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JLR)가 차세대 전동화 디펜더 출시를 2년 늦추기로 했다. 영국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최대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내 판매 지속 하락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재 내연기관으로만 판매되는 디펜더는 JLR의 최다 판매 모델로, 대대적인 디자인 변경과 함께 전동화 시대를 열 예정이었으나 실제 전환 시점은 2030년대 초반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관세·중국 경쟁·사이버공격까지 삼중고
JLR은 주요 시장 전반에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산 자동차 관세가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발생한 러시아발 사이버공격으로 5주간 생산이 중단되는 피해도 겪었다.
2027 회계연도 1분기(2026년 4월~6월) 전 세계 판매량은 전년 대비 9.2% 감소한 7만 9300대에 그쳤다.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디펜더 세 모델이 전체 판매의 81%를 차지해 JLR 사업에서 이들 럭셔리 SUV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등 전기차 라인업 준비 중
JLR은 여러 순수전기 신모델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레인지로버 스포츠 일렉트릭, 레인지로버 GT, 재규어 타입 01 등이 파이프라인에 올라 있다. 이 가운데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2021년 10월 처음 발표되며 2024년 출시를 목표로 했으나, 역시 2년 넘게 지연된 상태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현재 디펜더가 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된다는 점 때문에, 차세대 모델은 유럽형과 미국형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개발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형은 스텔란티스와 공동개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동화 디펜더는 JLR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MA(Electrified Modular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하며, 하이브리드 버전도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플랫폼은 레인지로버 GT에도 적용되며, 패키징 효율과 잦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800볼트 전장 구조 등의 이점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미국형 디펜더는 현재 모델과 다른 세그먼트에 위치할 것으로 보이며, 스텔란티스와의 협업이 관세 부담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JLR은 현재 영국산 차량에 10%, 유럽연합산 차량에 15%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다.
JLR이 스텔란티스의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지프 랭글러의 바탕이 되는 보디온프레임 구조나, 지프 리콘에 적용된 스텔란티스의 STLA 라지 전기차 플랫폼 등이 가능성으로 거론된다. 두 방안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며, 관세와 불안정한 전기차 수요, 중국 경쟁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명맥 중 하나인 디펜더의 미래까지 다시 그리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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