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취미로 식물을 키웁니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식물만큼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가 없거든요. 최신 IT 기기들이 즐비한 이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사람이 살아가고 숨 쉬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전기가 아니라 물을 마시고, 반도체가 아니라 흙바닥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가장 사람과 더 닮아있을 수밖에요. 컴퓨터 케이스에도 그런 제품이 있을까요? 아, 컴퓨터에 나무 패턴 들어가면 얼마나 촌스럽겠냐구요? Fractal Design North XL 시리즈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가장 먼저, 구성품인 설명서와 악세사리 박스가 케이스 내부에 동봉되어 있습니다. 악세사리 박스에는 조립에 필요한 나사들과 케이블 타이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케이스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색상을 사용하였으며, 겉에서는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사이드 패널이 촘촘한 메쉬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전면에는 간살 무늬 형태의 원목이 들어가 있으며, 기본적으로 오크 나무이지만, 일반 가구의 오크 재질보다 살짝 더 진한 색감을 보여줍니다. 케이스의 외부는 화이트지만 내부는 약간 그레이 빛이 나는 블랙 색상으로 투톤 배치입니다.
전면은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초크 화이트 케이스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우드 패턴의 플라스틱이 아니라, 진짜 나무. 그것도 천연 원목을 사용하여 북유럽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이 케이스가 단지 컴퓨터 그 자체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데스크 인테리어. 더 나아가서 방 전체의 분위기를 훨씬 더 세련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로 느끼게 해주는 오브제 역할을 하는 느낌입니다.
이 원목 패널은 블랙 색상 케이스의 경우 더 어두운색의 호두나무 원목이 들어가고, 화이트 색상 케이스에는 좀 더 밝은색의 오크 나무 원목이 들어가는데요. 코를 가까이해서 냄새를 맡아보면, 진짜 원목 가구에서 나는 은은한 나무 가공 냄새가 나서 신기합니다. 또한 원목을 사용했기 때문에 모든 North 케이스는 단 한 개도 원목 패턴이 동일하지 않습니다. 케이스 한 개 한 개가 전부 고유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우드 패턴 시트지를 붙이는 제품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전면 패널 안쪽을 살펴보면 Aspect 14 PWM 팬 3개가 기본 장착되어 있습니다. 최대 78 CFM 스펙에 고풍량 제품으로, 케이스 내부 색상에 맞춰 블랙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원목 패널 사이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모습입니다. XL 사이즈라서, 120mm 팬이 아니라 140mm 팬 3개가 기본 장착된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인데요. 참고로 라디에이터 사이즈가 465mm 이하라면, 420mm 라디에이터 장착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상단 패널이 특이합니다. 보통 다른 케이스들의 상단 패널은 네모 반듯한 철판 모양이 직각으로 잘라져 있는 모습인데 반해,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초크 화이트 케이스는 커버 끝부분이 둥근 유선형 말아져있는 모습이라서 케이스 상단이 아니라, 집의 지붕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당연히 프렉탈 답게, 끝부분 마감도 완벽해서 손으로 만져봐도 베일 염려가 전혀 없도록 날카로운 부분이 없습니다.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케이스의 상단 패널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죽 손잡이는 안쪽에서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외부는 철제 재질로 되어 있고, 내부는 무게를 위해서인지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단 패널을 열어보니 프렉탈 케이스의 전통처럼 커스텀 수랭 유저를 위한 필 포트 홀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그리고 뒤쪽에 살짝 튀어나온 두 개의 더듬이 같은 파츠가 상단 패널과 결합되어 케이스와 고정되는 방식입니다. 상단은 120mm 팬 3개 또는 140mm 팬 2개까지, 라디에이터는 360mm까지 장착이 가능하여 고성능 일체형 수랭 쿨러 장착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특이하게도 180mm 팬 2개까지 장착이 가능한 것도 XL 케이스만의 특징입니다.
상단 패널 앞에는 I/O 포트가 존재합니다. USB 3.1 Type-C 포트 한 개와 USB 3.0 Type-A 포트 두 개, 그리고 입출력 오디오 단자가 있으며, 화이트와 어울리는 실버 색상으로 전원 버튼이 들어가 있어서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참고로 블랙 케이스에는 실버가 아닌 블랙 색상을 매치하여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라면, 화이트는 실버가 매치되어 밝고 세련된 이미지입니다. 특이하게도 전원 버튼부터 다른 입출력 단자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마감 디자인이 돋보입니다.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케이스의 사이드 패널은 전체가 철제 메쉬입니다. 강화유리와는 달리 케이스 통기성을 최대한으로 끌어 끌어올리는 셈입니다. 내부 인테리어는 케이스 색상과 관계없이 블랙으로 통일된 모습인데요. 메쉬가 제품 대부분을 가려주긴 하지만, 메쉬 패턴이다 보니, 안쪽이 은은하게 비치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LED가 있으면 메쉬 사이로 LED가 새어 나오는 연출이 가능하고, LED가 없는 부품들로 구성한다면 케이스의 깔끔함을 통일시킬 수 있습니다.
