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중학생이던 시절,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반에서 필체가 예쁜 친구들은 손이 바빠졌다. 당시에는 견출지에 이름을 적어 소지품에 붙여놨는데, ‘예쁜 글씨체로 적어놔야 공부가 잘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친 친구들이 많았다. 시간이 흘러 견출지에 수기로 이름을 표기하던 풍경은 줄어들었지만, 그 행위 자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에는 그 역할을 라벨 프린터가 대신하고 있다.
라벨 프린터는 종이에 이름, 날짜 등을 인쇄하거나 바코드, QR코드 같은 정보를 출력할 수 있는 기기다. 기존 프린터처럼 종이를 일일이 컷팅할 필요가 없고, 일부 전용 용지는 부착이 편한 스티커 형식으로 돼 있어 물건을 정리할 때 유용하다.
과거 견출지로 개성을 표현하던 10대들은 이제 소비 주역인 MZ세대가 되었다. 라벨 프린터 시장도 이들과 함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소비형태통계시스템 다나와리서치를 통해 라벨 프린터 시장 성장과 구매 트렌드를 살펴봤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진 2020년, 가장 판매량 많아
지난 4년간 라벨 프린터 판매 추이를 살펴보자. 한일 무역 분쟁과 버닝썬 게이트, 철도공사 총파업 등으로 어수선하던 2019년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판매량은 2019년 대비 약 28%나 증가했으며, 그중 47%는 가정용이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주거공간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잘 팔리는 라벨 프린터는 거치&휴대 겸용
라벨 프린터는 크기가 작고, 외부 전원 없이 구동 가능해 이동 편의성이 높은 휴대용과 어댑터를 꽂아 사용하는 거치형으로 분류된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초소형 제품이나 캐릭터 라벨 프린터는 휴대용이 많고, 거치형은 대량 인쇄가 용이한 산업용이 많다.
▲ 휴대와 거치가 가능한 로드메일코리아 LMK-2000PP, 거치형 Xprinter XP-DT108BKR
최근에는 휴대와 거치가 모두 가능한 겸용 제품도 인기인데, 지난 1년간 다나와에서 판매된 라벨 프린터 설치 유형을 보면 거치, 휴대 겸용 프린터가 판매율 42%로 가장 높았고, 휴대형과 거치형이 각각 30%, 28%로 고른 점유율을 보였다.
출력 용지와 용지 폭 판매량에서 확인된 소형 라벨 프린터 인기
일반 사무용 프린터는 브랜드, 모델과 상관없이 A4지 사용이 가능하지만, 라벨프린터는 제품에 따라 출력 용지가 달라진다. 라벨프린터에 쓰이는 용지는 크게 테이프 라벨지, 팬폴드 라벨지, 롤 라벨지, 열수축 라벨지로 분류되는데, 크기가 작아 가정에서 많이 쓰이는 테이프 라벨지 제품이 65%로 가장 잘 팔렸다.
▲ 로드메일코리아 테이프 라벨지와 망고슬래브 네모닉 롤라벨
그다음으로 택배 송장, 바코드 인쇄에 많이 사용되는 팬폴드 라벨지 제품(13%) 판매량이 많았고, 영수증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롤 라벨지 제품(11%), 열을 가해 부착하는 열수축튜브 제품(6%), 매장 포스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롤 감열지 제품(3%)이 뒤를 이었다.
소형 라벨 프린터 선호도가 높다는 것은 용지 폭에 따른 기기별 판매 점유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라벨 프린터 용지 크기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4~18mm 사이즈 제품이 30%로 가장 높았고 4~24mm 지원 제품(17%)과 3.5~12mm 지원 제품(11%)이 판매율 2, 3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라벨프린터 시장 반 이상을 소형 라벨 프린터가 차지한 셈이다.
참고로 라벨 프린터는 기기별 인쇄 가능한 용지 폭이 다르고, 일부 제품은 전용지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전 반드시 프린터와 용지 호환 여부를 확인해야 교환, 반품, 폐기 수고를 덜 수 있다.
50mm/sec의 빠른 인쇄 속도, 해상도는 180dip 제품이 잘 팔려
도트 프린터를 사용하던 ‘도석기 시대’에는 인내심을 갖고 출력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요즘에는 버튼을 누르는 즉시 프린트되는 초고속 출력 시대라 프린트를 걸어놓고 딴짓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소형 용지를 사용하는 라벨 프린터는 선호하는 인쇄 속도가 더 빠르다. 판매 점유율을 보면 50mm/sec 속도로 출력하는 제품이 78%의 압도적인 판매율을 보였고, 101~150mm/sec(14%), 51~100mm/sec(4%), 151~200mm/sec(4%) 인쇄속도 제품이 뒤를 이었다.
프린터 선명도를 결정짓는 해상도의 경우, 가정용 라벨 프린터는 보통 180dip 정도를 사용하고, 사무/산업용 프린터는 300dpi 이상을 사용하는데, 지난 1년간 인쇄 해상도별 판매 점유율을 보면 180dip 제품이 판매율 66%로 가장 높았고, 203dip 제품(20%), 360 dip 제품(9%), 300dip 제품(4%)이 순서대로 잘 팔렸다.
키보드 장착, 자동 컷팅, 한글 지원 여부를 확인하자
▲ 키보드식 Epson LW-H200RK 리락쿠마와 PC연결형 망고슬래브 네모닉 라벨 프린터
라벨 프린터를 검색해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사각 형태 프린터와 자판이 장착된 리모컨 컨트롤러 모양의 제품이 나온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라벨 프린터는 텍스트 입력 수단에 따라 그 편집 방식이 키보드 장착형이냐, PC 연결형이냐, 스마트폰 연결형이냐로 나뉜다.
