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두 번째 공휴일, 부처님 오신 날 아침
기분 좋은 늦잠을 즐기며 뒹굴뒹굴하고 있었던 어느 순간에
문뜩, 가끔 찾는 산책로 안내판 한 곳에서
사찰 이름 같은 것을 본 기억이 번뜩 떠올랐어요!
~(OoO)~
그래서 아침 산책길에 바로 그 안내판부터 찾아봤더니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더군요.
~(OoO)~
하여, 뜬금없이 한 번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o^)~
아, 이쪽은 평소 자주 찾는 코스는 아니었는데요.
보시다시피, 운동 부족 다람쥐에게는 적잖이 힘이 듭니다.
~(ToT)~
자, 여기 이 이정표에서부터 2.5km
약사사로 향하는 방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었던 코스입니다.
~(OoO)~
처음에는 완만한 오르막길이어서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하여 처음 500m 정도는 1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o^)~
한데, 완만한 오르막길은 딱 여기까지
이제부터 조금 버거운 급경사가 반복되기 시작합니다.
~(@o@)~
중간에 잠시 편하게 걸어볼 만한 곳도 있었습니다.
반면,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길목도 한동안 걷게 되어서
나름 서스펜스 감성의 상상력도 즐겨봅니다.
~(^o^)~
여기까지, 절반까지는 별문제 없었습니다.
이 정도면 꽤 재미있는 코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o^)~
아, 그런데 제가 여기에서, 아이고
샛길로 꺾어 올라가는 이정표를 하나 그냥 지나쳤어요.
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o@)~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곳저곳 둘러보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아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마냥 걸었습니다.
~(^o^)~
'어라? 그런데 여긴 어디?'
'뭐야?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지?'
40분 후, 이때서야 사태를 파악하고는 한참을 우왕좌왕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 길가에서
'뭐가 문제였지? 완벽한 직진이었는데…!"
하면서 무려 30분을 가까이 방황합니다.
~(ToT)~
'설마? 이정표를 놓쳤나?'라는 생각에
결국에는 왔던 길을 다시금 되돌아가기 시작해서
바로 전에 본 이정표가 있던 곳으로 거의 다 도착해서야
시야의 사각, 명암의 경계 끝에 걸쳐있던 이 녀석을 발견합니다.
~(ToT)~
하, 그냥 왼쪽으로만 한 번 꺾는 길이 아니라
곧바로 한 번 더 오른쪽으로도 꺾어 올라가는 콤보였어요!
~(ToT)~
완전히 지쳐버린 탓에
이때부터는 정말로 기진맥진했습니다.
~(@o@)~
10분 정도 더 급경사를 오르고 또 올라가서
마지막 이 친구에게까지 도착했을 무렵에
저 멀리에서 은은한 목탁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OoO)~
오르막길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부처님의 자비 같은 내리막길만 계속 이어집니다!
~(^o^)~
그리고 드디어 전각의 지붕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o^)~
이 코스는 사찰의 바로 뒤쪽에서부터
한참을 돌아서 들어가게 만들어진 산길이었는데요.
하여, 저 커다란 부처님의 뒷모습부터 올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o^)~
아, 저는 최대한 본전에서 떨어져서
입구 주변에서만 잠시 머물다가 바로 돌아왔어요.
~(OoO)~
스님의 담백한 미성과 정결한 목탁 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게 된다면
아차 하는 순간에 마음속에 품은 속된 욕망의 덩어리가
싹 정화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_+)~
하여, 경내로는 더 접근하지 않고 최대한 몸을 사렸습니다.
~(^o^)~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하는 법회의 어려움을
잠시 위트 있게 표현하신 부드러운 말씀도 듣기 좋았는데요.
제가 발길을 돌릴 무렵 들려온 108 번뇌, 방울 소리, 종소리
덕분에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한층 더 편했습니다.
~(^o^)~
- PS.1 -
둘레길이라는 말의 뜻이
그냥 산길이나 다름없는 건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ToT)~
- PS.2 -
아, 다행히도 제가 마음속에 품은 거대한 욕망의 덩어리
탐욕의 구슬 조각은 100% 정화되지 않았습니다!
~(^o^)~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