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는 아니더라도 찬바람이 부는 이맘때면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 음악 볼륨을 높이게 된다. 기왕 듣는 것, 스피커 갖춰놓고 스테레오 사운드로 들어주면 이만한 힐링도 없다. 스피커는 여느 제품보다 개인별로 취향이 다른 제품이다. 음질은 기본으로 두더라도 음색 성향에 따라 좋아하는 스피커가 갈리기 때문이다. 웅장한 느낌의 음색에 끌리는가 하면, 밋밋하지만 깔끔한 음색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이는 날카로우면서 청아한 음색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나마 원음에 가까운 음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 공통된 희망사항이다. 특히 아날로그 턴테이블, CD플레이어, PC를 통한 디지털 신호 출력, 스마트폰의 무선 스트리밍, TV나 영상기기의 사운드 출력 등 청취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디서나 간편하게, 원음에 충실한 음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오디오 환경을 구축하고 싶어진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이 하이파이(HiFi) 스피커다.
스피커 판매량 중 15%가 HiFi스피커
HiFi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주파수대인 16Hz~20kHz 범위의 저음부에서 고음부까지 균일하게 재생할 수 있는 음향기기, 또는 사운드 자체를 일컫는다. high fidelity(고충실도)의 약어로 앰프나 라디오, TV, 레코드, 테이프 레코더들에서 재생되는 음이 원음에 가장 가깝고, 다양한 음역대에 균형이 잡혀 있으며 왜곡이 없다. 콘서트홀에서 가수 라이브를 듣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HiFi스피커는 이런 고음질에도 불구하고 인지도나 판매량에서 일반스피커에 밀리고 있다. 다나와 소비 형태 통계시스템인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다나와를 통해 판매된 스피커중 조금 더 대중적인 PC스피커와 HiFi스피커를 단순비교 했을 때 85%가 PC스피커, HiFi스피커는 15%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PC스피커는 출력이 큰 편은 아니지만 PC에 내장된 기본 스피커보다 선명하고 음량도 풍부하다. 아무리 저렴한 PC스피커도 기본 내장된 스피커보다 음질이 좋다.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여서 공간 배치에도 적당하고, 리모트 컨트롤러로 다른 기기와 쉽게 연결할 수 있다. 게이밍을 위해서 PC스피커 대신 헤드셋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게임뿐 아니라 음악 재생, 동영상 시청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컴퓨터 스피커의 이점으로 꼽힌다. 주로 음악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HiFi스피커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성능도 좋은 PC스피커가 좀 더 대중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HiFi스피커, 겨울에 잘 팔린다고?
PC스피커와 달리, HiFi스피커만 놓고 보면 규모가 매년 위축되고 있다. 다나와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HiFi스피커 판매대수는 2018년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 올해만 놓고 보아도 1월부터 10월까지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나 줄어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HiFi스피커 특성상 오디오 마니아 위주로 수요가 형성돼 있고, 경기가 위축되면서 소비활동이 주춤해진 것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HiFi스피커는 브랜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30만 원을 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전통적으로 HiFi스피커가 가장 활기를 띠는 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로 올해도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판매대수만 보면 작년보다 올라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해 보인다. 스웨덴 스피커 전문 브랜드인 오디오프로의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롯,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아스텔앤컨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출시하며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2채널 스피커 구성이 많아
HiFi스피커에서도 스피커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사운드의 입체감이 달라진다. 2채널, 2.1채널, 5.1채널, 7.1채널로 스피커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채널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좌/우 2개 스피커로만 구성하는 방식이다. 영화나 음악감상용으로 많이 사용되며, 스피커가 작아서 저음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서브우퍼를 추가해서 2.1채널로 구성하기도 한다.