키보드 장착형은 프린터 자체에 키보드가 부착돼 있어 PC와 연결할 필요 없이 프린터에서 텍스트를 입력, 편집해 출력할 수 있다. 주로 가정용, 캐릭터 제품에서 볼 수 있으며 판매 점유율도 34%로 가장 높다.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전통적인 편집 방식 프린터도 판매율 33%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편집 가능한 안드로이드와 iOS 구동 제품도 17%의 동일한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다.
라벨 프린터 사용 편의성을 높여주는 부가 기능도 살펴보자. 먼저 출력하면 용지를 자동으로 컷팅해주는 제품이 59%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용은 편하지만 원하는 크기에 맞춰 컷팅이 어렵다는 점과 라벨지 여백이 많이 남아 용지 낭비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한편 라벨 모서리를 다듬어주는 코너컷팅과 라벨지 절단을 돕는 하프컷팅 제품은 각각 25%, 16% 판매율을 보였다.
부가기능의 경우 한글 출력을 지원하는 제품이 47%로 가장 잘 팔렸고, 뒤를 이어 인쇄 미리보기(27%), 맥 지원(17%), 자동 전원꺼짐(8%) 기능을 갖춘 제품이 선호되었다. 이중 한글 출력과 인쇄 미리보기는 가정용 프린터에서는 필수 기능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구매 전 지원 여부를 꼭 확인하자.
가장 인기인 라벨 프린터 제조사는? 부동의 엡손
지난 3년간 라벨프린터 제조사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봤다. 부동의 1위는 프린터 명가 엡손이다. 2018년에는 65% 이상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9년에는 브라더가 12% 성장하며 그 세력이 살짝 줄었다가 2020년 54% 수준으로 회복됐다.
▲ Epson LW-K420
엡손은 사무용 디지털 장비가 주력 모델이다 보니 기존에는 기업이나 남성들을 주 타겟으로 했으나 2017년 출시한 가정용 라벨프린터 LW-K200과 리락쿠마 에디션 등으로 최근에는 여성 및 학생, 주부들까지 그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 Brother PT-D200LB 라인프렌즈
2위 제조사는 글로벌 프린터 기업 브라더다. 블루투스 라벨 프린터, 의류용 잉크젯 프린터 등 혁신적인 기술 제품들로 시장을 끝없이 공략 중이며 국내에서도 엡손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산업용 프린터를 생산하는 TSC와 Xprinter 등이 국내 라벨 프린터 시장 인기 제조사로 이름을 올렸다.
1년간 다나와에서 가장 잘 팔린 라벨 프린터는? 엡손 LW-K200BL
엡손 LW-K200BL은 2017년 출시된 제품으로 지난 1년간 다나와에서 판매된 라벨 프린터 중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열전사 방식으로 테이프 라벨지를 사용하며 용지 폭은 4~18mm까지 지원한다.
제품 자체에 키보드가 장착돼 있어 어디서든 간단히 텍스트를 편집할 수 있으며 휴대형이라 이동 편의성도 뛰어나다. 한글 출력에 다양한 모양의 폰트와 인쇄 미리보기를 지원하고, 화이트 앤 민트 컬러 디자인은 여성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57,770원.
2위도 엡손 제품이다. PRIFIA OK730은 2010년에 출시된 제품이지만 가격 대비 기능이 뛰어나 현재까지도 수요가 꾸준하다. 열전사 방식으로 테이프 라벨지를 사용하며 휴대와 거치, 자체 키보드와 PC 연결을 모두 지원해 사용 편의성이 좋다. 품명 같은 기본적인 정보성 라벨은 물론 바코드, QR코드 등 산업용 라벨도 출력할 수 있으며 사용 가능한 용지 폭도 4~24mm로 넉넉하다. 결정적으로 Mac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디자인 회사 같은 곳에서도 쓰기 좋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153,740원.
2014년 엡손에서 출시한 제품으로 거치형 제품이다. 열전사 방식으로 테이프 라벨지를 사용하며 360dpi의 높은 해상도를 지원한다. 사용 가능한 욕지 폭도 4~36mm로 다양하며, PC연결과 안드로이드, iOS를 지원해 스마트폰에서도 편집이 가능하다. PRIFIA OK730 제품과 마찬가지로 기본 라벨과 QR코드, 바코드 출력이 가능하며 Mac에서도 쓸 수 있어 사무용으로 적합하다.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290,170원.
4위는 브라더사에서 2016년 선보인 PT-P300BT 제품이다. 휴대와 거치가 가능하며 115x115x61mm 크기에 무게도 380g밖에 되지 않아 공간 차지가 덜하다. 열전사 방식으로 테이프 라벨지를 사용하며 편집은 오직 스마트폰 블루투스 연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용 가능한 용지 폭은 3.5~12mm 정도며 인쇄 속도가 20mm/sec로 매우 빠른 편이다. 화이트 심플 디자인 덕분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으나 해외직구를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한 점과 어댑터는 별매라는 점이 살짝 아쉽다. 다나와 최저가 59,800원.
5위 제품도 엡손 프린터다. 2017년 출시된 모델로 열전사 방식, 테이프 라벨지를 사용하며 해상도 180dpi와 9mm/sec의 매우 빠른 인쇄 속도를 자랑한다. 휴대형으로 이동 편의성이 뛰어나고 PC연결, 스마트폰 편집을 모두 지원해 환경에 맞춰 선택해 쓰면 된다. 사용 가능한 용지 폭은 4~18mm이며 자동컷딩, 한글출력 등 부가 기능을 지원한다. 다나와 최저가 77,700원.
기획, 편집 / 정도일(doil@danawa.com)
글 / 한재경(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