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고 습한 여름. 빨래는 많은데 잘 마르지는 않고, 말라도 꿉꿉한 냄새 때문에 세탁기를 다시 돌리기 일쑤다. 의류건조기는 전기나 가스 열풍으로 세탁물을 뽀송뽀송하게 건조해줘 요즘같이 습한 날엔 꼭 필요한 가전제품이다.
고온 열풍으로 세균과 유해물질,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살균처리되고, 생활먼지나 보푸라기도 제거해 준다. 냄새와 구김도 없애고, 옷감도 한 올 한 올 살려준다. 거실 한편을 차지하는 빨래건조대도 필요 없고, 미세먼지나 황사에 빨래를 널어둬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요즘은 인공지능(AI) 기능이 추가돼 소요 시간을 미리 알려주고, 원격조정도 가능해졌다. 세탁기 타워형(직렬) 건조기는 공간은 적게 차지하면서 세탁 동선을 줄여주고, 패널 하나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조작할 수 있어 한결 편리하다. 다나와 소비 형태 통계시스템인 다나와리서치의 최근 1년간 판매량을 토대로 의류건조기 트렌드를 짚어봤다.
건조기도 클수록 좋다… 15kg 이상 인기
건조기 용량은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kg으로 표시한다. 건조할 수 있는 세탁물 무게가 건조기 용량이지만, 정확하게는 수분까지 포함된 세탁물 무게를 말한다. 보통 세탁기 탈수를 마친 세탁물 무게는 이전보다 30~50% 정도 늘어난다.
단순히 kg보다는 드럼 용량(리터)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14kg과 16kg 건조기는 크기는 비슷하지만 모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성비 있는 건조기를 원한다면 14kg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건조기 용량은 가족 수와 생활공간, 생활패턴에 맞춰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인가구라면 7kg 이하, 2~3인가구는 8~14kg, 4인가구 이상은 15kg 이상으로 세탁기보다 2~3kg 정도 적은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구 수에 관계없이 대용량 건조기가 인기가 많다. 이불과 같이 부피 큰 빨래를 건조하기 위해서인데, 이런 경향은 다나와리서치 자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건조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판매된 건조기의 67%가 15kg 이상 대형 사이즈로 나타났다. 이 중 15~16kg가 61%, 17kg 이상 6%로 15~16kg 용량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했다. 15kg 이상이면 많은 양의 빨래는 물론이고, 두꺼운 겨울이불도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다. 현재 가정용으로는 19kg 용량이 건조기 최대 사이즈다. 다음으로 많이 팔린 것이 7~10kg(22%)이고, 11~14kg(6%), 6.5kg 이하(5%) 순으로 이어졌다. 6.5kg 이하 소형건조기는 수건, 양말 등 적은 양의 빨래를 건조할 때 요긴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15kg 이상(67%) → 7~10kg(22%) → 11~14kg(6%)’ 순이다. 아주 크거나, 작아야 소비자들이 좋아하고, 중간 사이즈인 11~14kg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15kg 이상은 이불처럼 부피가 큰 것도 쉽게 건조할 수 있어서 인기라면, 세탁물 가운데 속옷, 수건 등 고온건조가 필요한 소량만 건조하기에는 7~10kg이 유용해 소비자 선호도가 양극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소비효율 1, 2등급 건조기가 95%
전기전자제품 스펙을 따질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에너지효율이다. 여름에는 누진세 위험 때문에 전력소비에 특히 민감해지기 마련. 에너지효율이 좋으면 같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양이 적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이 좋은 제품을 사용할수록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제품의 에너지효율을 판별해 주는 기준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다. 1부터 5까지 등급에 따라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 및 에너지 소비효율을 구분해 표시한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고등급 가전제품이 차상위 제품보다 가구당 21%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고효율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를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로 소비자가 고효율제품을 선호하는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작년부터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개인별 30만원 한도에서 구매비용의 10%를 환급해 주는 제도로 올해도 ‘한전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지원사업’으로 실시중이다.
