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오토차이나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1,451대의 차량, 181개의 세계 최초 공개, 71대의 콘셉트카가 38만㎡ 전시 공간을 채웠다. 세계 최대 모터쇼라는 수식어가 새삼스럽지 않은 규모였다. 관람객의 관심은 마력이나 제로백 같은 숫자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확장성에 모였다. 올해 행사 주제인 '인텔리전스의 미래(Future of Intelligence)'는 현장의 실제 분위기를 그대로 옮긴 표현이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명령 수행 수준에 그쳤던 AI의 위상이 능동적인 운전자로 격상했다는 점이다. 생성형 AI를 거쳐 탄생한 지능형 콕핏은 차량 하드웨어와 실시간으로 교감하며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배터리 상태와 노면 상황, 운전자의 피로도를 파악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하고 최적의 충전 동선을 제안하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폭스바겐 그룹이 그룹 나이트에서 공개한 'Agentic AI for all' 로드맵은 이 흐름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2026년부터 중국 전자 아키텍처(CEA) 기반 차량에 AI 에이전트를 탑재하고, 2027년에는 CEA 2.0으로 주행과 콕핏 제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겠다는 계획이다.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샤오펑은 자체 개발 로봇 'IRON'의 연내 양산 계획을 밝혔고, 유니트리 로봇을 빌려다 놓은 부스까지 포함하면 홀마다 한 대씩은 눈에 띄었다. 앞으로의 브랜드 경쟁력은 하이테크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경험의 품질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행거리에 매몰되었던 기술 경쟁은 충전 속도와 효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모였던 곳은 BYD의 단독 전시관 E3홀이었다. 전시관 한켠에는 영하 34도짜리 냉동고가 설치되어 있었고, 얼음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차 안에서 10%에서 70%까지 5분 만에 충전이 끝나는 장면이 반복됐다. 혹한에서도 충전속도가 충분히 빠르다는 걸 직접 보여준 셈이다.

CATL 역시 3세대 리튬인산철 배터리 '선싱'으로 맞불을 놓았다. 10%에서 80%까지 3분 44초, 98%까지도 6분 27초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주유 시간과 견줄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CATL은 연내 중국 전역에 초고속 충전 스테이션 4,000개를 직접 깔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배터리 공급사가 충전 인프라 사업자로도 나서는 구도다. 배터리 용량 증대라는 하드웨어 경쟁을 뒤로하고 전력 반도체와 열관리 시스템의 정교한 엔지니어링으로 일구어낸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이 대중화되면서 전기차 보조금만큼이나 충전 대기 시간 단축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폭스바겐, BMW,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사들은 현지 최적화 전략을 날카롭게 다듬었다. '중국을 위해 중국에서(In China, For China)'라는 1세대 현지화 공식은 이미 낡은 것이 됐다. 중국 파트너의 기술 플랫폼 위에 자사 브랜드를 얹는 방식, 즉 '중국과 함께(With China, For China)'가 새 생존 공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모터쇼를 계기로 중국 진출 24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꺼냈다. 베이징현대의 NEV 브랜드 전환을 선언하고, 중국 자율주행 기업 모멘타의 기술을 신차에 직접 얹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15차 5개년 계획에서 '지능형 커넥티드 NEV'만 집중 지원 대상으로 못 박은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 NEV가 아니면 정책 수혜도 없는 시장이 됐다.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ICT 거물들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유연함도 돋보인다. 독자 노선만 고집하기보다 현지의 강력한 인프라를 흡수해 제품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생존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한편 테슬라는 2024년, 2025년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불참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마세라티, 스바루도 자리를 비웠다. 빈자리가 적지 않았지만, 그 빈자리 덕분에 로컬 브랜드의 존재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부품사들이 자동차의 설계 방식을 규정하는 주도권을 쥐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CATL과 호라이즌 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의 부스는 제조사들을 압도했고, 그들이 제시하는 기술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의 골격이 결정된다. 하청 구조에 머물던 과거의 관계는 기술 공조 파트너로 재편되었다. 부품사가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위에 제조사가 브랜드 가치를 입히는 방식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는 이제 스마트폰과 가전, 에너지망을 잇는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중심에 놓였다. 미래 시장의 승패는 빠른 차를 만드는 능력이 아닌, 사용자의 시간을 가치 있게 채울 수 있는 AI 생태계 구축 역량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2026 오토차이나에서 공개된 혁신은 자동차가 사람을 이해하는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사진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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