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천하는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현재 삼성전자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85%로, 그야말로 독주라 할 수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삼성의 아성을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는 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다. 심한 주름, 불완전한 힌지, 허술한 만듦새 등으로 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오포(OPPO)가 출시한 첫 폴더블폰 ‘파인드 N(Find N)’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출시 5분 만에 1차 물량 완판으로 주목을 받더니 대내외적으로 삼성에 대항할 만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오포 파인드 N은 정말 삼성 갤럭시 Z 폴드3를 위협할 수 있을까.
갤럭시 Z 폴드3와 확실히 다른 비율, 승부수일까?
(출처: 유튜브 꿀단지PD)
오포 파인드 N은 흔히 삼성 갤럭시 Z 폴드3와 함께 언급되곤 한다. 파인드 N의 폴딩 형태가 갤럭시 Z 폴드3와 마찬가지로 세로축을 중심으로 좌우 화면이 접히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다. 대신 갤럭시 Z 폴드3는 접었을 때의 본체 비율이 길쭉한 반면, 파인드 N은 세로 비율을 확 낮추고 가로 비율을 넓혔다. 우리가 많이 봐온 바 형태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갤럭시 Z 폴드3의 외부 디스플레이에는 25:9, 파인드 N에는 18:9의 화면비가 적용됐다. 화면비로만 보면 파인드 N의 것이 사용하기에 더 익숙하다. 더 익숙하다는 건, 꼭 스마트폰을 펼치지 않더라도 외부 디스플레이만으로 높은 활용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면 자체도 베젤을 최소화해 본체 전면을 알뜰히 채우고 있어서 더 유용하다.
다만 갤럭시 Z 폴드3의 화면 크기는 6.2인치고 파인드 N이 5.49인치다. 파인드 N의 이 외부 디스플레이를 메인처럼 활용하기에는 확실히 아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은 화면을 펼치면 해결된다고 보는데, 진짜 문제가 여기에 있었다. 파인드 N을 펼쳤을 때 나오는 내부 디스플레이의 크기가 7.1인치에 불과하고, 심지어 비율도 8.4:9다. ‘메인’이라기엔 작은 화면 크기와 애매한 비율이 문제다.
(출처: 유튜브 꿀단지PD)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바 형태의 스마트폰에 익숙하다. 세로 화면이 더 긴 형태가 친숙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 Z 폴드3는 화면을 펼쳤을 때도 세로 화면이 더 길어 기본적인 웹 서핑, SNS와 같은 작업을 할 때 확 이질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파인드 N의 화면 비율은 갤럭시 Z 폴드3와 반대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듯하지만 가로 화면이 더 길다. ‘익숙하려면’ 화면을 90도 돌려야 한다.
영상을 감상할 땐 더하다. 갤럭시 Z 폴드3의 내부 디스플레이는 7.6인치 크기에 5:4 화면비를 지녔다. 세로 화면의 비율이 눈에 띄게 길다 보니 본체를 90도로 돌리면 화면을 꽤 크게 채워 볼 수 있는 편이지만 파인드 N은 펼친 상태로 보나 본체를 돌리나 화면 크기에 큰 변화가 없다. 두 제품 모두 내부 디스플레이로 영상을 감상했을 때 레터박스가 많이 남는 것은 맞지만, ‘유효한’ 화면 자체가 작다는 건 조금 치명적이다.
주름만큼은 갤럭시 Z 폴드3를 앞섰다?
폴더블폰의 화면 주름은 현시점에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폴더블폰이 각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라인업임을 감안하면, 화면 주름은 분명 보완돼야 한다. 주름이라는 하자가 없는 상품(上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파인드 N에 대한 평가 중 바로 이 화면 주름에 대한 내용이 주목할 만하다. 혹자는 파인드 N이 주름이 없는 폴더블폰이라고까지 극찬한다.
실제로 파인드 N의 화면 주름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이었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름이 넓게 퍼져서 티가 잘 나지 않고 깊이도 아주 얕은 편이다. 화면이 켜져 있을 때는 그나마 만져봤을 때 주름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달까. 가장 가까운 비교군인 갤럭시 Z 폴드3만 두고 봤을 때도 주름에 있어서는 파인드 N이 확실히 매끈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한다. 공교롭게도 파인드 N의 내부 폴더블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했다. 삼성의 차세대 폴더블폰의 주름도 파인드 N,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출처: 유튜브 꿀단지PD)
(출처: 유튜브 뻘짓연구소)
접어도 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파인드 N은 주름 외에도 또 하나의 메리트가 있다. 갤럭시 Z 폴드3를 접었을 때 측면을 보면 힌지에 가까워질수록 약간의 틈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파인드 N은 이 틈이 없다. 화면을 접었을 때의 본체 두께와 힌지의 두께가 거의 딱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출처: 유튜브 UNDERkg)
덕분에 폴딩된 상태에서 외부 디스플레이만으로 작업할 때, 본체의 좌우 두께 차이가 없어 비교적 편리한 사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보기에도 훨씬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틈 사이로 먼지가 들어갈 염려가 현저히 적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폴더블폰은 카메라 성능이 별로라고?
