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UMPC는 아주 마니악한 시장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UMPC 시장은 중국 제조사들이 첫 스타트를 끊었지만 벨브의 스팀덱을 필두로 여러 대기업들이 참전하면서 그 덩치를 부풀려가고 있습니다.
그 중 ASUS의 ROG 앨라이(Ally)는 윈도우 기반 UMPC의 레퍼런스라고 할 정도로 그 만듦새가 높은 제품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고질적인 SD카드의 진행성 불량과 다른 제품에 비해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단점으로 꼽혀왔습니다.
최근에는 배터리 용량을 크게 늘리고 전작의 단점을 보완한 개선판 ROG 앨라이 X가 출시되어 국내에서도 물건이 풀리면 바로 품절될 정도죠. 특히 늘어난 배터리는 UMPC ‘마의 2시간’ 벽을 깬 제품으로 전작과 성능적인 차이가 크게 없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단점을 보완해 출시된 ROG 앨라이 X도 훌륭하지만, 전작인 ROG 앨라이도 위에서 언급한 SD불량 이슈와 짧은 구동시간 이외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부분에서는 아직도 1티어급 제품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신기한 영상을 하나 접했습니다. 바로 ROG 앨라이의 배터리를 더 큰 용량으로 교체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배터리 모딩 작업이지만 같은 ASUS의 다른 노트북 모델 배터리를 사용하기에 충전 단자도 동일하고 ROG Ally와 같은 출력의 노트북 배터리를 사용하기에 충분히 시도할 만한 부분이라 생각해 진행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노트북 배터리를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접했던 유튜브 채널에서는 사용한 배터리가 C41N1904라는 젠북 13용 배터리라고 해서 주문했지만… 셀 크기가 다르더군요. 그래서 동일한 모델 다른 호환 배터리를 다시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2번 째도 셀 크기가 커서 실패…
2번 실패하니 오기가 생기는… 그래서 ASUS 노트북 배터리를 뒤졌습니다. ROG Ally의 배터리 폭과 비슷해 보이는 C41N1825 배터리를 새로 주문했습니다. 4만 원씩 3번이면… 12만 원을 태웠네요. ㅎㅎ 이 제품은 72Wh로 ROG 앨라이 X의 80Wh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더군요.
▲ -주의- 셀 분리 작업은 매우 높은 화재 위험성을 동반합니다. 기본 전기 지식이 없으신 분들은 작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셀 크기가 충분히 들어가겠다 싶어서 발골 작업을 시작합니다. 겉 패킹을 벗기면 4개의 셀이 보입니다. 가이드까지 제거하고 재활용할 충전 단자, 보호회로와 셀도 분리합니다.
그리고 발골한 셀을 ROG 앨라이의 배터리를 탈거 후 크기를 맞춰봅니다. 잘 들어가네요.
그리고 어떻게 내장할 것인지 대충 레이아웃을 잡아봅니다. 배터리 회로는 하단에 까는게 깔금해 보입니다. 근데 선을 연결하면 들어갈 수 있을지 좀 아리송하네요.ㅎㅎ
배터리 셀 분리하면서 좀 긴장을 했는지 잠깐 쉬어가는 타임을 갖습니다. 쉬는 겸 ROG 앨라이의 또 다른 문제인 SD 카드 슬롯 쪽을 보강해 줍니다. 제 ROG 앨라이는 SD 슬롯 불량으로 메인보드를 한 번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최근 게임을 실행해 본체 온도가 높아지면 인식되던 SD 카드가 인식이 안되는 증상이 있더군요. 진행성 불량의 전조 증상입니다.
오른쪽 쿨러를 들어내면 SD 슬롯의 끝자락이 살짝 보입니다. 여기에 방열판을 제작해 서멀패드로 고정시켜 줍니다.
0.5T 알루미늄판을 크기에 맞게 재단해 잘라줍니다. 그리고 끝 부분을 직각으로 구부려 줬습니다. 구부린 부분은 방열구쪽으로 빠질 부분입니다.
앨라이의 히트싱크와 SD 슬롯 사이 공간이 대략 2mm 정도 됩니다. 그래서 방열판 두께인 0.5T에 써멀패드 0.5T를 한쪽에 1T짜리 서멀패드를 반대편에 붙여 2mm 두께를 만들었습니다.
SD 슬롯과 방열판 사이에 딱 맞물리게 잘 들어가네요. 흔들림이 없는지도 확인해 줍니다 ㅎㅎ
직각으로 구부려준 방열판 부분은 이런 느낌으로 돌출됩니다. 쿨러가 돌면서 SD 슬롯의 발열도 같이 날려줬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작업 후 실제 테스트에서 게임을 실행해 본체가 뜨거워져도 SD 카드가 잘 인식하는 것을 보니 작업이 잘 된 듯 합니다.
