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동차산업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물론 주 원인은 중국시장에서의 약세다. 전체 판매의 30~40%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상황은 심각하다. 무엇보다 안정적일 줄 알았던 독일 프리미엄 3사의 판매 하락이 크다.
자동차산업은 유럽연합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고 1,380만 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2018년 연간 1,600만 대에 달했던 유럽 내 자동차 생산은 2024년 1,140만 대로 약 30% 줄어들었다. 폭스바겐은 드레스덴 공장 가동 중단과 수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단행하는 등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 유럽연합시장에 중국 전기차회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진출하고 있다. 판매는 물론이고 현지 생산, 그리고 합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국차들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당초 유럽연합은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제조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지 못하자 최근에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현지화를 추진하는 산업가속법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저가 공세의 주범으로 몰렸던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유럽 내 유휴 공장을 활용하는 쪽으로도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프모터는 스텔란티스와 협력해 스페인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체리자동차와 지리자동차 역시 유럽 현지 제조사와의 합작 투자나 공장 인수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 자본의 유입이 유럽 자동차 산업의 구원투수가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이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가져와 현지에서 단순 조립만 하는 키트 방식을 고수할 경우, 실제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때문에 유럽이 대륙 내 제조 기반의 붕괴를 막기 위해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수용하되, 엄격한 Made in Europe 콘텐츠 기준과 노동 표준 준수를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전통 제조사들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국 기업, 그리고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조 사이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은 생존을 위한 가장 위험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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