최근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셀링 포인트는 단연 카메라다. 본체 후면 디자인을 해칠지언정 카메라 성능은 포기하지 못하는 게 요즘 추세라 할 수 있다. 물론 같은 플래그십이지만 폴더블폰의 셀링 포인트는 카메라를 향하고 있지 않다. 폴더블 그 자체가 정체성이고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보니, 카메라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갤럭시 Z 폴드3의 카메라 사양은 플래그십답지 못하다. 메인 카메라라 할 수 있는 본체 후면 외부 카메라 사양이 1200만 f/1.8 광각+1200만 f/2.4 망원+1200만 f/2.2 초광각으로 이뤄져, 화소 전쟁 중인 다른 라인업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볼 수 있다. 한편 파인드 N의 메인 카메라 구성은 5000만 f/1.8 광각+1300만 f/2.4 망원+1600만 f/2.2 초광각으로, 아쉬운 사양은 아니다.
실제로 파인드 N으로 촬영된 사진들을 보면 실제 보는 것보다 채도를 높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고, 질감 표현이 꽤나 사실적이었다. 저조도 환경에서는 노이즈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사진이 잘 찍히는 편이고, 촬영 시간도 짧은 편이라 편리했다. 야간 모드는 촬영 시간이 기본 촬영 모드보다는 조금 길지만 확실히 빛을 더 많이 받아서 어두운 환경에서 아주 유용했다. 보케 효과를 주는 인물 사진 모드와는 별개로 카메라가 인물을 인식하면 기본적으로 ‘리터치’ 기능이 활성화돼서 피부 표현이라던가 눈이나 코, 턱 등을 전체적으로 보정할 수 있었고, 당연히 비활성화도 가능했다.
(좌: 저조도 환경에서의 일반 모드 촬영 / 우: 저조도 환경에서의 야간 모드 촬영)
200만 원 육박하는 가격,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가격이다. 지금까지 파인드 N을 내내 갤럭시 Z 폴드3와 비교했는데, 이 두 제품이 같은 가격 선상에서 비교할 만한 제품이었는지부터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갤럭시 Z 폴드3의 출고가는 256GB 모델 기준 198만 8,700원이다. 아무래도 출시한 지 시간이 좀 지난 만큼 현재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보면 158만 440원에 구매 가능하다.
한편 파인드 N의 출고가는 256GB 기준 7,699위안으로, 한화로 약 143만 원이다. 출고가 기준으로 보면 갤럭시 Z 폴드3와 거의 50만 원 정도 차이가 난다. 다만 오포 스마트폰의 경우 국내 유통사가 없다. 대신 직구로 구매할 수 있고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199만 3,600원이다. 국내에서 파인드 N은 갤럭시 Z 폴드3의 출고가보다도 비싼 셈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과연 파인드 N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다른 질문으로 바꿔본다면, 갤럭시 Z 폴드3가 아닌 파인드 N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앞서 파인드 N의 외형에 대해 자세히 다뤄봤는데, 실제로 파인드 N을 사용해 보면서 느낀 제품 편의성을 중심으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로 외산폰, 특히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해 가지는 여러 가지 선입견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정발 제품들처럼 큰 제약 없이 잘 쓸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다.
우선 파인드 N의 경우 중국 내수 전용으로 출시돼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공식적인’ 설치가 불가능하다. 다른 앱마켓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설치하고자 하는 앱이 (대부분)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약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대신 PC를 이용해 플레이스토어를 ‘비공식적으로’ 설치할 수는 있다. 당연히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대부분의 앱들을 설치할 수도 있다. 다만 보안 앱을 추가로 필수 설치해야 하는 앱들의 경우 자동 연결되는 앱마켓이 플레이스토어가 아닐 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행히 파인드 N에서 은행 앱인 ‘KB스타뱅킹’을 설치했을 때 보안 앱 ‘V3 Mobile Plus’가 필수로 설치되는 시스템이었는데, 플레이스토어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앱 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유심 인식이었다. 희한하게도 파인드 N에서 유심(KT, LTE)을 인식하기는 하지만, 전화나 데이터 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여서, 기본적인 통화 테스트 진행이 어려웠다. 당연히 전화 및 메시지 수신도 되지 않았다. 통신사나 통신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참고하는 정도로 봐 두면 될 것 같다.
두 번째로는 파인드 N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자잘한 불편함들에 대한 얘기다. 먼저 제품을 리뷰하는 기간 내내 불편했던 점을 꼽자면 단연 ‘카툭튀’였다. 파인드 N을 접었을 때 크기나 비율 등은 전반적으로 갤럭시 Z 폴드3보다 높은 만족감을 줬지만, 그립감을 유독 해치는 게 바로 후면 카메라였다. 카메라 유닛 자체도 크지만 툭 튀어나온 정도도 커서 제품을 들고 사용할 때나 바닥에 두고 사용할 때나 영 불편했다.
또 내부 디스플레이의 키보드를 사용하다가 제품을 접고 외부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때, 아주 간혹 외부 디스플레이의 키보드가 내부 디스플레이의 키보드 크기 그대로 반영될 때가 있었다. 제품의 전체 검색 기능을 이용할 때는 기본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데, 언어를 한국어로 설정했더라도 브라우저 언어는 중국어로 돼 있어 검색 기능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파인드 N이 동영상 혹은 게이밍 머신으로서 훌륭한 선택일까 하는 질문이다. 폴더블폰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폴더블폰을 태블릿PC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고 보는데, 파인드 N이 태블릿PC를 대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라 볼 수 있다. 사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파인드 N의 내부 디스플레이 크기는 7.1인치에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이다 보니, 통상의 동영상 콘텐츠 화면 비율이 16:9임을 고려하면 버리는 영역이 너무 많은 게 아쉽다. 그래도 다양한 화면 비율을 지원하는 게임 콘텐츠처럼 파인드 N의 전체 화면을 모두 활용하는 경우에는 여백이 없어서 몰입감도 높아 만족스러웠다.
* 이 사용 후기는 다나와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