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Nader And Simin, A Separation, 2011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란 영화다.
이 작품이 낯설은 이란 영화인데도 국내에서 관심을 끈 것은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휩쓸고, 제 6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제 84회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영화상을 각각 받았기 때문이다.
베를린영화제는 물론이고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란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서방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으로는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사실상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문화적으로 회유책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 작품의 수상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역설적인 것은, 해외 수상을 비난한 이란 정부가 제작비를 일부 지원했으며 상을 주기도 했다는 점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이란 정부의 이중적 태도는 이 작품이 무시못할 만큼 매력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각본까지 쓴 이 작품은 독특하다.
처음에는 이란의 중산층 부부가 의견이 맞지 않아 이혼하는 얘기로 시작해서, 사라진 돈 때문에 가사도우미 부부와 법정 소송까지 벌이는 사건으로 비화한다.
이 과정이 은근히 점층적이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사건의 진실과 결말에 대해 점점 커지는 궁금증을 갖고 보게 만든다.
그만큼 관객을 빨아들이는 이야기의 집중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감독은 관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양 측의 이야기와 정황 증거를 모두 제시한다.
어느덧 판관의 입장이 돼서 이야기를 쫓아가면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 이란인의 삶이 보인다.
실업자인 남편 때문에 만삭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가사도우미 일을 해야 하는 여인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딸을 돌봐야 하는 가장, 이혼을 피하고 싶지만 소신을 굽히려 하지 않는 아내 등 보는 것 만으로도 측은하고 힘겨운 삶이 펼쳐진다.
여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이역만리 이란이라는 공간은 다르지만, 우리네 삶도 별반 다를 것 없는 현대인의 고단한 삶을 다룬 보편타당성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고단한 삶이 빚은 비극을 다뤘다.
감독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는 시종일관 냉정하다.
어느 순간 등장인물들의 고단한 모습을 꾸준히 다루면서도 결코 감정과잉으로 치닫지 않는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일정한 거리두기로 모두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한다.
그만큼 선한 측면과 악한 측면이 공존하는 보통 사람들의 입체적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를 위해 감독은 의식적으로 들고찍기를 통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고집했다.
더불어 인물 그 자체로 투영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새삼 현대 이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만든 수작이다.
1080p 풀HD의 1.8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블루레이 타이틀은 평범한 화질이다.
특별히 눈에 띄는 잡티는 없지만 살짝 링잉 현상이 나타난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부록으로 감독의 인터뷰가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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