제도 덕분에 에너지효율 1~2등급의 고효율가전 제품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된 가운데, 건조기 역시 1~2등급 고효율제품이 전성기를 맞았다. 다나와리서치 자료 결과, 최근 1년간 판매된 건조기 가운데 환급대상 등급 제품이 71%나 됐다. 2등급 판매점유율이 24%, 3등급 1%, 5등급 4%로 1, 2등급 고효율에너지 제품만 95%에 달했다.
이전에는 에너지소비효율이 높을수록 소비자가격이 높고 제품 수도 제한적이라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지난해 업계가 경쟁적으로 1등급 제품을 출시하면서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고, 정부 지원금으로 가격 부담도 줄어들면서 1등급 건조기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히트펌프 건조식 옷감손상 적어
건조기가 국내 소개된 초기에는 비싼 전기료 때문에 가스식 건조기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점유율이 1% 정도로 미미하고, 대부분이 전기식이다. 가스식 건조기는 80~100도 고온 열풍으로 건조해 건조 시간이 짧고 살균효과가 좋다. 가스비도 적게 들어 경제적이지만, 건조기 전용 가스 배관을 설치해야 해서 설치 위치가 제한적이다. 전기만 연결하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전기식 건조기와 비교하면 최대 약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단종된 경우가 많고, 린나이와 LG전자가 제품을 내놓고 있는 정도다.
건조기는 히트펌프식, 히터식, 히트펌프+히터식으로 건조방식이 다르고, 각각의 장단점에 차이가 있다. 히트펌프식은 저온제습방식이라고 해서 50~60도 저온으로 옷감 속 습기를 제거해 건조하는 방식이다. 옷감 수축이나 손상이 적고, 소비전력도 낮은 편이다. 하지만 히터건조방식에 비해 부품 원가가 많이 들어 제품가격 자체가 비싸다. 건조기를 설치한 장소의 온도가 떨어지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약점도 있다. 이와 달리 히터식은 열선으로 처리된 히터가 발열한 다음, 팬으로 공기순환을 일으켜 드럼 안의 세탁물을 건조하는 방식이다. 히트펌프식에 비하면 소비전력이 높아서 주로 작은 미니사이즈 건조기에 적용되고 있다.
히트펌프와 히터를 동시에 사용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한 방식도 있다. 건조 전반에는 히터로 최적의 온도에 빠르게 도달시키고, 그 후에는 히트펌프로 저온제습하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외부온도에 영향을 적게 받아 건조가 빨리 되지만, 히트펌프만 사용할 때보다는 전기소비가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 그랑데와 비스포크 그랑데 건조기가 히트펌프+히터식이다.
최근 1년간 건조기 판매량을 보면 히트펌프식 인기가 가장 높다. 전체 건조기 판매량의 62%가 히트펌프식이고, 히트펌프와 히터식를 결합한 방식이 31%, 히터식 7% 순이다. 히트펌프식이 제품 가격은 비싸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옷감 손상이 적어 소비자들이 더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히트펌프식 건조기는 다른 건조방식에 비해 제품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다나와에서 히트펌프 건조방식을 검색하면 위닉스, 위니아딤채, LG전자 등 199개 제품이 올라온다. 반면 히트펌프+히터식은 삼성전자 그랑데와 삼성전자 비스포크 그랑데 등 49개에 그치고 있다.
화이트? 아니면 실버?
요즘 가전제품은 인테리어 가전답게 디자인뿐 아니라 색상도 중요해졌다. 의류건조기는 어떤 색상이 가장 잘 나갈까? 다나와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의류건조기는 화이트, 실버, 블랙의 3색 천하다. 3색상이 96%를 차지하고 그레이, 베이지, 핑크, 레드 등 기타 색상은 모두 합쳐야 4%에 불과하다.
이 중에도 특히 화이트와 실버컬러는 판매점유율이 각각 43%, 42%로 막상막하의 인기도를 보여줬다. 화이트 색상이 깔끔하면서도 화사함을 대변한다면, 실버 컬러는 메탈이 주는 고급스러움이 돋보인다. 두 색 모두 세탁기와 직렬이나 병렬로 놓아도 모두 어울리는 무난한 색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해 신제품부터 베이지 계열의 그레이지 컬러를 도입했고, LG전자도 세탁건조기 트롬 워시타워에 샌드 베이지, 코랄 핑크, 포레스트 그린 등 3종의 새로운 색상을 추가로 선보이며 컬러 건조기를 확대해 가는 중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레이지 색상은 그랑데 건조기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면서 판매량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화이트와 실버로 가득한(?) 건조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제조사들의 마케팅에 얼마나 화답할지 관심이다.
