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 ‘약과’가 뜨고 있다. 노래, 영상물 등 문화 콘텐츠의 영역에서 시작된 레트로의 열풍이 먹거리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상한 키워드가 바로 '할매니얼'이다. 노년층의 여성을 뜻하는 ‘할매’와 ‘밀레니얼’이 합쳐진 말로, 고령층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한다. 레트로와 빈티지를 넘어서 하나의 문화현상이 된 할매니얼 트렌드가 식음료 분야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젊은 세대는 꺼렸을 풍미의 메뉴들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고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약과를 통해 할매니얼 먹거리 열풍이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약과는 우리나라 고유의 과자다. 고운 채로 친 밀가루에 참기름, 꿀, 술 등을 넣고 반죽한 후 판에 찍어 모양을 내고 튀긴 음식이다. 약과에 ‘약’이라는 말이 붙은 건 예전에는 꿀이 진짜 약으로 취급될 정도로 귀했기 때문. 여러 모로 예전에는 만들기 매우 까다로운 한과였지만, 지금은 밀가루 반죽 기술이 발전하고 꿀을 대신할 수 있는 당류가 많아지며 접하기 쉬운 먹거리로 바뀌었다.

올해도 역시 약과의 해인가?

다나와리서치에서 202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집계된 약과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재 그 인기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할매니얼이 트렌드 키워드로 부상하기 전에도 약과 제품은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작년 들어서는 전년 대비 45%가 더 늘어난 수치로 성장했다. 올해는 작년 동기 대비 45%, 재작년에 비해서는 92%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매년 꾸준히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할매니얼 열풍, 약과에 이어 강정까지

뉴트로, 할매니얼 열풍은 전통 과자인 한과 시장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과 제품 전체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역시나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은 약과로 나타난다. 전체 한과 판매량 중 약과가 차지하는 비율은 68.22%에 달한다. 약과 외에도 한과 세트 상품(16.41%), 강정(10.66%), 유과(4.71%) 등이 점유율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래 한과가 선물용으로 많이 선택되는 점을 고려하면, 약과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한과가 세트 상품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시기별 판매 점유율을 살펴보면 이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약과를 제외한 다른 품목의 경우에는 설날과 새해가 있는 연초, 그리고 추석이 있는 9월에 판매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약과는 연중 꾸준하게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다른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때에는 오히려 점유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선물용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품목이라는 반증이다. 주목할 점은 올해 들어, 약과뿐 아니라 강정의 판매 점유율도 증가세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올해 3월, 급작스레 강정의 판매 점유율이 20%를 넘어섰고 5월에는 3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할매니얼의 열풍이 약과에 이어 강정으로 번지는 분위기임을 읽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경쟁이 펼쳐지는 때

약과 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 점유율을 기록하는 회사는 ‘SPC삼립’으로 나타난다. 이 회사는 오랜 제과, 제빵 역사를 가지고 있다. 빵은 물론 반죽을 이용해 만드는 약과 시장에서도 오랜 기간 저력을 과시해 왔다. 할매니얼 열풍이 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사는 온라인 채널 판매 점유율이 98%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하지만 할매니얼 트렌드가 대세가 떠오른 이후로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SPC삼립의 온라인 판매 점유율은 작년 기준으로는 약 74%까지, 그리고 올해에 이르러서는 51%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다시피 했던 상황에 변화가 온 것이다.

SPC삼립이 잃어버린 점유율은 다양한 기업이 나눠 갖고 있다. 현재 두각을 나타내는 제조사로는 라이프컬쳐, 호정식품, 그리고 정우식품을 들 수 있다. 세 회사의 온라인 채널 판매 점유율 합계는 37%에 육박한다. 세 회사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현재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5% 이하의 점유율을 차지한 회사들의 온라인 채널 판매 점유율 합계는 약 12%에 달한다. 이 수치는 SNS 등에서 유명한 약과, 한과 맛집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온라인 채널에 국한하지 않을 경우, ‘기타’의 점유율은 지금보다도 훨씬 많게 나타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요즘 뜨는 약과 브랜드

▲ 호정식품 호정가 찹쌀약과세트

온라인 채널 판매량 2위 또한 대용량 제품이다. 호정식품의 찹쌀약과세트로, 낱개 단위로 개별포장된 찹쌀약과가 가득 들어간 패키지 구성이다. 호정식품은 1990년 설립된 전통식품 전문 업체로, 찹쌀약과를 비롯해 다양한 약과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용량에 맞춰 제품을 포장해 개별 제품마다의 개수는 다르며, 대략 70개에서 90개 사이의 약과가 들어간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너무 달지 않은 담백한 맛이 특징으로 꼽힌다.

▲ 라이프컬쳐 꿀이구마 호박 찹쌀 약과

라이프컬쳐 꿀이구마 약과 또한 온라인 채널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약과 40개들이 패키지 구성으로, 찹쌀과 호박, 쌀 조청으로 만든 호박 약과다. 채종유(유채유, 카놀라유)를 사용해 다른 온도로 두 번 튀겼으며,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크기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며, 개당 중량은 약 30G이다. 낱개 약과가 개별포장 돼 있지만 빛에 노출되면 기름이 산패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길 권장한다. 약 10초 동안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약과 마니아들에게는 그저 행복할 지금

낮아진 점유율에 현재 SPC삼립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 3월 프리미엄 전통 디저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약과 신제품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카페 프랜차이즈와의 콜라보로 약과 쿠키를 출시하기도 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은 올해 하반기의 전략 제품으로 이미 약과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과 업계는 물론 편의점 등 유통 채널, 카페 프랜차이즈까지 약과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약과는 전에 없던 격변을 겪는 중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 새로운 제품을 앞으로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최덕수 news@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