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밍겔라 감독의 '리플리'(The Talented Mr. Ripley, 1999년)는 리메이크의 부담을 뚫고 성공을 이룬 금자탑 같은 영화다.
밍겔라 감독은 작가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베스트셀러 소설 '리플리'를 토대로 만든 르네 클레망 감독의 명작 '태양은 가득히'(http://wolfpack.tistory.com/entry/태양은-가득히-블루레이)를 다시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가득히'를 잊어도 좋을 만큼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 음악, 영상, 이야기 등 모든 것을 새로 구성했고, 그 결과가 아주 훌륭하다.
알랑 들롱이 열연한 '태양은 가득히'도 걸작이지만 이 작품 역시 그에 못지 않으며 영상이나 구성 등은 오히려 더 낫다.
내용은 이 작품이 원작 소설에 더 충실하다.
'태양은 가득히'는 완전범죄를 용납할 수 없는 클레망 감독의 성격 때문에 결말이 소설과 달라져 하이스미스의 불만을 샀지만, 이 작품은 무섭도록 치밀하고 냉철한 소설의 뼈대를 그대로 따라갔다.
반면 원작에 없는 동성애적 분위기와 의외로 위기의 순간에 흔들리는 리플리의 섬약한 면모 등 인간적인 측면을 가미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캐스팅이 훌륭하다.
'태양은 가득히'가 알랑 들롱에 집중된 반면 이 작품은 리플리를 연기한 맷 데이먼, 그린리프 역의 주드 로, 그린리프의 여자친구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 등 주요 배역들이 맛깔나는 연기로 캐릭터를 잘 살렸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배우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다.
그는 의심가득한 표정연기로 리플리를 무섭도록 몰아치는 프레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태양은 가득히'에서 단역에 불과했던 인물을 비중있는 캐릭터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 케이트 블란쳇은 원작 소설에 없는 메르디스 역할을 맡아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만큼 꼭 필요한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감독의 안목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존 세일이 촬영한 로마 베니스 등 이탈리아의 훌륭한 풍광도 눈을 즐겁게 한다.
여기에 음악에 일가견 있는 감독 답게 클래식부터 재즈, 1950년대 유행한 이탈리아 칸소네까지 적절히 가미해 풍성한 선율로 작품을 윤택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영상, 음악, 연기, 구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뛰어난 작품이다.
1080p 풀HD의 16 대 9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게 기대하기 힘든 화질이다.
윤곽선이 두텁고 일부 장면에서는 지글거림이 두드러지며 디테일도 아쉽다.
그래도 소장욕구가 생기지 않는 DVD 타이틀에 비하면 월등 좋아져서 구입할 만 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리어를 통해 소리가 넓게 확산되는 등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다.
부록으로 감속의 음성해설, 배우와 감독 인터뷰, 사운드트랙 제작과정, 영화 제작과정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블루레이와 더불어 별도 DVD 타이틀도 함께 수록된 합본팩이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