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시장의 전기화 전환이 가속화되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적 목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던 전기차는 올해 약 25%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3월 독일에서는 배터리 전기차 판매가 처음으로 내연기관 차를 앞질렀다.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선호도가 높았던 이탈리아에서도 1분기 배터리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66% 급증하며 시장 점유율 18%를 기록하는 등 변화의 물결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의 결실이 유럽 현지 제조사가 아닌 중국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글로벌데이터가 지적했다. 현재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규제 체제하에서 BYD 등 중국 기업들은 기준치를 크게 하회하는 배출량으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제조사들은 목표 달성에 실패하며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중국 업체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글로벌데이터는 분석했다. 실제로 닛산은 벌금 회피를 위해 이미 지난해 BYD와 배출권 합병을 단행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유럽 제조사들이 유럽 내 판매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경쟁사들에게 사실상 통행세를 지불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은 지난 10년간 중국이 추진해 온 산업 정책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에만 집중한 BYD는 올해 2월 유럽 내 전기차 브랜드 톱 3에 진입하며 폭스바겐과 BMW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 수익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는 유럽 제조사들은 가파른 전환 비용과 중국·미국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로 고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은 구조적 전환과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2030년까지 5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발표하는 등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동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은 소비자들을 전기차 시장으로 더욱 빠르게 몰아넣고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당장 시장에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전기차를 즉각 공급할 수 있는 주체가 대부분 중국 업체라는 점이 유럽의 고민이다.
유럽연합은 이에 대응해 역내 생산 비중을 강화하는 산업가속화법을 제안하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제한과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시행은 2027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글로벌데이터는 지적했다.
유럽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후 규제 체계를 구축했으나, 이를 산업적 기회로 포착할 공급망 역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배터리 셀과 핵심 원자재 가공 등 밸류체인의 핵심이 중국에 집중된 상황에서, EU의 규제 압박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의 현지 생산화를 촉진하며 유럽 공급망 내륙 깊숙이 중국의 영향력을 이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과 산업 주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유럽의 노력이 브뤼셀의 행정 속도보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