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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공식이 게임에 반달리즘을 심었다 TOP 5

2026.05.03. 1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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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반달리즘(Vandalism)은 문화재나 시설, 문서 등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거나 더럽히는 행동을 뜻한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관련 정보를 훼손시키는 행위들이 이에 속하는데, 위키 사이트 등에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흘려서 문서를 훼손하거나, 다른 유저가 정성껏 만든 건축물을 무단으로 부수고, 해킹을 통해 온라인게임 내용을 변조하거나 이상한 문서를 덮어씌우는 등의 행위가 대표적이다. 앞서 소개한 유형들은 보통 남의 창작물을 망가뜨리며 희열을 느끼는 악성 유저들의 삐뚤어진 만행에 가깝다.

그런데, 가끔은 유저가 아니라 '공식'에서 자기 게임을 망쳐버리는 황당한 일들이 벌어진다. 개발자나 현지화 팀, 심지어는 사장님이 직접 나서서 게임의 본질을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만행들 말이다. 마치 요리사가 자기가 만든 스프에 침을 뱉어 손님상에 내놓는 격이랄까. 오늘은 공식이라는 칼을 쥐고 제 살을 깎아 먹은, 대환장 반달리즘 TOP 5를 모아봤다.

TOP 5. 마인즈아이 - 경영진이 반달리즘을?

2025년 출시된 '마인즈아이'는 락스타 노스의 프로듀서였던 레슬리 벤지스가 독립해 만든 오픈월드 게임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사실상 미완성 상태라는 혹평을 받았다. 보통 이럴 땐 사죄 먼저 하고 패치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CEO는 이건 조직적인 사보타주 세력 탓이라며 음모론을 펼쳤다. 급기야 게임 내에 사보타주 세력의 배후라 주장하는 현실 인플루언서들을 모티브로 한 NPC들을 게임 내에 등장시키고, 이들을 암살하는 '블랙리스트' 미션을 공식 업데이트했다. 게임을 사장님의 사적인 데스노트로 써먹은 셈이다.

더 소름 돋는 건, 내부 스파이를 잡겠다며 직원들 PC에 실시간 화면 녹화와 오디오 감청까지 되는 '테라마인드'라는 스파이웨어를 몰래 깔았다는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실시간 화면 녹화, 입력 키 로깅, 앱 및 웹 활동 추적, 심지어 재택근무 중 오디오 녹음까지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직원을 동료가 아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것인데, 다른 게 아니라 이게 바로 진짜 반달리즘이다.

현실 인물을 본뜬 NPC를 게임 속에서 암살하라고? (사진출처: 마인즈아이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 현실 인물을 본뜬 NPC를 게임 속에서 암살하라고? (사진출처: 마인즈아이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TOP 4. 파이어 엠블렘 이프 - 진지한 대화는 '...'로 생략

게임 현지화에서 번역가의 역할은 막중하다. 오역이나 미흡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는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자의적 해석을 통해 원작을 망쳐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반달리즘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파이어 엠블렘 이프' 북미판 번역은 그런 면에서 선을 세게 넘었다. 암살자인 사이조와 베루카가 진지하게 고뇌를 나누는 대화는 번역하기 귀찮았는지 "..."이라는 말줄임표로 퉁쳐버렸다. 번역을 하라니까 텍스트를 소멸시키다니, 원인을 없애면 결과도 없어진다는 것일까?

이들의 원작 훼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캐릭터 마르크스는 이름이 공산주의자 같아서인지 '잰더'로 바꿨으며, 솔레이유가 남녀를 반대로 보면서 펼쳐지는 장면은 PC(정치적 올바름)적 사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 관련 텍스트를 전부 삭제한 후 상상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고쳐버렸다. 여기에 자신의 괴력을 수줍어하며 여성적인 면모를 지키려 드는 '상냥한 거구' 캐릭터는 근육에 집착하는 '운동광'으로 바꿔 놓질 않나, 단순히 절임 채소를 좋아하는 정도의 캐릭터를 모든 대화에 '피클'을 집어넣어 '피클 성애자'로 만드는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이쯤 되면 그냥 번역을 안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졸지에 피클 성애자가 되어버린 히사메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justonegamr 영상 갈무리)
▲ 졸지에 피클 성애자가 되어버린 히사메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justonegamr 영상 갈무리)

TOP 3. 에리카와 사토루의 꿈 모험 - 게임에 숨겨진 '저주'

'에리카와 사토루의 꿈 모험'은 1988년에 나온 패미컴 어드벤처 게임으로, 꿈의 나라에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는 동화 같은 게임이다. 그런데 엔딩을 보고 무려 91분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버틴 후 특정 커맨드를 입력하면, 동심을 산산조각 내는 히든 메시지가 튀어나온다. 개발자 중 한 명이 동료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남긴 뒷담화와 욕설 퍼레이드다.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비하부터 시작해, 쌍욕과 인격모독이 줄을 잇는다.