1위는 LG전자 트롬, 하지만 삼성전자와 ‘박빙’
지난 1년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한 베스트 10 제품을 알아보자. 1위는 LG전자 트롬 ThinQ RH16VTS다. 가성비 최고 제품으로 꼽히면서 최근 1년간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으로 자리했다. 건조용량 16kg 대용량에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이고,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식이다. 스팀살균코스와 스팀 리프레쉬 코스가 있어서 유해세균을 99.99% 살균해 주고, 옷에 베인 냄새와 구김도 제거해 준다. 트루스팀으로 드럼 내부와 필터까지 살균해 주고, LG ThinQ 앱에 등록하면 원격제어할 수 있다. 세탁물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가 건조 완료 시간을 알려주고, 스마트 페어링 기능이 있어서 건조기에서 건조 코스를 알아서 적용해 준다. 다나와 최저가 기준으로 130만원대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건조기는 삼성전자 그랑데 AI DV16T8740BW. 3위와 4위 역시 삼성전자 제품으로 그랑데 AI DV16T8740BP와 삼성전자 그랑데 AI DV16T8740BV가 차지했다. 그랑데 AI DV16T8740BW 역시 건조용량 16kg에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이다. 9개 센서가 주기적으로 내부 온도를 감지해서 최적의 건조 온도와 시간을 찾아내고, 드럼 내부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아 옷감 손상 없이 구석구석 말려준다. 각종 유해세균과 집먼지진드기도 제거해 주고, SmartThings 앱으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다나와 최저가 80만원대로 LG전자 트롬 ThinQ RH16VTS보다 저렴하다.
이어서는 위니아전자 클라쎄 DWR-10MCWRH가 이름을 올렸고, LG전자 트롬 ThinQ RH16VT, LG전자 트롬 RH16WTAN, 삼성전자 DV90R6200QW, LG전자 트롬 RH9WV, LG전자 트롬 ThinQ RH16WT가 10위권에 올랐다.
베스트 10 제품만 놓고 보면 의류건조기 시장은 세탁기와 달리 LG전자와 삼성전자간 경쟁이 ‘박빙’이다. LG전자 트롬 ThinQ RH16VTS이 1위에 올라 LG전자의 자존심은 세웠으나 2위와 간격이 크게 벌어지지 않은 데다, 2위부터 4위는 모두 삼성전자 그랑데 AI가 버티고 있다. 2위부터 4위까지 3개 제품 판매량을 합하면 1위를 한 LG전자 건조기보다 많다.
건조기 시장은 사실상 LG전자 주도로 이끌어져 왔으나 2019년 LG전자 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발생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고, LG전자보다 저렴한 가격정책으로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LG전자를 추격할 수 있었다는 풀이다. 건조기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충분해 두 회사의 접전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7·8월, 4·5월에 건조기 많이 구입
의류건조기는 대표적인 혼수가전 품목으로 주로 봄에 많이 팔린다. 그래프에도 보이듯, 3~5월 판매량이 하반기보다 많다. 작년에는 이런 혼수가전 수요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살균가전·위생가전 수요까지 겹치면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작년 그래프를 보면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을 찾을 수 있다. 8월 들어 판매량이 급격하게 뛰며 역대 최고기록을 찍었는데, 이 기간은 6월 10일 제주를 시작으로 중부지역은 8월 16일 끝난 최장의 장마 기간과 유사한 시기다. 날이 습할수록 건조기 구입이 활발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여름도 오락가락하는 비와 높은 습도를 생각하면 지난해와 유사하게 건조기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의류건조기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 중 하나다. 많은 소비자들이 구입할지 고민하던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로 만족스럽고, 의류건조기로 생활의 질이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만족도가 오래가려면 제품 관리는 필수다. 빨래 건조 후에는 먼지필터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고, 틈새에 낀 먼지도 닦아줘야 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다.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정은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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