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다림질을 하실 때 여러 도구들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널따란 다림판과 무거웠던 쇠 다리미, 그리고 분무기가 꼭 필요했다. 다림판에 각 맞춰 옷을 놓고, 꼼꼼히 물을 뿌려 옷감을 부드럽게 만든 뒤 무거운 쇠 다리미로 누르듯 옷을 다렸다. 다림질을 위한 도구들은 세트처럼 필수품이었는데, 이를 간소화시킨 것이 바로 스팀다리미다.
우선 옷에 분무기로 일일이 뿌릴 필요 없이 다리미에 물을 채워 다림질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은 다림판도 필요 없이 옷걸이에 걸어 쓸어내리듯 뜨거운 스팀을 쏘아 옷의 주름을 편다. 이처럼 생활의 질을 높여주었으며, 가정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는 스팀다리미. 이번 기사에서는 소비형태시스템인 다나와 리서치를 통해 스팀다리미의 트렌드를 살펴보기로 하자.
판매점유율 1위, 하지만 점점 감소하고 있는 스팀다리미
스팀다리미는 셔츠나 블라우스, 심지어 니트처럼 다림질이 어려운 의류도 손쉽게 다릴 수 있는 소형 의류가전이다. 구겨진 의류를 펴는 목적이 크지만 고온의 스팀을 이용하기 때문에 살균이나 탈취 효과도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기존에 다림질을 하기 위해 물을 따로 뿌려 사용했던 건식다리미보다 효율적인 제품이다.
때문에 그간 스팀다리미는 보풀제거기, 재봉틀, 건식다리미 등의 소형 의류가전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점유율을 기록해왔다. 다나와리서치에서 집계한 의류가전 시장 판매점유율을 보면 스팀다리미의 2018년 판매점유율은 무려 74.43%였던 반면 건식다리미의 판매점유율은 5.69%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로 스팀다리미의 판매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2021년에는 스팀다리미의 판매점유율이 전년 대비 68.91%에서 62.32%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의류 다림질이 가능한, 스팀다리미나 건식다리미를 대체할 의류가전이 이 시기에 인기를 끌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해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스타일러 혹은 에어드레서로 일컬어지는 의류관리기가 그 예시이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서서히 시장 규모를 키워온 의류관리기의 국내 판매량이 2020년에는 전년 대비 430%나 증가했다. 결국 의류관리기가 코로나19의 확산과 맞물려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스팀다리미의 점유율 하락과 아예 무관하다 볼 수는 없다.
봄, 가을 시즌에 스팀다리미 수요 증가
스팀다리미의 월별 판매량은 계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지난 4년간의 스팀다리미 월별 판매점유율을 나타낸 그래프에서는 3월과 9월에 눈에 띄는 판매량 증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3월은 옷이 얇아지기 시작하는 봄, 9월은 옷이 두꺼워지는 가을이다. 외투는 입지 않으며, 자주 입는 옷들은 대부분 세탁소에 맡기기 애매한 옷이다. 이런 의류들을 간편히 관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팀다리미의 수요가 높아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반대로 한여름인 7~8월, 한겨울인 11월~2월에는 스팀다리미의 판매량이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한여름에는 봄에 비해 옷이 매우 얇아져 세탁을 자주 하는 데다, 더운 날씨 탓에 뜨거운 다리미의 사용 빈도를 줄이기 때문이며, 겨울은 외투를 입기 때문에 스팀다리미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스팀다리미에서 중요한 건 간편함과 익숙함
스팀다리미의 형태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건식다리미와 비슷한 외형으로 스팀 기능을 더한 ‘일반형’, 손에 쥐고 옷에 바로 스팀을 분사하는 방식의 ‘핸디형’, 물통과 다리미가 연결된 다림판 혹은 옷걸이에 옷을 걸어 스팀을 분사하는 ‘스탠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1년 스팀다리미 형태별 판매점유율을 보면 핸디형 스팀다리미가 40.61%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아주 근소한 차이로 일반형 스팀다리미가 40.2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스탠드형 스팀다리미의 경우 19.14%의 점유율을 보였다. 일반형 및 핸디형 스팀다리미에 비해 단점이 뚜렷한 것도 이유겠지만, 애초에 다나와 내에 등록된 스탠드형 스팀다리미의 수도 현저히 적은 편이었음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통 형태는 ‘일체형’, 용량은 ‘0.5L 이하’가 대세
스팀다리미의 물통 형태에 따라서도 선호도가 갈렸다. 우선 스팀다리미의 물통 형태는 제품에 물을 넣을 때 물통의 분리 여부에 따라 ‘일체형’ 혹은 ‘분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체형 물통은 다리미 본체와 물통이 분리되지 않아 콤팩트하고 보관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통을 따로 세척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분리형 물통은 물통을 분리할 수 있어 세척이나 관리에 용이하지만 물통에 물을 넣고 본체에 잘못 결합했을 때 누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물통 형태별 판매점유율은 일체형 물통이 58.28%, 분리형 물통이 41.72%였다.
물통 용량별 선호도는 어떨까. 물통 용량은 클수록 다릴 수 있는 의류의 수는 많아지지만 제품 자체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용량이 큰 게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실제로 물통 용량별 판매점유율은 ‘0.5L 이하’가 가장 높은 78.76%의 점유율을 보였고, 그다음으로는 ‘2.0L 이하’가 12.22%였다. 나머지는 3% 내외의 점유율로 ‘2.1L 이상’, ‘1.5L 이하’, ‘1.0L 이하’가 뒤를 이었다.