2.1채널보다 생생한 음향을 지원하는 것이 5.1채널이다. 5.1채널이란 5+1개의 스피커 조합, 즉 5개 스피커와 1개 우퍼로 구성된 사운드 시스템을 말한다. 중앙, 전면 좌/우, 후면 좌/우에 스피커를 배치하게 되며, 3D 게임이나 영화를 볼 때 좋다. 5.1채널에 후면 중앙 스피커를 배치해 6.1채널로 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공간에 5.1이나 6.1채널 구성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반향음으로 사운드가 반감될 수 있으므로 스피커 시스템을 구성할 때에는 공간 크기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최근 1년간 HiFi스피커 판매동향을 보면 2채널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 전체 판매량의 84%가 2채널 스피커였으며, 2.1채널이 14%, 5.1채널 2% 순으로 집계됐다.
정격출력 50W 미만 선호
스피커 성능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정격출력이다. 스피커가 일정 시간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 있는 최대 소리 크기를 정격출력, RMS라고 해서 와트(W)로 표기한다. 스피커가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즉 음의 왜곡이 10%일 때의 출력으로 사람이 음악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나와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정격출력 50W 미만의 부담 없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 1년간 구매한 HiFi스피커의 정격출력이 50W 미만인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6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으나 이보다 정격출력이 높은 51~100W 스피커는 점유율이 26%로 낮았다. 정격출력이 100W를 넘는 HiFi스피커를 찾는 소비자는 훨씬 적어서 101~300W의 경우 판매 점유율이 12%를 나타냈다.
스피커 출력은 숫자가 높을수록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출력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음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스피커 소리는 스피커를 구성하는 유닛의 출력 외에 외관 재질, 디자인, 앰프, 디지털 신호 변환 장치 등 다양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설계로 나오는 만큼 출력 하나로 음질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인별 주관적인 요소도 많이 작용한다. 그래서 전문가들도 스피커 출력이 음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제조사는 정격출력 대신 최대출력을 더 강조하는 경우도 많아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격출력에서는 우퍼나 패시브 라디에이터와 같은 진동에 의한 신호 전달은 포함하지 않지만 최대출력은 스피커 내 모든 유닛을 더해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스피커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피커는 무거워야 한다? No, 가벼울수록 인기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무게의 HiFi스피커를 선호할까? 5kg 단위로 구분해서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kg를 넘지 않는 가벼운 스피커가 많이 팔렸다. 지난 1년간 판매된 HiFi스피커 가운데 5kg 미만인 제품이 47%로 가장 많았고, 5~10kg이 35%, 10kg이 넘는 제품은 18%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량의 82%가 10kg 미만이어서 국내 음악 애호가들이 가벼운 스피커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음향제품은 무게감이 있어야 음질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전반적으로 무게가 가벼워지는 추세다. 케이스는 물론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설계 자체가 가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에서 힘이 적당히 빠지면서 음색이 감미로워지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평도 있다.
무난한 북셸프 타입이 선호도 높아
스피커 형태로는 여전히 북셸프 타입이 주도했다. HiFi스피커 전체 판매량의 82%가 북셸프 타입이고, 서브우퍼가 6%, 새틀라이트 5%, 서라운드 4%, 플로어스탠딩 2%, 센터 1%로 북셸프와는 상당한 격차를 벌였다. 북셸프(book shelf) 스피커는 네모난 형태의 책장형 스피커를 말한다. 홈시어터에서는 주로 리어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스피커 스탠드를 결합해서 북셸프와 플로어스탠드의 높이를 맞추기도 한다. 북셸프 스피커는 책장의 책 사이에 둘 수 있다고 해서 생긴 말로 그만큼 미니형 시스템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로나 세로로 두고 사용할 수 있고, 배치하기도 자유롭다. 주위 장식품들과도 어울려 인테리어 가구로도 그만이다. 크기는 작지만 플로어형에 필적할 정도의 성능을 갖춘 제품이 많고, 집중 듣기와 360도 사운드를 지원해 스피커의 주류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서브우퍼는 프론트 스피커의 우퍼가 재생할 수 있는 저음역보다 더 낮은 초음역대의 주파수를 재생하는 스피커로 영화에서 폭발음이나 공진음을 구현해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를 구현하게 된다. 새틀라이트 스피커는 북셸프보다 작은 소형 크기 스피커로 주로 홈시어터용으로 사용되며, 작은 크기 홈시어터나 6채널 이상 멀티채널을 설치할 때 사용한다. 다양한 디자인의 스피커가 많아 인테리어용으로도 사용되지만 홈시어터를 구성할 때에는 서브우퍼로 저역대를 대신하곤 한다.
