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린 오늘.
부동산 문제로 잠시 외출 하신다던 어머니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옵니다.
대패삼겹살이랑 어린 상추를 샀으니 준비 좀 해 놓으라는 전화였어요.
아니... 비도 오는데 시장도 가셔서는 갑자기 대패 삼겹살에 상추라니...
'상추와 대패는 핑계고 또 이것저것 사러 가셨구만'
하는 저의 예상을 틀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대패 2봉지 상추 2봉지를 사오신 것도 맞지만 버섯에 두부에 치커리에 청경채...
냉장고 넣을 자리 없으니 그만 좀 쟁여두라고 말한게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하십니다. (각종 야채가 물러서 국물이 줄줄 흐른 적도 많고, 썩어서 버리는 경우도 많았어요)
각설하고, 어머니 오시기 전에 부지런히 대패삼겹살 구워먹을 준비를 합니다.
소금과 와사비. 고추장아찌. 깻잎장아찌. 해방풍나물장아찌. 버섯장아찌. 뭔지 모를 장아찌 하나. 동생이 고기에 찍어먹을 초고추장(지가 챙김). 새우젓. 쌈장(두부를 섞어서 부드러움). 각종 김치.
장아찌나 김치는 어머니가 직접 담그신거에요.
돗자리 깔고 버너 위에 무쇠솥 올려두기~준비가 끝났습니다.
어머니가 오시기를 기다립니다.
상추를 진짜 큰 봉지로 두봉지나 사오셨어요. 사진은 반봉지 양입니다.
언젠가 다 먹겠죠.
찬물에 넣고 흔들어서 대충 불순물 제거해주고, 흐르는 물에서 또 씻어주며 끝부분은 제거해줍니다. 물기 빼고 가지런히 담아서 남아있던 깻잎이랑 같이 사진 찍어주고.
대패삼겹살도 두봉지. 가게에서는 한봉지에 2~3인분이라지만 우리가족한테는 딱 2인분. 모자랄지도?
다 모아서 한 컷. 보통 고기 굽는건 제가 합니다. 동생놈은 귀찮아해요. 물론 제가 굽는걸 좋아하기도 합니다.
맛있는 대패삼겹살~ 가운데는 돼지기름을 위한 키친타올입니다. 돼지삼겹살이다보니 기름기가 장난 아니네요. 다섯번은 갈아줬어요.
대패삼겹살 양은 살짝 모자라서 고기 조금 남겨서 비빔면과 같이 먹었습니다. 국룰 인정인가요?ㅎ
즉흥적인 어미니의 대패삼겹살 메뉴 선정으로 간만에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를 먹었네요. 비도 살짝 오는 날에 대패삽겹살 익는 소리도 너무 좋았습니다.
후식으로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 항상 사두시는 아이스크림까지.
다들 맛저녁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