스팀 조절은 ‘5단계’, 연속 스팀량은 ‘21~30g’를 선호
스팀다리미에서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스팀 조절 단계다.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느 전자기기들이 다 그렇듯, 조절 단계가 클수록 사용자 입장에서 나쁠 건 없다. 스팀다리미의 스팀 조절별 판매점유율을 보면 ‘5단계’가 가장 높은 46.87%를 기록했고, 그 뒤로 ‘3단계’가 27.5%였다. ‘2단계’는 24.65%의 점유율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마지막으로 ‘10단계’의 점유율이 단 0.98%에 불과했는데, 이는 다나와에 등록된 제품들 중 10단계 조절 기능을 가진 제품의 수가 적기 때문이다.
스팀다리미의 연속 스팀량 역시 중요한 개념이다. 연속으로 얼마나 많은 스팀량을 분사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연속 스팀량이 높을수록 다림질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져 훨씬 효율적인 다림질이 가능하다. 연속 스팀량별 판매점유율을 보면 ‘21~30g’이 31.82%의 점유율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그 다음으로 ’31~40g’, ‘11~20g’이 각각 31.3%, 26.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연속 스팀량이 높은 축에 속하는 ‘41~50g’, ’51g 이상’인 제품들의 판매점유율은 각각 7.73%, 2.85%에 그쳤다.
‘자동전원차단’, ‘누수방지’는 필수, 소비전력은 비슷?!
스팀다리미를 구매할 때 사람들은 어떤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제품 특성상 안전성에 관련한 기능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가장 높은 판매점유율인 38.28%를 기록한 기능은 바로 ‘자동전원차단’이었다. 제품이 문제가 생겼거나 과열이 됐을 때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해 주는 기능으로, 제품 고장을 최소화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수방지’ 역시 36.32%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사실 스팀다리미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게 바로 누수 문제다 보니, 소비자들 역시 이를 방지하는 기능을 중요하게 체크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동온도조절’ 기능은 12.9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옷감이나 다리미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열판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스팀 조절이 어려운 초보자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 뒤로 ‘기타’의 점유율이 7.55%, ‘과열방지’가 4.9%였다.
소비전력별 판매점유율은 크게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다. 소비전력이 ‘~1000W’인 제품은 20.11%, ‘~1500W’인 제품은 29.74%, ‘~2000W’인 제품은 25.27%, ‘2100W~’인 제품은 24.88%의 점유율로 대부분 비슷한 수준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인 소비전력 ‘~1500W’인 제품은 다나와 내 등록된 제품 비중이 높았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제조사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필립스
그렇다면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국내 스팀다리미 제조사 상위 5곳은 어디일까. 1위는 43.01%의 판매점유율을 기록한 ‘필립스’가 차지했다. 필립스는 다양한 생활 가전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다. 스팀다리미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를 지향하고 있으며, 내놓는 스팀다리미의 형태나 종류, 색상도 다양해 선택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2위는 23.12% 점유율의 ‘테팔’이다. 필립스에 비해 제품 수가 적고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다. 스팀다리미 하면 떠오르는 베이직한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크지 않다. 3위는 4.67%의 점유율을 기록한 ‘샤오미’다. 샤오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화이트 색상과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핸디형과 스탠드형이 판매되고 있다. 4위는 ‘보만’으로 3.49%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보만 역시 글로벌 생활 가전 브랜드로, 가격대가 높지 않고 보관이 용이한 제품들로 구성됐다. 샤오미와 마찬가지로 핸디형과 스탠드형만 구매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5위는 2.9%의 점유율로 ‘오스너’가 이름을 올렸다. 제품 수가 많지 않지만 핸디형 스팀다리미로 유명하다. 작은 사이즈지만 대용량 물통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고, 물통을 생수통과 호환해 사용할 수 있어 여행용, 휴대용으로 인기가 좋다.
스팀다리미 판매량 BEST 5는?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판매된 스팀다리미는 과연 어떤 제품일까. 1위는 ‘필립스 3000시리즈 핸디형 스티머 STH3020/10’(현재 최저가 46,830원)이었다. 옷감에 손상이 가지 않는 온도 및 스팀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핸디형 스팀다리미로, 빠른 예열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깔끔하면서도 작고 가벼운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물통을 접어 보관할 수 있어 여행용으로도 좋다.
2위 역시 필립스 제품으로, ‘필립스 이지 터치플러스 GC523/68’(현재 최저가 73,490원)이 차지했다. 높은 수준의 연속 스팀량을 자랑하는 스탠드형 스팀다리미로, 1.6L의 대용량 물통은 분리가 가능해 세척에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온도 및 스팀량 자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며, 스탠드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음은 ‘테팔 프리무브 에어 FV6550’(현재 최저가 73,970원)으로, 핸디형이나 스탠드형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코드리스 일반형 스팀다리미다. 누수방지부터 자동전원차단, 심지어 자가 세척 기능을 겸하고 있어 여러모로 편의성에 집중한 제품이라 할 수 있다.
4위는 ‘테팔 퀵스티머 액세스 스팀 미닛(블루)’(현재 최저가 37,180원)이었다. 가벼운 무게가 장점인 핸디형 스팀다리미로,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이 눈길을 끄는 제품이다. 분리형 물통으로 관리가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5위는 ‘샤오미 GT-301W’(현재 최저가 17,810원)가 차지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으로, 예열 시간이 짧고 스팀 분사력이 좋아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김명신 kms92@danawa.com
글 / 김겨울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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