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C 시스템은 열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CPU와 그래픽카드, 메모리 모두 빠른 데이터 처리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그에 따라 발열은 자연스레 증가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M.2 규격 SSD도 속도가 빠를수록 발열 억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을 정도다. 시스템 공기 순환부터 냉각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전반적인 속도와 안정성을 결정짓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조건이 하나 더 늘었으니 구매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 한때 국민 쿨러로 불리던 AMD 레이즈 프리즘 번들 쿨러.
하지만, 최근엔 번들 쿨러로는 감당할 수 없는 CPU가 많아졌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CPU 냉각장치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과거 프로세서는 패키지에 기본적으로 쿨러가 하나씩 동봉됐다. 이른바 ‘번들 쿨러’가 그것이다. 기본 제공되는 쿨러를 사용해도 됐고 사용자 선택에 따라 냉각장치를 바꾸는 형태였다. 그러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형태의 제품에 하나 둘 쿨러나 제외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비용 절감과 소비자 선택지 제공을 빌미로 쿨러가 제공되지 않는 CPU가 제법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는 성능 유지를 위해 강제로 시장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현재 CPU 쿨러 시장은 공랭식과 수랭식, 두 가지로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다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CPU의 고성능화에 따라 수랭식 냉각장치의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시장이 흘러가고 있는지 다나와 리서치의 자료를 통해 CPU 냉각장치 시장과 수랭식 냉각장치의 흐름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1년간 CPU 냉각방식 점유율을 살펴본 결과, 공랭식이 7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보였다. 수랭식 장치는 20.83%를 기록했는데 인지도 있는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하고 인식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선방한 수치라 볼 수 있다.
고성능 공랭식 쿨러는 성능에 비례해 크기가 커지면서 조립이 번거로워지는 단점이 있다. 제품에 따라서는 부품 구성에 제약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며, 장시간 사용 시 무게에 의한 기판 변형 우려도 있다. 최신 시스템 사용자 중 공랭식 장치를 선택하면서 소켓 가이드를 장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구성만 잘 맞추면 꾸준한 성능을 낸다는 장점이 있기에 공랭식 냉각장치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수랭식 냉각장치를 선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공간 활용성과 성능에 있다. 방열핀과 히트파이프로 거대한 크기를 갖춘 공랭식에 비해 워터펌프와 라디에이터로 구성된 수랭식은 케이스 상단이나 전면, 측면 등 라디에이터 배치만 잘 이뤄지면 CPU 주변의 공간이 남기 때문에 공기 순환 측면에서 이점을 갖는다. 다만 냉각수, 액체를 사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누수가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시스템 손상으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에 사용을 꺼려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 문제로 인해 수랭식 장치의 점유는 늘고 있어도 공랭식 장치의 점유율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부적인 면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큰 대신 뛰어난 성능을 갖춘 고성능 CPU 사용자일수록 공랭식보다 수랭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TDP 250W 이상 사양을 갖춘 CPU 소비자가 그에 맞는 수랭식 냉각장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TDP 200W 사양의 CPU 소비자 중에서는 공랭식을 선택하는 비중이 조금 더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30~249W 사양의 냉각장치는 공랭식 쿨러 비중이 약 88%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50~350W 이상 TDP 사양의 제품군에서는 수랭식 제품의 비중이 약 78%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인텔 코어 i5 또는 AMD 라이젠 5급 이하 프로세서, 그중에서 오버클럭 미지원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는 공랭식 선호 비중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추가로 오버클럭 지원 제품군을 포함해 코어 i7/i9 프로세서, 라이젠 7/9급 프로세서 소비자는 수랭식 선호 비장이 높다고 분석해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성능 제품을 선택할수록 제품의 강점에 초점을 둔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수랭식 냉각장치를 선택하는 소비자는 어떤 형식을 더 선호할까? 자료를 확인한 결과, 시기에 따라 급격하게 나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2021년 9월 경에는 2열과 3열이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큰 격차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이 2022년 9월을 시점으로 3열이 점차 압도적으로 판매가 늘어남을 알 수 있다. 이때가 인텔 1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AMD 라이젠 7000 시리즈가 출시되던 시점. 성능과 발열의 증가로 소비자가 대거 3열 제품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시기상 2022년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갖춘 3열 수랭식 냉각장치가 대거 등장한 것도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3열 수랭식 제품은 약 20~30만 원대 선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면 10만 원 대에도 구매 가능한 3열 수랭식 냉각장치가 하나 둘 등장하면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수랭식 냉각장치 시장 경쟁은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자. 우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NZXT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빠른 시기에 수랭식 시장에 진입했고, 크라켄 시리즈라는 걸출한 제품을 선보이면서 지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냉각장치를 오래 한 브랜드도 일체형 수랭식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NZXT의 선점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 당분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딥쿨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라켄의 대항마로 LS720 제품군을 선보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크플래시와 이엠텍도 그 뒤를 쫓고 있다. 두 브랜드는 서비스 인지도가 높고 선보인 제품의 가성비가 높아 소비자들의 선택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수랭식 냉각장치 시장. 하지만 곧 인텔 14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출시될 예정인데다 향후 다양한 고성능 프로세서가 합류할 예정이어서 경쟁은 더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일체형 수랭식 냉각장치의 선택지는 꾸준히 확대되면서 소비자 구매 욕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일체형 수랭식 냉각장치는 공랭식 냉각장치의 자리를 어디까지 위협하게 될까?
■ 일체형 수랭식 CPU 쿨러 제품 인기 BEST 5(다나와 리서치 2022. 9~2023. 8 판매량 기준)
1위 / DEEPCOOL LS720 ARGB (BLACK)<168,960원>
2위 / NZXT KRAKEN X73<269,000원>
3위 / darkFlash Twister DX-360 V2.6 ARGB (블랙)<108,810원>
4위 / MSI MAG 코어리퀴드 C240<69,000원>
5위 / darkFlash Twister DX-360 V2.6 ARGB (화이트)<112,600원>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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