한편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는 사운드도 강력하고, 장식적인 효과면에서도 훌륭하지만 HiFi스피커로는 인기가 덜한 편이다.
브리츠인터내셔널, HiFi스피커서도 맹위 떨쳐
그럼 이번에는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판매된 ‘HiFi스피커 베스트 5’를 알아보자. 1위는 스피커로 유명한 브리츠인터내셔널의 BR-1600BT(129,000원), 2위는 오디오엔진 A2+Wireless(324,350원), 3위는 캔스톤 LX15 스타크(49,500원)가, 4위와 5위는 각각 Presonus Eris E3.5(207,480원)와 브리츠인터내셔널 BR-1000A Plus(77,350원)가 차지했다.
▲ 브리츠인터내셔널 BR-1600BT (129,000원)
인기순위 1위인 브리츠인터내셔널 BR-1600BT은 잡음을 최소화한 2웨이 북셸프 타입 블루투스 2채널 스피커다. 우든 MDF 인클로저를 통해 음색에 깊이가 있고, 116mm 베이스 유닛과 13mm 실크돔 트위터를 탑재해 42W 강력한 사운드를 발휘한다. 액티브 스피커에 RCA 입력단자 2개, Optical, Coaxial 단자를 지원한다. PC는 물론 스마트폰 음원도 무선으로 감상할 수 있다. HiFi를 표방한 사운드답게 전체 음역을 웅장하고 섬세하게 전달해 음악/영화/게임 등 모든 장르에서 원음 그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다나와 최저가격은 12만원대다.
▲ 오디오엔진 A2+Wireless (324,350원)
브리츠인터내셔널의 BR-1600BT 다음으로 많이 팔린 제품은 오디오엔진 A2+Wireless다. 역시 2.0채널 북셸프 타입으로 정격출력이 30W다. 아날로그 입력을 위한 RCA 및 AUX 단자로 유선기기를 연결하고, USB 단자를 통해 컴퓨터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다. 또 페어(Pair) 버튼을 통해 블루투스 무선연결이 가능해 벅스, 멜론, 스푸티파이, 판도라 등 애플리케이션으로부터 음악을 재생해 들을 수 있다. 10.5x14x16cm의 아담한 사이즈로 책상 컴퓨터 옆이나 안방 협탁 테이블, 사이드/티 테이블 등 작은 공간에도 쉽게 놓을 수 있다. 스피커 전면에 탑재된 우퍼는 가벼운 유기 고분자로 이뤄져 가볍지만 철보다 5배 이상 강한 케블라 소재로 강도가 뛰어나 저음의 댐핑력을 살려준다. 외관은 유/무광 코팅 처리돼 고급스럽고, 캐비닛 내부는 스피커 울림 및 공진을 고려한 최적의 공간을 연출하도록 설계됐다.
▲ 캔스톤 LX15 스타크 (49,500원)
캔스톤 LX15 스타크도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 유명하다. 유무선 결합 2채널 블루투스 북셸프 스피커로 컴팩트한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76.2mm 유리섬유 재질의 풀레인지와 25.4mm 소프트 실크돔 트위터가 적용돼 초고역 확산 및 깔끔한 중고음역을 재생할 수 있다. 섬세하게 마감된 고밀도 우든 MDF 인클로저를 적용해 사운드가 풍부하다. PC와 같은 음원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RCA 입력단자가 탑재돼 있으며, 클립식 연결 단자를 이용해 길이를 연장할 수 있어 일반 가정은 물론 상업 매장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RCA 오디오 플러그로 PC와 연결된 상태에서도 블루투스 모드를 선택하면 스마트폰의 음원을 출력할 수 있다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 정은아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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