이제 다시 배터리 작업으로 돌아옵니다. 분리해 놨던 셀과 단자를 작업합니다. 보호회로를 하단으로 뺄 예정이기에 단자에 연장선 작업을 해줍니다. 근데 느낌이 쌔 한게 배터리쪽이라 좀 굵은 선재를 썼는데 하단에 잘 들어갈지 걱정입니다. 그리고 배터리와 보호회로 사이 연장선 작업도 함께 해줍니다.
절연 작업도 꼼꼼히 해줍니다. 이런 느낌으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만… 역시 선재가 너무 굵어서 보호회로를 하단으로 뺄 수가 없네요.
그래서 이런 모양으로 내장 작업을 합니다.
앨라이에는 이렇게 들어갑니다. 근데 보호회로가 너무 길쭉해서 CPU쪽 히트싱크를 가로지릅니다.
히트싱크에 닿지 않도록 보호회로 아래쪽 끝에 스펀지를 만들어 조립되면 보호회로와 히트싱크 사이의 공간이 확보되도록 처리했습니다. 이제 거진 작업이 끝을 보입니다.
40Wh -> 72Wh로 용량이 늘다보니 당연히 부피도 많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하우징도 깎아줘야합니다. 상판, 하판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깎아냅니다. 매우 얇기에 니퍼로 툭툭 잘라주면 깔끔하게 잘라집니다.
대망의 조립! 다행히 잘 조립되었습니다. 뒷판이 살짝 불룩한 감이 있긴 한데 하우징 조립은 잘 맞아 들어갑니다. ㅎㅎ
앨라이는 분해 후 재조립하면 반드시 충전단자를 연결해야 전원이 들어옵니다. 긴장되는 순간인데 단자를 연결하니 충전 LED가 들어오네요.
부팅까지 무사히 끝마쳤습니다. 작업 중에 배터리 셀에 쇼트가 몇 번 났었는데 무사히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배터리 정보를 확인하니 73Wh로 표기가 됩니다! 스펙은 72Wh였는데 왠지 1Wh 벌은 느낌이네요. ㅎㅎ
충전 리포트도 73Wh 100% 완충 됩니다. 이제 제 ROG 앨라이는 더 이상 조루가 아닙니다. ㅎㅎ
▲ 영상을 줄인다고 줄였는데 그래도 시간이 깁니다 ㅎㅎ
그럼 이제 ROG 앨라이 X와 배터리 타임이 얼마나 되는지 테스트를 해봅니다. 우선 ROG 앨라이와 앨라이 X 모두 운영체제 및 아머리 크리에이터 세팅을 ASUS의 기본 세팅으로 맞췄습니다. 그리고 두 기기 모두 ‘성능’ 모드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단, 두 기기의 성능 모드는 앨라이가 15W, 앨라이 X가 17W TDP로 세팅되어 있는 점 참고해 주세요.
배터리 시간 비교는 검은신화 오공 벤치마크 툴을 이용했습니다. 벤치마크 툴 역시 별도 설정 없이 자동 설정 값에 루프만 켜줬습니다. 자동 설정 값을 확인했을 때 두 기기 모두 동일한 설정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비교 테스트에서 17W로 세팅되어 있는 앨라이 X가 프레임이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력을 더 쓰니 더 높은 프레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니 이 부분은 참고 부탁드립니다.
테스트 진행 결과 앨라이 X는 2시간 45분, 배터리 업그레이된 앨라이는 3시간 12분을 기록했습니다. 앨라이 X가 더 짧은 시간을 기록한 것은 앨라이의 15W에 비해 더 높은 17W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W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도 72Wh 배터리로 교체된 앨라이가 3시간을 넘게 구동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작업 후기
확실히 배터리가 늘어난 것이 체감됩니다. 그러나… 그만큼 무게도 증가했네요. 거의 앨라이 X와 무게가 비슷해집니다. 그래도 두께는 여전히 얇아서 잡는 느낌은 오히려 우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배터리 업그레이드와 함께 SD 슬롯 방열판 보강한 부분도 체감이 크게 되네요. 수시로 인식이 안됐는데 작업하고 그런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ASUS는 SD 불량으로 들어오는 제품들 손톱만한 방열판 하나만 달아주면 A/S 물량이 확 줄어들 것 같은데 왜 메인보드만 교체해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메인보드 교체만 3번 받았다는 분도 본 적 있네요.
▲ 모딩을 마친 ROG Ally... Ally X만큼 따라 잡은 듯 합니다 ㅎㅎ
작업을 완료하니 앨라이 X만큼 활용도가 늘어난 듯 해서 뿌듯하네요. 국내에서 ROG 앨라이 배터리 모딩 작업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4만 원 정도(전 2번의 실패로 12만 원이…)에 배터리 용량을 2배 가까이 늘릴 수 있기에 매력이 있는 작업이긴 합니다.
그러나 배터리 모딩은 살짝 긴장을 풀면 바로 화재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기에 추천 드리는 작업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도 배터리를 늘릴 수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