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에서도 레이니 75 관련한 여럿 영상들이 업로드되고 있다.
요즘 DIY 기계식 키보드 시장에서는 '레이니 75 키보드'(134,110원) 가 화제다. 키보드 커뮤니티에 가면 올라오는 게시글 중에서 절반이 레이니 이야기로 도배될 정도. 레이니 75가 이처럼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뭘까? 풀 알루미늄, 3모드 무선 연결, 스위치와 키캡 기본 제공, 그리고 우수한 키감과 빌드 퀄리티를 갖추면서도 옵션/구매처에 따라 8~13만 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나왔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로 현재는 오픈마켓 최저가가 오른 상태지만, 등장 당시에는 가성비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기성품 완제품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어떨까? 레이니 75의 침공으로 키보드 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시점에 기성품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잘 대응할 수 있을까? 다나와 내부 데이터로 살펴본 기계식 키보드 시장의 트렌드를 소개한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부터 매해 유선 제품의 점유율은 줄어드는 중이다. 점유율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가격의 하락'과 '제품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3년 전만 해도 기계식 키보드는 대부분 유선 제품 위주였으며, 유·무선 및 무선 기계식은 가격대가 높고 제품의 수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저렴해지고 다양한 업체에서 무선 기능을 탑재한 기계식 키보드를 선보이면서 현재는 2만 원대에도 퀄리티가 괜찮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무선'에 대한 선호도 증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무선 제품은 책상 위에 선이 걸리 적 거리지 않아 공간 활용도가 높다. 마우스의 경우, 아예 2022년부터 무선 제품 점유율이 유선을 추월했다.
기계식 키보드의 핵심, 스위치. 점유율 1위는 GTMX로, 이를 탑재한 3만 원대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가 많이 팔리면서 1위를 달성했다. GTMX는 중국의 스위치 제조사인 GAOTE(둥관 고택 전자 유한회사)가 만든 스위치다. 내구성과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긴 하지만, 단가가 체리나 카일 등의 타 스위치보다 낮다 보니 오테뮤 스위치와 함께 2-4만 원대 저렴한 기계식 키보드가 주로 탑재한다. 참고로 GAOTE는 점유율 5위의 오테뮤 스위치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
2위는 기계식 스위치의 명가인 체리.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제품은 기본적으로 10만 원대 이상으로 가격대가 높으며, 고급형 키보드가 이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10만 원 언더의 가성비 제품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이다.
점유율 3위는 게이트론, 4위는 카일이 차지했다. 두 스위치는 5-10만 원 정도의 보급형 키보드에 많이 탑재된다. 기타에는 커세어, 레이저, ASUS와 같이 각 제조사에서 특화 한 스위치 및 기타 마니아틱한 스위치가 포함되어 있다.
청축의 시대는 지나갔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방식은 리니어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는 고급형 뿐 아니라 저가형 기계식 키보드도 리니어가 기본형으로 나오고 있을 정도. 리니어는 적축과 흑축이 대표적이다.
2위는 넌클릭, 3위는 클릭이다. 기계식 키보드가 대중화되는 초기에는 청축을 주축으로 하는 클릭 방식이 시장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특유의 '짤깍'하는 소리가 많은 이들에게 소음으로 간주되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줄었다. 참고로 2위인 넌클릭 또한 '짤깍'하는 소리를 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스위치를 아주 천천히 누르면 리니어 정도는 아니더라도 소음이 크지 않다.
텐키리스 키보드는 우측의 텐키(숫자 키패드)가 없는 제품이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텐키리스 기계식 키보드는 매년 점유율이 상승 중이다. 사람들이 텐키리스를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텐키리스 레이아웃을 적용한 제품은 오른쪽 숫자키가 빠졌다 보니 책상 위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작다. 덕분에 공간 활용이 용이하고, 오른손의 동선도 짧아져 게임을 할 때도 유리하다. 또한 키 개수가 적다 보니 풀배열 키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예전보다 텐키리스 형태의 기계식 키보드 종류가 많아진 것도 인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판매 집계된 기계식 키보드의 68.5%는 백라이트 기능을 탑재했다. 가장 많은 것은 레인보우 백라이트였다. 레인보우는 RGB 백라이트의 저가형이라고 볼 수 있다. 키보드에 구역을 나눠서 빨/주/노/초/파/남/보 색상 LED를 심어서 마치 RGB처럼 무지개색 라이팅 효과를 구현한 방식이다. RGB LED 키보드는 각각의 LED가 여러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지만, 레인보우 백라이트 키보드는 정해진 색상만 켤 수 있다. 최근에는 저가형 키보드의 상징처럼 여겨져서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주목할 것은 다이얼(노브). 예전엔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 커스텀 키보드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2만 원대 제품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화되었다. 저가형 제품은 볼륨 조절만 가능하지만, 전용 소프트웨어로 매크로 키 설정을 하면 트랙 이동, 마우스 스크롤 등의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판매된 제품의 절반은 스위치와 기판을 납땜하는 방식이 아닌 교체가 가능한 형태였다. 기계식 키보드가 국내 첫 보급될 때까지만 해도 흔하진 않았지만, 최근에는 5만 원 이하의 저가형 키보드도 스위치 교체형으로 많이 출시되고 있다.
다나와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기계식 키보드를 판매한 것은 앱코였다. HACKER K515(37,900원)을 포함해 2~3만 원대 기계식 키보드가 다수 판매되면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는 COX. 신제품이 많지는 않지만 앱코와 비슷하게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 위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점유율 3위는 로지텍. 유선, 무선 제품 등을 포함해 5만 원 이상 보급형 제품 위주로 많이 판매되었다. 점유율 4위는 CHERRY. 체리 MX 스위치 등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CHERRY 키보드는 화려한 조명을 탑재한 것보단 10만 원대의 블랙 색상 위주의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이 인기였다.
점유율 5위의 한성컴퓨터는 GK787S OfficeMaster(79,900원)처럼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제품 위주로 판매되었다. 체리 스위치를 탑재한 것치곤 가성비가 좋은 것이 인기의 요인으로 보인다.
점유율 6위의 커세어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매크로 기능 설정과 조명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고, 쿨링팬, 헤드셋, 마우스 등 커세어의 제품들을 RGB 동기화할 수 있어 20~30만 원이라는 다소 가격에도 꽤나 판매되었다. 국내 기계식 키보드 시장의 부흥을 이끈 기업 중 하나인 레오폴드는 클래식한 디자인 위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현재도 꾸준히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있다.
■ 최근 6개월 간 인기를 끈 기계식 키보드는? (다나와 리서치 2023.8~2024.1 판매량 기준)
1위 / 4.2% / 앱코 HACKER K515 축교환 측면 RGB 라이팅 이중사출 게이밍 기계식 키보드 (블랙, 청축) 37,900원
2위 / 3.5% / 8bitdo Retro 유무선 기계식 (해외구매) 59,900원
3위 / 2.4% / 로지텍 G413 TKL SE (정품) 69,000원
4위 / 2.3% / 앱코 HACKER K640 축교환 게이밍 기계식 블랙 (적축) 39,000원
5위 / 1.9% / CORSAIR K70 MAX RGB MGX 게이밍 기계식 (마그네틱축) 283,220원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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