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변덕이다. 뜨거운 햇볕이 초여름을 방불케 하다가도 매서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언제나처럼 더위는 찾아올 것이고,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한 폭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길거리, 지하철역, 사무실 어디서건 ‘손풍기’와 ‘목풍기’로 더위를 식히는 이들을 흔하게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에어컨, 쿨매트, 제빙기 등 여름 필수품이 많지만 최근 2~3년새 ‘국민템’으로 급부상한 제품이 하나 있다. 휴대용 미니 선풍기다. 보기에는 앙증맞고 유치해 보여도 가격 부담없고, 성능도 제법 좋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손에 들고 다니다가 책상이나 탁자에 고정해 놓고 사용할 수도 있고, 이것도 귀찮으면 목에 둘러서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래서 목풍기라는 말도 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차 안에서도 휴대용 선풍기는 효과 만점이다. 컵홀더 부분에 휴대용 선풍기를 놓고 에어컨을 켜면 에어컨 바람이 빨리 순환되기 때문에 차 안이 금세 쾌적해진다. 덕분에 한 번이라도 휴대용 선풍기를 사용하게 되면 매력에 빠져 외출 필수품으로 챙기게 된다고들 한다.
소비형태통계시스템 다나와리서치에서 휴대용 선풍기 트렌드와 인기 제품들을 살펴봤다.
지난해 인기 절정… 올해는 코로나19가 변수
휴대용 선풍기는 초기에는 주로 보조배터리에 바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형태가 주류를 이루다가 배터리가 결합된 핸디형, 거치형, 넥밴드형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거치형은 탁자 위에 두고 사용하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이다. 목에 걸어서 사용하는 넥밴드형은 두 손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으며, 각도 조절이 가능해 탁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요즘에는 선풍기를 접어서도 보관할 수 있고, 상하 분리 및 각도 조절에 에어필터, LED로 배터리 잔량까지 표시되는 등 크기는 작아도 기능은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휴대용 선풍기가 가장 많이 팔리는 때는 언제일까? 7~8월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격으로나 부피로나 부담이 적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인지 한여름은 물론, 봄가을에도 매기가 있다.
다나와리서치 데이터에서 2018년과 2019년 휴대용 선풍기 판매추이를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2018년에는 수요가 5월부터 시작되지만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7~8월 한여름이다. 1년 전체 판매량의 70%가 7~8월에 집중돼 있다. 가성비와 디자인 좋은 휴대용 선풍기들이 쏟아지면서 ‘손풍기 돌풍’이라는 말이 돌던 때가 이 시기다. 여기에 비하면 2019년, 작년에는 성수기 시즌이 훨씬 길어졌다. 비수기로 통하는 4월부터 판매가 급격하게 늘기 시작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이나 신기록을 이어갔다. 월 최고 판매량은 전년도에 미치지 못하지만 전체 규모로 따지면 2019년이 선방한 것이다. 일찍 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휴대용 선풍기가 대중화된 것이 크다. 옆 사람이 사용하니 호기심에 서둘러 구입하고, 어린이부터 장년층까지 구매층이 넓어지면서 계절 관계없이 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올해다. 작년 이맘때 같았으면 곳곳에서 눈에 띄었을 휴대용 선풍기가 요즘은 자취를 감춘 듯하다. 4월 판매량의 경우 작년 동월의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야외활동이 줄고, 관심권에서 밀리면서 제품 구매가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활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면서 활동인구가 다시 늘고 있고, 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쓰면 답답하고 땀도 줄줄 흘러내릴 것을 생각하면 휴대용 선풍기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아직까진 DC모터,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아
모든 전기제품이 그렇듯, 휴대용 선풍기에도 모터가 장착돼 있다. 모터의 힘이 좋을수록 선풍기 바람이 강해진다. 모터를 구동하는 전원에 따라 AC모터와 DC모터로 나뉘는데, AC모터가 교류전원을 사용한다면 DC모터는 일반 교류전기를 낮은 직류전기로 변환해 사용하는 모터다. AC모터는 전력소모가 높지만 오래 사용해도 고장이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DC모터는 저전력, 저소음이 강점이다. 다만 DC모터에는 마모성 부품인 브러시가 들어가는데, 이 때문에 AC모터보다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브러시를 없앤 BLDC모터(BrushLess DC Motor)도 있다.
초기에 나온 휴대용 선풍기는 AC모터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즘 모델은 DC모터를 채용한 것들이 많다. 다나와리서치 데이터를 살펴보면 지난 한 해 판매된 휴대용 선풍기의 51%가 DC모터를 장착했고, 나머지 49%는 BLDC모터 기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DC모터와 BLDC모터가 거의 양분하고 있는 셈이다.
휴대용 선풍기는 기본적으로 휴대해 다니는 제품인 만큼 무게가 관건이다. 2019년 판매 데이터를 보면 100~300g 미만 제품이 가장 인기가 좋았다. 휴대용 선풍기 무게를 100g 미만, 100~300g 미만, 300~500g 미만, 500~1000g으로 구분할 경우 100~300g 미만인 제품 점유율이 63%로 압도적으로 높다. 300~500g 미만 제품은 20%, 500~1000g은 14% 순으로 이어져 가벼울수록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휴대용 선풍기도 BTS 바람~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휴대용 선풍기는 재미있게도 K-POP 스타 방탄소년단(BTS)과 관련이 있다. 라인프렌즈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워브코리아에서 BT21 피규어 핸디선풍기(워브 WEF002-BT21)를 출시했는데, 지난해 휴대용 선풍기 중에서 단일 모델로 가장 많이 팔렸다. 점유율이 8%나 된다.
방탄소년단 캐릭터 별로 총 8개 디자인이 있다. 선풍기 중앙에는 깜찍한 방탄 캐릭터가, 하단에는BT21 로고가 박혀 있다. 거치용 도크를 사용해 데스크 선풍기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3단계 풍량조절이 가능하고 최대 11시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워브 WEF002-BT21는 귀여운 선풍기 뒷모습이 팬심과 여심을 자극, 판매를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지만 약한 바람과 소음은 감수해야 했다.
워브 WEF002-BT21에 이어 탁상용 선풍기인 오난코리아 루메나 N9-FAN 2세대가 6% 점유율로 판매순위 2위에 올랐고, 동일한 제품의 핸디형인 루메나 F9-FAN PRO 2세대(4%)가 3위에 올랐다. 루메나 N9-FAN은 서큘레이터형 선풍기로 바람이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디자인도 돋보인다. 최대 풍량으로 가동시 8m까지 바람이 닿는다. 원터치로 간편하게 안전망을 분리한 다음 물세척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청연MnS NV38-AIR30과 샤오미 USB선풍기도 점유율이 각각 4%, 3%로 선전했다. 샤오미 USB 선풍기는 휴대폰이나 노트북 USB 포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선풍기로 ‘심플’ 자체다. 실리콘 재질이어서 각도를 조절하기 쉽고, 가격도 착해서 5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제조사별로 순위를 가르면 오난코리아의 압승이다. 루메나 N9 FAN의 인기몰이 덕분에 오난코리아는 지난해 판매 점유율이 15%나 됐다. BT21 피규어 선풍기로 유명세를 떨친 워브(8%)를 비롯, 아이리버(7%), 샤오미(6%), 프롬비(6%) 등 2위권과 견줘도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 간격을 좁히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정은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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