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구르지 않으면 이끼가 낀다는 속담이 있다. 마치 물이 고여버린 것처럼. 변화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정체되기 마련이다. USB 허브 시장 상황이 딱 그렇다. 변하긴 변하는데, 문제는 속도가 느리다. 또한, 고성능 제품군에 대한 선호도도 그리 높지는 않다. 어쩌다 이렇게 '고인물 시장'이 됐을까?
USB 허브의 판매량은 2020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특히 2023년 들어서는 낙폭이 더 가팔라진다. 2023년 10월에는 2년 전 대비 약 36% 정도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USB 연결 장비 감소가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USB 허브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포트가 부족해서다. 사실 PC야 메인보드 후면 포트도 있으니 안심이 된다 쳐도, 노트북은 물리적인 특성상 항상 USB 포트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키보드, 마우스로 1개씩은 꽉 차고, 외장 하드에 쿨러까지 연결하려면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 많다. 따라서 노트북 유저들이 USB 허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이런 소비 경향이 변하고 있다.
우선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무선 키보드, 마우스 제품군이 늘었다. 무선만 쓰더라도 벌써 USB 포트 2개를 아끼는 셈이다. 더불어 클라우드 서비스도 USB 포트를 아껴주는 요인이다. 언제 어디서나 대용량 클라우드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굳이 외장하드를 연결할 필요가 없어진 것. 이런 트렌드를 적용해서인지 최근에 출시되는 노트북들은 USB 포트가 많아야 3개 정도다. 덩달아 USB 허브의 구입 이유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USB 허브 인터페이스는 아직도 USB 3.0이 78.96%로 강세다. 무려 2008년 11월 발표된 규격인데도 아주 생명력이 길다. USB 3.0은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USB 3.1은 12.55%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USB 3.0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하지만 2년 전 대비 1.84%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한 상황이다. 그럼 USB 3.1이 얼마나 더 성장해야 USB 3.0을 넘어설 수 있을까? 냉정하게 보면 비약적인 성장을 한 상황에서도 이 정도다. USB 3.1이 USB 3.0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그날이 다가오기는 아직 멀어 보인다. 갭이 너무 크다. 시장 상황도 점점 줄어드는 판에 이렇게 USB 3.0에 편중된 소비 심리가 USB 허브 시장을 더욱 '고이게' 만들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USB 허브 제조사별 판매량 점유율은 EFM 네트웍스와 이지넷유비쿼터스의 라이벌전이다. 그래프만 놓고 보면 정말 드라마틱하다. 2019년에는 불과 9%였던 이지넷유비쿼터스는 2021년 31.5%까지 올라 기존 1위였던 EFM의 자리를 빼앗았다. 정말 빠른 속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이에 2023년 들어 EFM의 대추격이 시작되었지만, 아직 약 2% 정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선과 클라우드 기술의 발달로 인해 USB 허브 시장의 규모는 필연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단, 시장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더 발전된 형태의 허브로 진화하기 위한 과도기 상태라 보인다. PC 시장의 최신 제품군은 연결이 간편하고 대체로 연결 속도도 빠른 편인 USB Type-C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데, 아직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규격은 USB Type-A이기 때문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글 / 김도형 news@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