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PG 남영자 덕주임입니다. 요즘 그래픽카드 가격이 왜이렇게 많이 오르고 있는지 분석한 해외 매체 글을 읽고 왔는데요, 이참에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함께 보시겠습니다.
1. 그래픽카드 가격이 지옥으로 가고 있다. 코인 때문에
요즘 그래픽카드 가격이 말이 아니죠.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최저가 시세와, 점점 줄어드는 판매몰 수(팔고 싶어도 팔 물건이 없다는 뜻입니다)를 보는 제 마음도 아픕니다.
저는 주요 PC 부품 가격동향을 매일 체크하고 있는데요, 11월까지만 해도 가상화폐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선점 동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했었습니다. 11월 초부터 가상화폐가 서서히 오르긴 했지만, 그때는 '잠깐 오르다 말겠지' 하는 정도로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12월 중순부터(정확히는 12월 16일) 가상화폐 시세가 2천만 원을 넘어서면서 매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 시세 그래프(위)를 보시면 12월 16일을 기점으로 치솟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다시 채굴이 돈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래픽카드는 1주일정도 뒤인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 그래픽카드 공장에서 싹 쓸어가는 채굴 큰손들
2017년 중반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그래픽카드 가격이 불지옥화 되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가상화폐 시세가 비트코인 기준으로 1비트코인에 2,400만 원 수준이었는데요. 올해는 1비트코인에 최대 4,000만 원을 넘어섰습니다. 2018년 가상화폐 열풍때보다 거의 두 배나 더 오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채굴 큰손들이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그래픽카드 물량 이 부족한 제일 큰 이유는 글로벌 그래픽카드 유통망의 시작점에서 누군가가 그래픽카드를 다 쓸어갔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들자마자 공장 정문 앞에서 다 가져가 버리니까, 소매 시장에 그래픽카드 제품이 들어올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초반에 마스크 대란도 비슷한 양상이었죠. 중국에서 가방에 현금을 가득 가져와서 우리나라 마스크 공장에서 마스크를 만들자마자 바로 사가곤 했는데요. 지금 그래픽카드도 그런 상태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소매점에 파는 것보다 채굴업자에게 왕창 넘기는 것이 훨씬 편할 것입니다. AS 부담도 줄어들고, 물류비나 마케팅비도 들지 않으니 이런 상황이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당장 그래픽카드를 사고 싶은데 물건이 없고 가격도 비싸니 열받습니다.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하려고 한달에 5만원씩 열심히 용돈을 모아온 저도 열받은 상태입니다.
3. GPU 생산도 부족하다?
제가 자주 보는 해외 IT매체인 이고르랩(Igor's Lab)에 따르면, 'GPU가 부족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합니다. 채굴 이슈로 그래픽카드가 싹쓸이 당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애초에 GPU 생산이 부족하다는 말인데요.
업계에서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주된 원흉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TSMC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많은 주문을 수주받았기 때문에, 주문 일정에 맞춰 제작하기에도 벅찬데요. 그러다 보니 생산된 제품이 인기를 끈다고 해도 추가주문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엔비디아는 TSMC 대신 삼성전자가 RTX 3000 시리즈의 GPU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GPU 상황은 낫다고 하지만, 문제가 또 있습니다.
4. 그래픽 메모리도 부족하다?
또 다른 문제는 그래픽 메모리입니다. 엔비디아 GPU는 삼성전자가 생산하기 때문에 좀 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데요. GPU 생산은 잘 되고 있는데도 엔비디아 그래픽카드가 부족한 이유는 바로 그래픽 메모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에서 생산하는 GDDR6X가 말이 많은데요. GDDR6X는 마이크론의 독자 규격 제품으로 엔비디아 RTX 3080, 3090에서 사용하고 있죠. 그런데 이 GDDR6X가 고질적인 생산 부족이라는 소문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가상화폐가 떡상하기 전에도 RTX 3000 시리즈가 초반부터 시중에 물량이 거의 없어서 중고가격이 정가보다 더 비싸게 치솟은 것을 생각해 보십시요. 확실히 그래픽 메모리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GDDR6X를 쓰지 않고 일반 GDDR6를 쓰는 RTX 3060 Ti, RTX 3070 물량이 없는 이유는 그래픽 메모리 부족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이건 무조건 가상화폐 때문이겠지요.
5. 이럴 때는 일단 관망하고 존버해야 합니다. 다행히 사이버펑크가 망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YTN '재미있는 낱말풀이' 영상 캡쳐>
PC가 당장 급하신 분들이라면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를 하시는게 맞겠지만, PC가 아주 급한게 아니라면 관망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트코인 1개당 시세는 1월 10일에 4만 달러를 찍은 이후로 제법 하락하여 현재 30,000~32,000 달러 (3,200~3,500만 원)를 오가고 있는데요. 만약 비트코인 시세가 더 내려간다면 채굴 공장의 채산성이 하락해 사재기 했던 그래픽카드를 처분하려고 할 것이고, 더이상 채굴장에서 그래픽카드를 구매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래픽카드 가격이 다시 정상화 될 수 있겠지요.
코인 시세가 정확히 언제 무너질지는 제가 기약할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 그래픽카드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단 관망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집니다.
▲ 사이버펑크2077의 대표적인 버그인 'T 포즈 버그', 조니(키아누 리브스)도 예외 없다
다행스럽게도 2020-2021 최고의 게임으로 기대 받던 사이버펑크 2077이 많은 버그, 부족한 즐길거리로 인하여 (국내 분위기 기준) 혹평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고사양 게임용 본체를 구매할 이유는 많이 희석됐습니다. 적어도 사이버펑크2077 하려고 웃돈 주고 그래픽카드를 사진 않겠네요.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도통 알 수는 없지만요.
아무튼 하루라도 빨리 그래픽카드 시세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어서 저도 부담 없이 그래픽카드들을 소개하고 추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가상화폐 시세 급등으로 인한 그래픽카드 재고 부족 논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십시요. 다음 시간에는 되도록이면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