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의 깊은 골짜기를 만날 때마다 자신을 이끌어줄 사람을 찾기 마련입니다. 나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 지혜를 가진 사람 말이죠. 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이를 테면 멘토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이죠.

멘토(Metor)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스의 이타이카 왕국의 왕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떠나며,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믿을 수 있는 한 친구에게 맡겼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습니다. 그는 오딧세이가 전쟁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텔레마코스의 곁에서 때로는 친구가 되어주고 때로는 선생님, 또 상담자가 되어주며 그를 잘 돌봐 주었는데요. 그 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이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종종 당황하며 뒷걸음질 칩니다. 그럴 때 나를 잘 아는 멘토가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그의 멘티가 된다는 것 또한 그에게는 큰 기쁨이지 않을까요. 내가 살아온 길, 어딘가에서 헤매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건, 그에게 정말 근사한 일이 되어 줄 겁니다.

학업을 우선해야 할 시기에 맺은 선생과 제자의 인연 또한 그러할 텐데요. 배워야 하지만, 모든 걸 미리 배우길 권하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의 학습 방식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선행학습을 금지한다니요. 하루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각자 방식으로 시간을 채우도록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일 배울 공부는 아니도록 할 것, 가르치는 것은 선생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더 많이 안다고 해서, 다른 아이의 배움을 건너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죠. 질문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야 하고 선생과 제자는 생각을 나누고 더 나은 방식으로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학습 방식을 우리나라와 비교하고 싶진 않습니다. 우리의 현실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식을 얘기할 뿐입니다.

1998년에 개봉한 영화<굿 윌 헌팅>에 등장하는 주인공 윌 헌팅은 수학이나 법률, 예술, 철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 본 책은 그 자체를 머릿속에 모조리 저장할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과 수리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MIT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친구들과 노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청소부에 불과했죠. 자신의 인생이 어디로 향하는지,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을 때 수학 수훈상 수상자인 제랄드 램보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정확히는 그가 학생들에게 낸 문제를 만나게 된 것이죠.
이것이 수학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어떤 문제를 만난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답을 찾아가야 할까요. 머릿속으로 생각한 그 답이 사회적으로는 맞지만, 내 마음 안에서는 전혀 다른 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선생이 학생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의 신념이 독특하고 나 자신의 소유임을 믿어야 한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이상하다거나, 인기 없다거나, 심지어 ‘나쁘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이 자랑스럽든, 어리석든, 무엇이든지. 자신만의 걸음걸이와 속도로. 어떤 방향이든지. 무엇을 원하든지.”

우리가 인생의 무한함을 향해 나아갈 때, 그곳에서 깊은 골짜기를 만나더라도 생각의 밧줄을 던져줄 수 있는 멘토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할 것입니다. 마음을 열면 또 다른 마음과 기꺼이 연결 되리라 믿어보고 싶은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