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피아노를 샀습니다.

제가 다뤄본 악기는 크게 피아노랑 기타가 있는데, 기타가 제 20대를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친구였다면 피아노는 10대 초반에 짧게 배우고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나름 피아노 학원 열심히 다녔는데, 피아노 사달라고 할만큼 집이 부유하지는 못해서 중학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연주해볼 기회가 없어졌었죠.

항상 언젠가 어릴 때처럼 다시 피아노를 치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마침 아들 피아노 학원 끊었다는 아내의 말에 바로 다음 날 구매했습니다. 이참에 저도 다시 건반을 두들기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애초에 일반 피아노는 무리라고 생각했고, 디지털 피아노를 생각했습니다.

디지털 피아노기 때문에, 이걸 악기로 접근할 지 전자제품으로 접근할 지 고민은 좀했습니다. 악기라면 아무래도 섬세한 부분이 있으니까 브랜드가 좀더 중요할 거 같고, 전자제품이라면 스펙으로 골라도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결국 디지털피아노는 전자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적당한 가격대에서 좋은 '스펙'을 가진 제품으로 구매해야겠다 생각하니 쉽게 고를 수 있었습니다.

50만원에서 256 발음 제품은 이거 밖에 없는 거 같더라구요. 가성비로 뮤디스 MF 300L PLUS(현재 최저가 509,430원)를  선택했습니다.

피아노 본품 외에 의자를 2인용으로 옵션 선택했는데, 할인 쿠폰 행사와 카드 할인으로 50만 조금 넘게 들었습니다.

구매하고 이틀 만에 배송 및 설치가 끝났습니다. 구매하면 배송팀에서 연락이 오는데, 배송 및 설치비(4만원)는 별도로을 배송팀에 지불했습니다.

아들에게 무슨 색 살 건지 물었더니 망설임없이 검은 색이라고 해서 클래식한 검은 색으로 샀습니다.

흰 색이 이쁘다, 검은 색이 이쁘다, 집안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걸로 골라야한다 의견이 있겠지만, 본인이 사고 싶은 색을 샀다면 정답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원 버튼과 볼륨은 건반 우측에 위치하고,

그 외의 부가적 기능은 좌측에 위치합니다. 

주요 음색 40개를 비롯하여 다양한 음색이 들어있다는데, 솔직히 쓸 일이 많을까 싶습니다. 몇 종류의 음색이냐 보다는 내 맘에 드는 음색 한 가지, 그 한 가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만져보니까 아무래도 일반 피아노에 비해서는 고급감이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특히 흑건이 좀더 그런 인상이 드네요.

가격대를 생각한다면 고급스런 나무소재로 만들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언뜻 멀리서 보면 그럴싸하지만 가까이가면 시트지에 실망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테두리 마감이 그럭저럭 괜찮다는 것입니다.  

한글로 된 설명서인데, 설명서가 긴 것은 전자제품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 복잡한 기능은 천천히 배워 나가기로 했습니다.

기본 구성품으로 헤드폰을 하나 주는데, 뮤디스 피아노를 만드는 제조사인 (주)크라우져의 CH-G3라는 헤드폰입니다.

밤에 헤드폰끼고 혼자 들으면서 연주할 수 있다는 건 디지털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열어보니까 브라운 색의 자그마한 헤드폰이 귀엽습니다.

액세서리로 주는 제품이니까, 이것도 크게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마감 품질이나 만듦새 보면 고급스럽게 만들어진 제품은 아닙니다만 가볍고 착용감도 나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쓸 수 있습니다.

피아노 좌측 아래에 오디오 단자(6.3mm) 2개와 헤드폰 걸이 1개가 있습니다.

오디오 단자는 2개이지만 아무래도 1개만 쓰는게 일반적일테니, 헤드폰 걸이는 1개로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적당한 위치에 튼튼하게 부착되어 있어서 맘에 듭니다.

기본 구성으로 1인용 의자를 줍니다. 하지만 혼자 앉는다고 해도 넉넉한 사이즈의 의자에 앉아야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서 2인용 옵션으로 주문했습니다.

기본 1인용을 2인용으로 선택하면 추가금 39,000원을 내야 하는데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 애초에 이렇게 사는게 현명한 거 같습니다.

방바닥이 강화마루라 그런지, 앉고 일어설 때마다 의자가 조금씩 움직이며 소음을 내는 거 같습니다.

의자 다리 끝이 플라스틱인데, 고무 소재같은 거보다는 소리가 큰 거 같고, 강화마루에 스크래치도 누적될 거 같네요.

카페트를 추가로 깔아줄까 하다가, 오버스러운 거 같아서 테니스공 커버를 꽂아 줍니다. 여러가지 써봤지만 의자 소음은 이게 정답같습니다.

평소 좋아했던 만화인 귀멸의 칼날 OST 악보를 샀습니다. 정가가 15,000원인데 10% 할인해서 13,500원에 무료배송! YES 24에서 하루 만에 왔네요.

소싯적에 피아노 쳐본 경험 있는 아내가 먼저 쳐보는데, 피아노 안 친 지 십여년 된 건 마찬가지라서 연습이 좀 필요할 거 같습니다.

저처럼 취미로 피아노를 해보고 싶은데, 어쿠스틱 피아노는 부담되고 가볍게 접근해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디지털 피아노는 괜찮은 시작같습니다.

우선 헤드폰을 이용해서 혼자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소리 크기 조절이 용이해서 아파트 등에서 사용하기 좋습니다.

어쿠스틱피아노는 습도 조절 등도 신경써줘야 하고 조율해주지 않으면 음도 자꾸 변하는데, 디지털피아노는 그런 게 없어서 관리가 용이한 것도 취미 생활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어쿠스틱피아노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접근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피아노는 선뜻 구매하기 부담스럽습니다. 몇 백만원에서 시작하는 어쿠스틱피아노에 비해서 디지털 피아노는 몇 십만원에서 시작하죠.

콘솔형 디자인(슬라이드 커버)로 부상의 위험이 적습니다. 사실 저도 어릴 때 피아노 커버에 손이 끼여봤는데, 정말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피아노는 기능적인 면에서 단순히 소리만 낼 줄 아는 어쿠스틱피아노에 비해 다재다능합니다. 보니까 교육 기능도 있고, 음악 재생 기능도 있어서 쓰기 나름이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뮤디스 MF 300L PLUS 제품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하니 조금 어렵네요.

다른 다양한 디지털피아노를 사용해본 경험도 없고, 피아노를 손 놓은 지도 너무 오래 되서 전문적인 악기 리뷰를 하기는 무리인 거 같습니다.

하지만 가성비는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나름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50만원대에서 이 스펙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구매 후 이틀만에 배송된 점도 좋았고, 제품 만듦새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급스러운 느낌은 부족하지만 어디 성형이 잘못되거나 눈에 띄는 단점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뭐 이 정도면 만족입니다.

애초에 저는 피아노 전공도 아니고 그냥 가족 취미 생활용 장난감, 삶을 풍요롭게 해줄 재료, 어릴 적 한을 풀어줄 피아노 비스무리한 거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 목적에는 차고 넘쳐요.

굳어버린 손가락을 어설프게 놀려보는데,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내 교재에 색칠하기를 대신 하던 이름 모를 누나가 생각납니다. 피아노는 내가 좀더 잘 쳤던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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