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지난 3월 발표한 산업 가속기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이하 IAA) 초안을 두고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정면으로 충돌했다. 4월 27일, 중국 상무부는 IAA가 배터리와 전기차 등 핵심 전략 부문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제도적 차별과 투자 장벽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를 수정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EU의 이번 IAA는 역내 제조 비중을 2035년까지 GDP의 20%로 끌어올리려는 야심 찬 계획의 일환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공 조달과 보조금 혜택을 Made in EU 기준 및 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만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전략 부문 내 1억 유로 이상의 대규모 투자 중 특정 국가가 글로벌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점유한 경우(사실상 중국 겨냥) 지분 제한, 필수 합작 투자, 기술 이전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4월 24일 제출한 권고안을 통해 IAA가 WTO의 최혜국 대우 및 내국민 대우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 측은 "해당 법안이 중국 투자자들을 차별하고 유럽의 녹색 전환을 저해하며 공정한 경쟁을 왜곡할 것"이라며 현지 콘텐츠 요구와 공공 조달 제한 조항 등을 즉각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순한 구두 경고를 넘어 실제 법적 보복 수단을 완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산업 및 공급망 보안을 강화하는 규정 제834호와 외국의 부당한 관할권 행사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도구를 도입했다. 만약 EU가 IAA를 초안대로 강행할 경우, 베이징은 이들 법령을 근거로 유럽 기업들에 대한 원자재 수출 제한, 구매 선호도 역전, 현지 조사 등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 분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십 년간 중국이 서구 기업들에 요구해 왔던 합작 투자와 기술 이전이라는 카드를 이제 유럽연합이 역으로 중국 기업들에 던진 셈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지키려는 유럽의 IAA가 중국의 강력한 공급망 무기화 압박을 뚫고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양국 간의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번질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브뤼셀과 베이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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