해당 메시지를 보면 제작진들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 분노를 애들 하는 게임 롬팩 안에 영구 박제해 버리는 건 차원이 다른 광기다. 이 저주의 메시지는 발매 후 무려 16년이 지난 2004년에야 발견됐는데, 당시에 발견됐으면 곧바로 소송 당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행위다. 나중에 알려진 바로는, 해당 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은 회사를 뒤엎어놓고 도망갔다고. 좌우지간 정신나간 개발자가 쏘아 올린 역사상 가장 쪼잔하고 사악한 이스터에그라 할 만하다.

사적 욕설을 게임 뒷면에 실어놓는 치졸함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絶対 영상 갈무리)
▲ 사적 욕설을 게임 뒷면에 실어놓는 치졸함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絶対 영상 갈무리)

TOP 2. 융융 전파 신드롬 - 번역가의 어긋난 정치질

지난 4월 24일에 출시된 '융융 전파 신드롬'은 2000년대 일본 2ch과 니코동 특유의 '전파송' 문화를 맛깔나게 살린 게임이다. 자연히 해당 문화를 잘 모르는 경우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기에, 번역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런데 영문판에서는 난데없는 서구권 인터넷 정치 투기장이 버어졌다. "그만해"라는 평범한 대사를 "파시즘을 끝내자!"로 번역하고, "필요 없어"를 "내 자궁을 도려내고 싶어"라는 기괴한 문구로 바꿔버렸다. 이쯤 되면 오역이 아니라 사상 주입 테러다.

서브컬처 팬들을 위해 스즈미야 하루히나 페이트 시리즈 등 온갖 오마주를 꽉꽉 눌러 담은 원작의 정성은 현지화 팀 드래곤베이비에 의해 처참히 박살 났다. '령주' 같은 고유 명사는 다 날아가고, 철 지난 정치 사상 관련 밈만 둥둥 떠다닌다. 원작자로서도 자신들의 게임이 이렇게 번역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게임을 자기 정치적 신념을 배설하는 확성기로 쓰는 자들은 번역 업계에서 퇴출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니 여기서 파시즘이?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 아니 여기서 파시즘이? (사진출처: 스팀 공식 커뮤니티)

TOP 1. 심콥터 - 크런치가 낳은 형광 유두 대참사

1996년, '심콥터' 개발에 투입돼 있던 맥시스의 프로그래머 자크 서빈은 주 6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크런치(야근)'에 찌들어 분노 게이지가 한계치를 돌파했다. 이에, 그는 게임 내 이성애 중심적인 분위기와 악덕 기업에 대해 몰래 엿을 날리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생일을 포함한 특정 날짜가 되면, 게임 내에 스피도 수영복을 입은 근육질 남성 캐릭터들이 스폰되어 서로 키스를 나누는 이스터 에그를 몰래 심어버린 것. 여기에 멀리서도 잘 보이게 '형광 유두'까지 달아줬다.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아주 가끔 등장하는 소문 속 캐릭터 정도로 마무리됐겠지만, 얄궂게도 버그가 터지면서 아무 때나 수백 명의 형광 유두 사내들이 헬기장으로 몰려드는 대환장 파티가 벌어졌다. 결국 맥시스는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5만 장의 타이틀을 전량 리콜했고, 서빈을 해고시켰다. 생각 같아선 민사 소송 때려맞고 빚에 허덕이는 엔딩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이후 서빈은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풍자하는 단체 '더 예스 맨(The Yes Men)'을 공동 설립하여 활동가로서 더 큰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고. 이 무슨...

이런 짓을 할 거면 안 들키게 잘 숨겨 놓던가... (사진출처: 심콥터 공식 홈페이지)
▲ 이런 짓을 할 거면 안 들키게 잘 숨겨 놓던가... (사진출처: 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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