내부를 열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기 흐름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기 위한 전용 팬 브라켓인데요. 이 팬 브라켓은 상단 또는 하단으로 위치를 옮겨 달 수도 있으며, 120mm부터 140mm 팬까지 2개까지 장착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해 보입니다. 특히 North XL Mesh 모델에만 제공되는 팬 브래킷이므로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쪽 쿨링을 보강할지, 상단에 CPU 또는 메인보드 전원부 쿨링을 보강할지 사용자가 선택 가능한 부분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내부에는 꽤나 많은 케이블 홀이 설계되어 있는데요. 상단에 2개, 우측에 4개, 그리고 하단 하드 트레이 방향에서 한 개의 케이블 홀이 있습니다. 상단과 우측은 물결무늬로 고무 가림막 처리가 되어있어서 케이블을 깔끔하게 숨기도록 도움을 줍니다. 하단 케이블 홀은 하드 트레이와 메인보드의 SATA 단자를 연결시키는 케이블을 통과시키기에 적절한 위치입니다.
내부 안쪽은 실제 옆면 패널이 가리는 공간보다 더 깊게 전면 팬 방향으로 여유 공간이 있어서 최대 413mm 고성능 그래픽카드 장착을 지원합니다. 사이드 패널 안쪽에 액세스 패널이라고 불리는 이 패널도 당연히 분리가 가능합니다. 깔끔한 레이아웃을 위해 일반적으로는 분리할 일이 없겠으나, 그래픽카드와의 간섭 등 추가적인 공간 확보가 필요할 경우 분리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다행입니다.
측면 팬 브라켓도 상당히 특이한 케이스지만, PCIe 슬롯에도 80mm 쿨링 팬 장착을 지원하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재사용 가능한 PCIe 슬롯이 팬 나사 장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80mm 쿨링 팬을 사진과 장착하면 그래픽카드의 뜨거운 열기 배출을 위해 추가적인 쿨링 배치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80mm 팬 장착을 지원하지만 대략 90mm 팬까지도 장착은 가능해 보입니다.
후면 패널을 열어보면 프렉탈의 깔끔한 레이아웃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메인보드 트레이 뒤쪽에 해당하는 위치에는 SSD 장착을 위한 슬롯 2개가 존재하며, 하단에는 파워서플라이와 하드디스크가 수납되는 전형적인 하단 파워 탑재 타워 케이스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위쪽을 살펴보면 기본 탑재된 4 Way PWM 팬 허브가 존재합니다. 참고로 팬 허브는 이 위치에만 고정 가능한 것이 아니라, 케이스 뒤쪽으로 옮길 수도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단에는 하드디스크 트레이가 보이는데요. 기본적으로 2개의 3.5 인치 하드디스크 브라켓이 제공되며, 오른쪽에 추가로 한 개가 더 장착 가능한 형태입니다. 하드디스크 브라켓은 2.5인치 SSD와 3.5인치 하드디스크를 하나의 트레이에 2개 동시 장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4개 SSD 및 2개 하드디스크 스토리지 장착이 가능하며, 하드디스크 브라켓을 추가로 구매할 경우 더 확장도 가능합니다. 단, 하드디스크 브라켓을 추가로 배치하는 만큼 파워서플라이의 최대 장착 가능 길이는 제한됩니다.
2.5" SSD는 분리 가능한 SSD 브라켓에 최대 2개까지 장착이 가능합니다.
우측에는 분리 가능한 파워서플라이 브라켓이 있습니다. 브라켓만 먼저 분리하여 파워서플라이에 장착 후 간편하게 조립하는 방식이죠. 프렉탈 케이스 대부분에 적용되는 요소다 보니 프렉탈 케이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파워서플라이 공간을 위한 별도의 먼지 필터가 자리 잡고 있으며, 간편하게 분리하여 물청소가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관리 측면에서 편리했습니다.
뒤쪽 선 정리 패널의 깊이는 2.3mm 정도로 실측되었으며 평균적인 수준입니다.
뒤면 전체도 최대한으로 통기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최대 140mm 쿨링팬 또는 라디에이터 장착을 지원합니다.
컴퓨터 튜닝 취미 생활을 오래 한 저는, 각 부품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것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어항 케이스를 선호하는데요. 문득 요즘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고 싶다고 한 친구가 너무 사고 싶다고 말한 케이스가 바로 Fractal Design North XL 케이스였습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각 부품들을 깔끔하게 가려주면서 케이스 자체가 집 인테리어와 녹아드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합니다. 케이스가 자기주장이 강하면 각 부품의 집중도는 낮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 시선은 케이스와 데스크 테리어 전체로 향하게 되면서 그 공간 전체가 조화롭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Fractal Design North XL Mesh 케이스는 보편적인 시선에서 가장 이쁘고 데스크 전체를 조화롭고 이쁘게 만들어주는 케이스인 셈이지요. 저도 이 케이스와 어울리는 조화들을 책상에 함께 배치했더니 마치 카페의 플랜테리어를 보는 것 같습니다.
Fractal Design North XL 케이스의 Mesh 타입답게, 풀 메쉬 사이드 패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사이드 팬 브라켓 제공도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최근 이 사이드 패널이 막혀있는 케이스가 많아져서 쉽게 보기 드물지만, 과거 굉장히 작았던 PC 케이스의 협소한 공간에서 뜨거운 열기를 배출하기 위해서 사이드 패널에 팬이 하나 달려있는 것이 가장 흔한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에 팬만 장착해 줘도 전원부 온도가 크게 내려가서 오버클럭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디자인이 워낙 이뻐서 디자인 얘기만 했지만, 의외로 퍼포먼스도 상당히 신경 쓴 케이스라서 Fractal Design North 시리즈의 XL 사이즈 Mesh 타입은 디자인 감성도 함께 챙기고 싶은 하이엔드급 사양 유저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케이스입니다. 리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리뷰 콘텐츠는 서린 서포터즈 6기 활동의 일환으로 서린씨앤아이를 통해 제공받은 제품을 어떠한 개입이나 제약없이 소개하였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