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7000번대는 매력적이다. 너무 뜨겁지 않아 공랭 쿨러도 마음 편하게 쓸 수 있고 전 세대 대비 게이밍 성능도 평균 15% 향상됐다. 특히 라이젠 5 7500F, 라이젠 7 7800X3D는 게이밍 CPU로는 아주 뛰어나다는 평가가 많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메인보드 가격이었다. 메인보드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 가성비만 놓고 보면 이전 세대인 AMD 라이젠 5000번대, B550 메인보드 조합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딱히 그럴 필요는 없게 됐다. B650 메인보드 덕분이다.
AMD 라이젠 7000번대 CPU부터는 소켓 AM5 메인보드를 사용한다. 소켓 AM5는 DDR5를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소켓 AM4에 사용하던 CPU는 장착할 수 없다. 따라서 라이젠 7000번대 시스템을 구성할 계획이라면 CPU와 더불어 메모리와 메인보드도 함께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라이젠 7000번대가 처음 공개되던 시점에 선택할 수 있었던 X670E 메인보드는 살인적인(?) 가격이었다. 얼리 어댑터가 아니라 평범한 게이머 기준이라면 정말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게임 성능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라이젠 5000 시리즈에 B550 메인보드를 선택하는 것이 가성비로는 훨씬 뛰어났다.
이런 애매한 시절을 지나 드디어 2022년 10월 B650 메인보드가 출시됐다. B650은 중급기용 메인보드 칩셋이다. 사실 PCIe Gen5 슬롯이 필요하지 않다면 B650 정도로도 충분히 괜찮은 게이밍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 덕분에 B650 칩셋 메인보드는 공개 직후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올라갔다.
이전에는 소켓 AM4 기반인 B550 메인보드가 점유율이 엄청나게 높았다. 2023년 1월 기준으로는 점유율이 48%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B650이 등장한 이후 롤러코스터라도 탄 것처럼 매달 빠른 속도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B650은 2023년 11월 기준으로 AMD 메인보드 전체 판매량 점유율의 34.43%까지 올랐다. 1위다. 현시점에서는 AMD 메인보드 중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 판매금액을 판매량으로 나눈 평균 가격 수치를 보면 B650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다. 중보급형 시장에서는 성능 좋고 가격이 저렴하면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B650은 1년 전 평균 가격이 31만 원대로 상당히 높았는데, 현재 22만 원대로 약 29% 정도 가격이 하락했다. 금액 차가 무려 92,562원이다. 반면 B550은 22%, A520은 8%, A320은 16% 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B550도 많이 하락하긴 했는데, 앞자리 수가 3에서 2 초반으로 바뀐 B650과 비교하면 딱히 극적이진 않다.
해당 그래프를 놓고 보면 X670E의 가격 문제로 업그레이드를 망설였던 AMD 유저들이 가격 하락 추세에 맞춰 교체 시도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가격 문제로 소켓 AM4 시스템을 고려했던 소비자들까지 최신형 시스템인 소켓 AM5로 돌아서는 것으로 보인다.
단, 칩셋별 평균 가격이 내렸다고는 해도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소켓 AM4 시스템은 DDR4 메모리를 사용하고 꾸준한 바이오스 업그레이드가 지원돼 대부분 라이젠 5000 시리즈까지는 사용할 수 있었다. 즉 CPU만 구입하면 됐다. 단 이번 라이젠 7000 시리즈는 CPU, RAM, 메인보드 3개를 다 구입해야 한다. 이 가격 문제가 가장 큰 체크 포인트라 볼 수 있다.
B650 메인보드 제조사는 대만의 주요 4개 메인보드 제조사가 경쟁 중이다. 초기에는 MSI에 이어 ASUS의 점유율이 굉장히 높았는데, 현재는 기가바이트의 점유율이 50.28%에 달한다. 거의 시장을 정복한 수준이다. 특히 주력 제품군인 기가바이트 B650M K의 가격이 10만 원대 중후반으로 굉장히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정도면 B550 메인보드와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재미있는 점은 애즈락의 행보다. 애즈락은 2023년 4월 이후로는 조용히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소 보드 마니아들이 확실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B650 메인보드 중에서는 M.2 포트에 한해 PCIe Gen5 슬롯을 지원하는 제품군이 있다. 에이수스나 애즈락 제품군 중 몇몇이 그렇다. 물론 PCIe Gen5 SSD는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격대가 상당히 높기에 쉽게 선택할 만한 제품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추후 PCIe Gen5 SSD의 가격 안정화 이후에는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기에 분명 눈여겨볼 만한 차별점이긴 하다.
B650 메인보드 덕분에 기존 라이젠 5000 시스템의 마지막 역할이었던 ‘가성비 시스템 제공’마저 라이젠 7000 시리즈가 완벽하게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B650 메인보드의 활약 덕분에 중보급형 CPU 시장에서는 한동안 AMD가 앞설 것으로 보인다. 인텔 시스템도 B760 메인보드가 저렴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내장그래픽이 없는 제품군으로 비교하면 코어 i5-13400F보다는 라이젠 5 7500F 시스템이 조금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B650 메인보드 판매량점유율 Top 5
(2022. 12 ~ 2023. 11까지 다나와 리서치 데이터 기준)
1위 MSI PRO B650M-A WIFI<208,140원>
2위 GIGABYTE B650M K 제이씨현<171,000원>
3위 ASUS TUF Gaming B650-PLUS 대원씨티에스<288,900원>
4위 MSI MAG B650M 박격포 WIFI<280,990원>
5위 GIGABYTE B650M K 피씨디렉트<165,74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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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도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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