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을 중시하는 시대가 왔다. 과거 뭐든지 '빨리' 얻길 원했던 사람들은 이제 남들과는 '다른' 걸 원하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천편일률적인 물건보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내 취향이 그대로 적용된 개성 넘치는 물건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다. 

▲ 미싱 초보가 만들기 좋은 코스터(출처: geunaefilm그내필름 유튜브)

이 욕구는 내가 직접 물건을 만드는 핸드메이드, DIY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손수 바느질을 해 아기자기한 소품을 직접 만드는 '퀼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실내 취미 활동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한 점도 퀄트 열풍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섬유, 방직 관련 기업들은 모두가 어려운 이 시국에도 미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흑자를 기록했으며,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퀄트의 필수 준비물 중 하나인 재봉틀 판매량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3배가 늘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재봉틀 원데이클래스(출처: 백지영 Baek Z Young 유튜브)

국내에서도 재봉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바느질이라는 낯선 영역의 전문적인 도구이다 보니 진입장벽이 낮은 편은 아니다. 어떤 제조사의 어떤 제품이 좋은가를 떠나 재봉틀 관련 용어조차 익숙하지 못한 것이 현실. 그래서 본격적인 수공예에 도전하기에 앞서 재봉틀에 대한 기본 지식을 심어주기 위한 '재봉틀 구매 포인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구매포인트 1. 미싱종류

▲ (좌) 가정용 재봉틀 싱거 미니 M1005(80,990원) / (우) 공업용 재봉틀 주키 TL-2010Q(1,794,000원)

재봉틀은 우선 용도에 따라 크게 가정용과 공업용으로 나뉜다. 가정용 재봉틀은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봉틀이다. 부피도 크지 않고 가격도 비해 저렴하게 측정되어 있다. 다양한 바느질 패턴을 제공하지만, 두꺼운 원단의 박음질이 힘들며 바늘땀의 견고함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 공업용 재봉틀은 책상과 안정감 있는 견고한 박음질을 할 수 있지만, 박음질은 오직 '직선'뿐이며 재봉틀을 두는 책상과 일체형이라 공간 차지가 많다. 

▲ 일반미싱(부라더상사 JA1400 / 174,920원)

입문자에겐 단연 가정용 재봉틀을 추천한다. 기능에 따라 나눠보면 일반 재봉틀, 오버록 재봉틀, 퀄트 재봉틀, 미니 재봉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일반 재봉틀은 말 그대로 가장 보편적인 재봉틀을 말한다. 가정에서 간단한 옷을 제작하거나 수선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재봉틀로 보통 10~30가지의 바느질이 가능하다. 다른 재봉틀에 비해 바느질 종류가 적은 편이라 소품 제작에 한계가 있다.

▲ 오버록미싱(NCC미싱 CC-5505 쏘우쿠키 / 344,820원)

오버록 재봉틀은 천의 올 풀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자리 부근을 깔끔하게 마감하는 재봉틀이다. 3~4의 실을 이용해 감싸는 방식으로 세탁 후에도 올이 거추장스럽게 튀어나지 않도록 꽉 고정시킨다. 대체적으로 오버록 기능밖에 없어 활용도는 낮지만 소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 퀼트미싱(부라더상사 이노비스 NV-2600 / 3,315,000원)

퀄트 재봉틀은 천과 천을 엮는 바느질이 아닌, 무늬를 넣는 자수 전용 재봉틀이다. 기본적인 자수 디자인은 재봉틀 내에 탑재되어 있으며 새로운 디자인이나 직접 디자인한 자수를 넣고 싶다면 자수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매해 원하는 무늬를 추가해야 한다. 공예 전문가용 재봉틀로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자수 프로그램 또한 굉장히 비싸서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제품은 아니다.

▲ 미니미싱(핸드 미니미싱 CS-101B / 4,100원)

미니 재봉틀은 딱 필요한 기능만 들어간 재봉틀이다. 일반 재봉틀보다 더 적은 간단한 바느질 밖에 지원하지 않으며 두꺼운 천을 감당해 내지 못해 기본적인 수선에도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대신 휴대가 가능할 정도로 작고 가벼우며 가격도 저렴하다.

퀄트를 하고자 하니 퀼트 재봉틀이 필요할 것 같지만 이미 언급했듯 퀄트 재봉틀은 전문가용이라 입문자가 손 대기에는 부담스럽다. 때문에 일반 재봉틀로 바느질에 익숙해지는 것이 급선무. 일반 재봉틀은 오버록 기능(오버록 재봉틀보다 퀄리티가 낮지만)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아 일반 재봉틀만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구매포인트 2. 가마방식

재봉틀은 실을 다루는 도구다. 그럼, 실을 다루는 기능이 가장 중요한 건 어린아이도 알 법한 당연한 사실. 실질적으로 윗실과 아랫실을 엮어 '매듭'을 만들어 주는, 재봉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가마다. 

