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과 우울의 음유시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만든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년)는 제목 만큼이나 우울하고 암담한 영화다.
영화의 전반부는 우울증에 걸린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의 이야기로 진행되고, 후반부는 지구를 덮치는 거대 행성의 이야기로 흘러 간다.
즉, 우울증에 걸린 여인과 지구 종말이라는 두 가지 암울한 요소가 만나 무겁게 가라앉는 작품이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여주인공처럼 심한 우울증을 앓아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개인적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감독은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미화하려 들지 않는다.
어찌 세상이 즐겁고 희망 가득한 일 뿐이겠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독은 지구의 종말이라는 다소 황당한 주제를 들어 이야기한다.
지구 종말을 맞는 사람들의 절규와 세상 어디에도 피할 곳 없는 참담한 비극을 고스란히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담담하게 펼쳐 놓았다.
무겁게 가라앉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뛰어난 영상 때문이다.
더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기교에만 치우친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이 작품의 도입부에서 보여준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영상들은 놀라운 이미지의 향연 그 자체다.
마치 최후의 순간을 앞두고 1초도 아깝다는 듯 최대한 시간을 늘여서, 말이 주저 앉고 바람이 불고 물이 흘러가는 지구 곳곳의 순간들을 재현한 영상들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만큼 대중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색적인 영화다.
1080p 풀HD의 2.35 대 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영상은 화질이 훌륭하다.
클로즈업 장면에서도 화소가 어느 하나 뭉개지지 않고 깔끔하게 재현될 만큼 디테일이 뛰어나다.
DTS-HD 5.1 채널을 지원하는 음향은 서라운드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소리가 청취 공간을 감싸는 가운데 저음이 으르렁거리듯 무겁게 울린다.
부록으로 영화에 대한 소개와 시각효과, 영상 스타일,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 등이 한글 자막과 함께 들어 있다.
더불어 감독의 또다른 인터뷰 내용을 담은 소책자도 들어 있다.
by 블로그 '달콤한 인생' http://wolfpack.tistory.com/
<블루레이 타이틀에서 순간포착한 장면들> * 스크린 샷은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으니 퍼가지 말아주세요 *
원래 여주인공은 페넬로페 크루즈가 할 예정이었으나 크루즈의 '캐리비언의 해적' 출연 때문에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