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터 시장은 오랜 기간 레이저와 잉크젯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레이저 프린터는 빠른 출력 속도와 선명한 문서 품질을 무기로 사무 환경에서 강세를 보여왔고, 잉크젯 프린터는 비교적 저렴한 초기 비용 덕분에 가정용 프린터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프린터 제조사들이 무한잉크 시스템을 탑재한 '정품 무한 잉크 프린터'(이하 무한 프린터)를 앞다투어 출시하며,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한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를 교체할 필요 없이 대용량 잉크 충전으로 장시간 출력이 가능해 유지비 부담을 크게 줄이며, 레이저와 잉크젯 양쪽 수요를 모두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프린터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다나와 구매 통계 데이터를 활용한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를 통해 짚어본다.
지난 4년간의 레이저와 잉크젯 프린터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누적된 하락세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모습이다. 2024년 연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21년 대비 레이저 프린터는 37%, 잉크젯 프린터는 39% 감소했으며, 2022년 대비 두 제품 모두 36% 감소, 2023년 대비 각각 19%, 11% 감소로 하락폭이 다소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최근 1년간의 판매량 추이를 따로 떼어 보면 분위기가 다르다.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레이저와 잉크젯 모두 계절 수요에 따라 점진적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연말 특수와 신학기 수요가 반영된 12월과 3월에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침체됐던 프린터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는 모습이다.
레이저 프린터
토너(가루 형태의 잉크)를 정전기로 인쇄하는 방식
- 빠른 출력 속도와 선명한 글자 품질, 문서 인쇄에 특화, 사무용 환경에서 널리 사용됨
- 흑백 프린터는 유지비가 낮고 효율적, 컬러 프린터는 가격과 소모품 비용이 높다
- 잉크 번짐이 없어 보고서, 계약서 등 중요 문서 출력에 적합
- 초기 구입 비용이 다소 높고, 크기가 크거나 소음이 있는 모델도 있음
잉크젯 프린터
컬러별로 잉크 카트리지를 직접 탈착·교체하는 방식
- 초기 구매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구조가 간단해 가정용으로 널리 사용됨
- 카트리지 가격이 높고, 교체 주기가 짧아 장기적으로는 유지비 부담이 큼
- 일부 모델은 정품 카트리지 외에 호환 제품 사용 시 출력 품질이나 고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
무한 프린터
잉크 탱크에 직접 잉크를 주입하는 방식 (잉크젯 프린터의 한 종류)
- 잉크 리필 비용이 낮아 장기적인 인쇄 비용이 매우 경제적
- 가정용뿐 아니라 사무용, 학원 등 출력량이 많은 환경에서 선호됨
- 가격은 일반 잉크젯 프린터 대비 다소 높지만, 유지비 면에서 장점이 커 사용할수록 비용 절감
잉크젯 프린터 시장은 무한 프린터의 성장세에 힘입어 살아나는 추세다.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1년간 집계된 데이터에 따르면, 잉크젯 프린터 판매량 중 무한 프린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5년 1월에는 최고치인 91.9%를 기록했다. 특히 신학기 수요가 몰리는 3월과 9월, 그리고 연말 특수 시즌인 12월에 무한 프린터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며, 전체 잉크젯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제품군으로 자리잡았다.
무한 프린터는 잉크 카트리지 방식에 비해 유지비가 낮고, 대량 출력에 적합한 구조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갖춘 것이 강점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소비자의 선택이 집중되며, 잉크젯 프린터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린터 선택 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출력 속도가 있다. 프린터의 출력 속도는 일반적으로 ppm(Page per minute) 혹은 ipm(Image per minute) 단위로 표시되며, 각각은 분당 인쇄 페이지 수와 이미지 수를 의미한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판매된 무한 프린터의 출력 속도별 비중을 보면 컬러 출력 속도는 11~20ipm 구간이 3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21~30ipm 제품이 35%를 기록하며 중속 영역 제품이 주류를 형성했다. 반면 10ipm 이하의 저속 모델은 26%, 31~40ipm 고속 제품은 2%에 불과해 선택이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흑백 출력 속도에서는 중간 속도대의 선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21~30ipm 제품이 절반 이상인 50%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31~40ipm은 21%, 10ipm 이하 모델은 16%로 뒤를 이었다. 가장 높은 속도 구간인 41~50ipm 제품은 4%에 그쳤다. 소비자들은 단순한 속도 경쟁보다는, 적당한 출력 속도와 합리적인 가격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한 프린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인쇄 기능 외에도 모바일 및 무선 연결 기능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판매된 무한 프린터 중 모바일 프린팅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의 비중은 59%로 가장 높았으며, 이메일 프린팅 36%, 클라우드 프린팅 17%, 에어 프린팅 15% 순으로 나타났다.
연결 방식에서도 무선 연결이 주류로 자리잡는 추세다. 모든 제품이 유선 USB 연결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가운데, 무선 Wi-Fi 연결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 비중은 60%, 유선 LAN(RJ-45)은 17%에 그쳤다. 무한 프린터는 잉크공급의 원활함과 함께 모바일 중심의 스마트 오피스 및 홈오피스 환경에 맞춘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판매된 무한 프린터 가운데 엡손이 59%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캐논으로 40%를 기록했으며, 이 두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하며 사실상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브라더는 1%에 그치며 국내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엡손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무한잉크 시스템을 상용화한 브랜드로, 대용량 잉크 탱크와 안정적인 인쇄 품질을 기반으로 가정용부터 사무용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캐논은 디자인, 편의성,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실속형 수요층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한 프린터 시장이 확대되면서 브랜드별 인기 모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Epson
Epson EcoTank Photo 정품 무한 L18050 (무한잉크) (526,100원)
1위 점유율(59%)을 기록한 Epson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고루 포진시키며 사용자 선택 폭을 넓혔다. EcoTank Photo L8050 (383,360원)와 L18050 (526,100원)은 컬러·흑백 모두 8ipm 출력 속도를 지원하며, 고급 포토 인쇄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L1210 (151,980원)은 입문형 제품으로 가격 대비 성능을 갖춰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Canon
Canon PIXMA 정품 무한 G5090 (무한잉크) (267,000원)
시장 점유율 40%를 기록한 Canon은 10만 원대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무한잉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PIXMA G1930 (159,000원)은 흑백 최대 11ipm 속도에 10만 원대 가격으로 실속형 구매자에게 적합하다. PIXMA G5090 (267,000원)은 흑백 13ipm까지 지원하면서 20만 원대 가격에 사무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G1910 (139,000원) 역시 10만 원대 제품으로, 간단한 문서 중심 사용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Brother
Brother 정품 무한 HL-T4000DW (무한잉크) 669,300원
비중은 1%로 적지만, Brother HL-T4000DW (669,300원)는 컬러 20ipm, 흑백 22ipm의 빠른 출력 속도와 대형 용지 지원이 강점이다. 가격대는 60만 원대로 가장 높은 편이지만, 대량 출력이나 고급 사무 환경에 적합한 전문 제품으로 분류된다.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홍석표 hongdev@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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