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하고 바랐는데...
결국,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이제 다섯 살 된 딸아이가 대학병원 검진 후,
난시가 심하다는 진단을 받고 안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딸에게 난시는 저와 같은 상황이 진행될 수 있기에
두려운 뜻이기도 했습니다.
막상 안경 쓴 모습을 보니 아빠 된 마음이 저려 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병을 지닌 제가 딸에게
나쁜 시력을 물려준 것 같아 죄책감이 듭니다.
장애아동을 둔 부모님의 마음과
장애를 지닌 자신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는데...
내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딸의 안경을 보니 그저 마음이 먹먹하고 아려옵니다.
각자 세상의 마지막 날 깊은 어둠을 맞이하게 되지만
저는 희귀병으로 인해 어두움을 먼저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딸의 안경이 가슴 아프기만 합니다.
오늘 곤히 잠자고 있는 딸아이에게 나지막이 읊조립니다.
"딸이 아빠를 너무도 많이 닮아 행복했는데
이제는... 아빠가 정말 미안해."
- 여울돌 박봉진 대표 -
딸의 안경이 마음 아픕니다
2024.08.25. 07: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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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안경이 마음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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