에어비어 R10도 점유율 6%로 많이 판매됐으며, 신일산업 SIF-TBK15(5%), 에비에어 R900(4%), 파세코 PCF-D087AB(4%) 순으로 순위권에 올랐다.  

신일산업 SIF-TBK15는 3엽날개에 유아풍부터 터보풍까지 6단계 풍량조절이 가능하고, 최대 15m까지 강력한 바람을 전달해 준다. 타이머 기능이 있어 편리하며, 상하 각도조절, 자동 좌우 회전을 지원한다. 에어비어 R10은 5엽날개에 공기 이동 거리가 25m나 된다. 1분당 3회 저속 왕복 회전하는 그라운드 스윙 기능이 있어 넓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공기순환이 된다.

공기순환기는 최대 공기 이동 거리, 최대 풍량 및 풍속, 회전수, 소음, 소비전력 등을 비교해 각 가정에 맞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공기순환기에서 공기 이동 거리는 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을 최대한 보낼 수 있는 거리로, 공기 이동 거리가 길수록 바람을 더 멀리까지 보내 강력한 공기순환을 시킬 수 있다. 

다나와리서치 조사 결과, 공기 이동 거리는 10~15m 제품을 가장 선호해서 전체 판매량의 49%가 10~15m 공기 이동 거리를 지원했다. 최근에는 10~15m를 찾는 수요가 더 늘어 이 거리의 공기순환기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5%까지 상승했다.

더욱 강력한 공기순환을 원하는 층도 많아 공기 이동 거리 20~25m의 공기순환기 점유율이 21%를 기록했으며, 15~20m가 12%, 25m 이상도 8%나 돼 소비자 10명 중 9명(90%)이 공기순환기의 적정 공기 이동 거리로 10m 이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소음과 소비전력도 공기순환기를 결정하는 주요 선택기준. 소음이 크면 TV 시청은 물론, 대화하기도 어렵다. 최근 1년간 많이 팔린 공기순환기를 보면, 소음이 클수록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음이 60~70dB인 공기순환기가 제일 잘 나가 전체 판매량의 55%나 차지했으며, 50~60dB(32%), 40~50dB(12%)도 많이 판매됐다. 이에 비해 40dB 미만은 판매량 점유율이 1%에 불과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70dB이 전화벨 소리 정도의 소음이라면 40dB은 도서관 소음 정도로 조용한 편이다. 

바람이 강할수록 소음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강력한 바람의 공기순환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전력은 1시간 동안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수치로 표기되며 소비전력이 낮을수록 전기요금이 절약된다. 다나와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W 미만 공기순환기 판매량이 65%로 절대적으로 높았으며, 100W 미만이 점유율 33%로 뒤를 이었다. 100~200W 소비전력의 공기순환기는 점유율이 2%가 채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공기순환기 대부분이 소비전력 100W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