가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구분은 간단하다. 밑실을 감는 부분이 수평으로 되어 있으면 수평가마, 수직으로 되어 있으면 수직가마다. 수평가마는 밑실을 끼워 놓으면 자동으로 밑실이 걸리는 방식이며 수직가마는 밑실이 걸릴 때까지 재봉틀을 돌려줘야 하는 방식이다. 수직가마는 바느질 한 땀이 완성될 때 가마가 180도 회전한다고 해서 반달 가마라고도 부른다. 참고로 수평가마는 가마가 360도 완전히 1회전을 한다. 

▲ 수평가마(싱거 미니 M1005 / 80,990원)

수평가마는 한 방향으로 가마가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바느질 속도가 빠르다. 소음도 수직가마보다 덜한 편. 밑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교체 시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수평가마는 고장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실이라도 엉키면 바로 A/S에 맡겨야 한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자체적으로 손쓸 방도가 없다. 

▲ 수직가마(재규어 콤팩트미싱 011 / 108,340원)

수직가마는 잘만 관리한다면 자식의 자식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 실이 엉키는 것쯤이야 손수 수리하는 것도 가능. 가마 부품이 하나하나 분리되기 때문에 청소하기도 간편하다. 힘은 수평가마 보다 강한 편이고 묵직해 옮기기가 부담스럽지만 안정감 있는 바느질을 할 수 있다. 가마가 제품 안에 숨어 있는 바람에 밑실의 잔량은 감으로 때려 맞춰야 한다는 점과 시끄럽다는 단점이 있다. 밑실 교체도 조금 번거롭다. 

수평가마와 수직가마, 둘 중 어느 가마가 더 좋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각자의 장단점이 너무나 분명하기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좀 더 선호하는 쪽을 고르면 된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걸 싫어한다면 수평가마를, 나중에 공업용 재봉틀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면 공업용 재봉틀과 비슷한 수직가마가 더 낫다. 

구매포인트 3. 주요기능

어떤 재봉틀을 골라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이 왔다면 이제 세부적인 기능을 살펴볼 차례다. 재봉틀에는 땀수 조절, 폭 조절, 속도 조절, 밑실 감기, 노루발 압력 조절, 자동 사절 등 여러 기본 기능들이 있는데 여기서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기능을 소개한다. 

먼저 속도조절은 바느질 속도를 딱 지정해 줄 수 있는 기능이다. 재봉틀의 바느질 속도는 보통 (전자)발판을 밟아 조절하게 되는데 발판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는 발의 움직임만으로 속도를 조절하기가 도통 어려운 게 아니다. 속도 조절 기능이 있는 재봉틀은 발판 사용을 아예 하지 않은 채 바느질을 할 수 있으며 발판을 사용한다고 해도 누르는 세기와 상관없이 미리 지정해 둔 속도 이상으로 빨라지지 않아 훨씬 안정적인 바느질이 가능하다.

▲ 자동 밑실 감기(출처: BCC 유튜브)

재봉틀의 시작은 실 감기부터다. 재봉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윗실과 밑실을 끼운 뒤 감아줘야 한다. 자동 밑실 감기 기능은 말 그대로 밑실을 자동으로 감아주는 기능으로 실토리(둥글게 감겨 있는 실뭉치)를 밑실 감기 장치에 설치하고 발판을 눌러주면 알아서 밑실이 감겨 초보자도 손쉽게 밀실을 감을 수 있다. 

마지막은 자동 사절 장치이다. 버튼 하나로 윗실과 밑실 똑 잘라주는 기능이다. 바느질이 끝나면 가위로 실을 끊어줘야 하는데 자동 사절 기능이 있는 재봉틀은 굳이 가위를 찾아 들지 않아도 실을 전달할 수 있어 매우 간편하다. 자주 실을 잘라줘야 하는 퀼트, 수공예 재봉 시 요긴하게 사용된다. 제품에 따라 1~3cm 정도 여분의 실을 남기고 잘린다.

BONUS TIP. 바느질 종류

▲ 다양한 스티치 활용 방법(출처: 소잉팩토리 유튜브)

재봉틀이 수행할 수 있는 바느질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기본적인 직선 박기나 지그재그뿐 아니라 꽃, 나뭇잎, 물방울 등과 같은 다소 복잡한 형태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심지어 문자까지 구현 가능한데 이런 바느질 패턴, 장식 스티치가 많아질수록 재봉틀의 가격도 올라간다. 

기술적인 문제로 한 가지 박기만 제공하는 일부 재봉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가정용 재봉틀은 적어도 10개 내외의 기본 바느질 패턴을 제공한다. 내장 스티치가 많은 제품의 경우 300가지 이상을 지원하기도 한다.

재봉틀의 스티치 기능을 사용하면 초보자도 어렵고 복잡한 바느질 패턴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보다 다양한 작업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스티치의 개수와 가격은 정비례해 욕심내지 말고 자주 사용할 만한 스티치가 적당히 들어간 재봉틀을 고르는 걸 권장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kms92@danawa.com

글, 사진 / 양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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